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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년째 클럽 축구…64세지만 아직 75분 플레이는 거뜬해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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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7월 서울 도봉구(현 노원구) 월계동 광운전자공고(현 광운인공지능고) 운동장. 10살에서 12세 아이들 18명이 모여 공을 차기 시작했다. 일부 축구 선수도 있었지만 공 차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당시 12세이던 변석화 험멜코리아 회장(64)이 주축이 됐다. 올해로 53년째를 맞는 월계축구회는 그렇게 시작됐다. 구단주인 변 회장은 아직도 일요일마다 녹색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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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석화 험멜코리아 회장이 서울 강서구 화곡동 신정고교 운동장에서 축구하다 포즈를 취했다. 12세 때인 1974년 동네 또래 친구들과 월계축구회를 결성한 변 회장은 53년째 매 주말 공을 차며 건강한 삶을 만들어 가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당시 월계동엔 힘겹게 사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아이들도 할 게 없으니 동네 공원이나 학교 운동장에서 공 찰 때였습니다. 축구하면서 희망을 찾았죠. 우리끼리 ‘축구 열심히 해서 누구든 국가대표 선수를 만들어 보자’며 축구 모임을 만들었죠. 학교 끝나고 매일 공 찼고, 주말에는 다른 팀들과 경기했어요.”

또래 축구팀이 없어 대학생 형들이나 조기 축구팀 아저씨들과도 경기했다. 어렸지만 당당했다. 변 회장이 20대 초반인 1980년대 중반 지금의 월계축구회란 클럽으로 자리 잡았다. 국가대표도 나왔다. ‘왼발의 달인’ 하석주 아주대 감독과 ‘박지성의 스승’ 이학종 전 수원공고 감독이 월계축구회에서 공을 찼다.

“오랫동안 직접 축구하고, 국내외 프로팀과 대표팀 경기를 지켜보면서 많이 느꼈습니다. 축구하는 사람은 항상 겸손해야 합니다. 투쟁적으로 경기를 하면서도 상대를 존중해야 하죠.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이 싫어합니다. 도전 정신도 있어야 합니다. 경기라는 게 질 수도, 이길 수도 있습니다. 졌다고 포기하면 안 되고, 이겼다고 자만하면 안 됩니다. 항상 그다음을 준비해야 합니다. 열심히 준비하면 패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인생도 그렇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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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석화 회장은 1998년 덴마크 험멜 제품을 국내 들여오는 독점계약을 체결했다. 험멜코리아 제공


변 회장은 1994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축구 사업을 시작했다. 좋아하는 축구에만 전념하기 위해서다. 축구 유니폼을 전문으로 만드는 의류회사 ‘월계스포츠’를 만들었고, 이게 나중에 ㈜대원이노스가 됐다. 변 회장은 1998년 덴마크에 본사를 둔 험멜의 제품을 한국으로 들여오는 독점계약을 체결했다. 1919년 독일에서 시작해 1923년 덴마크에 터를 잡은 험멜은 종합스포츠브랜드다. 독일 말로 ‘벌’을 뜻하는 험멜(Hummel)의 정신과 같이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기업이다. 벌이 무리를 지어 협동하며 살듯 험멜코리아도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상생하는 자세로 운영하고 있다.

막 사업을 시작했을 때 외환 위기가 닥쳤다. 변 회장의 축구에 대한 열정은 이때부터 더 빛을 발했다. 국민은행 한일은행 기업은행 같은 실업축구팀이 줄줄이 해체됐다. 당연히 갈 곳 없는 선수들이 생겼다. 변 회장은 이들을 그냥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이들을 직원으로 고용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축구하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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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석화 회장은 1999년 험멜 실업축구팀을 창단했다. 험멜코리아 제공


이들이 경기감각을 잃지 않도록 1999년엔 험멜 실업축구팀을 만들었다. 월계축구회 소속 선수들도 포함됐다. 오전 5시 30분부터 새벽 운동을 하고 회사로 출근해 일하는 시스템이었다. 선수를 영입해 팀을 꾸리던 험멜 실업축구팀은 충주 험멜이란 이름으로 2013년 K리그 챌린지(현 K리그2)로 진출했다. K리그 클래식(현 K리그1) 밑의 프로 2부 리그에 해당하는 K리그 챌린지에 팀이 부족하다는 말을 듣고 선뜻 프로화를 진행한 것이다. 사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구단 운영비가 3∼4배는 훌쩍 뛰기 때문이다. 변 회장은 당시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2부 리그 창단한다고 팀을 모으는데 반응이 미지근해서 2부 리그가 출범도 못 하고 무산될 위기에 놓였었다”고 말했다.

“우리는 동네 축구 출신이지만, 50년 넘게 축구를 따라다니며 살았어요. 우리처럼 작은 팀이 먼저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죠. 우리 같은 작은 회사도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서 프로축구팀을 만든다면 다른 기업에서도 더 많이 프로리그에 참여해 줄 것 같아서 프로화를 결심했어요.”

실업팀 험멜 출신 5명을 포함해 총 33명으로 팀을 구성했다. 월계축구회 출신들이 구단 운영과 지도를 맡았다. 구단주인 변 회장을 비롯해 당시 한규정 단장, 이재철 감독 등이 월계축구회 출신이었다. 충주 험멜은 연고지 이전 등 난항을 겪다 2016년 해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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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멜코리아는 프로축구 ‘최강’ 전북 현대도 후원했다. 2007년부터 험멜 유니폼을 입은 전북 현대는 2009년과 2011년, 2014년 K리그 정상에 올랐다. 험멜코리아 제공


험멜코리아는 한국스포츠 발전에도 힘을 보탰다. 제품 홍보도 중요했지만, 인기 없는 대회나 팀을 후원하기 시작했다. 1999년 대학축구대회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했다. 이게 인연이 돼 2003년 한국대학축구연맹 회장을 맡았고, 2025년 4월까지 대학축구 발전을 위해 힘썼다. 험멜코리아는 대한장애인축구협회와 프로농구 동부도 후원했다.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실제 모델이었던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여자 핸드볼대표팀을 지원했고, 남녀 하키 국가대표팀도 후원했다. 지금도 프로축구 K리그2 안산과, 수원 FC, 경남 FC, 프로농구 동부 프로미, 프로배구 OK 저축은행, 대한세팍타크로협회, 대한핸드볼협회 등을 후원하고 있다.

변 회장이 팀 후원에 관심이 많은 이유는 뭘까. 그는 “구단 용품 후원은 프로축구 울산 현대와 2001년 시즌부터 3년간 계약을 한 것이 첫 인연이었다. 당시 울산이 유니폼 스폰서를 확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먼저 연락이 왔고 우리 회사도 덴마크 브랜드인 험멜에 대한 국내 권리를 확보한 초창기여서 브랜드 홍보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험멜 브랜드를 K리그 선수들이 입고 뛰는 것은 서로에게 윈윈(win-win)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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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석화 회장이 서울 강서구 화곡동 신정고교 운동장에서 드리블하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변 회장은 “험멜 브랜드를 입고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열심히 뛰면서 팀이 좋은 성적을 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단순히 우리 브랜드의 홍보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용품이 좋은 결과를 내는 데 일조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면 그 이상 기분 좋은 일이 없다”고 말했다. 변 회장은 현재 아시아대학축구연맹 회장과 대한축구협회 고문을 맡고 있다.

변 회장은 60대 중반으로 접어들었지만, 축구 덕분에 아직도 탄탄한 체력을 자랑하고 있다. 1월 18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신정고교 운동장. 화곡4동 FC 초청으로 오전 8시부터 12시까지 4시간 축구했다. 50대 이하, 60대 이상으로 팀을 나눠 25분씩 치러진 경기에서 변 회장은 최종 수비수로 2게임을 소화했다. 보통 3게임 이상 뛰는데 지난해 6월 경기 중 왼쪽 무릎을 다쳐 재활에 집중하다 오랜만에 실전에 나서다 보니 무리하지 않았다. 월계축구회는 광운인공지능고 운동장을 홈으로 쓰며, 매주 일요일 오전 8시부터 12시까지 다른 클럽들과 홈 앤드 어웨이로 경기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 마카오 등 해외 원정 경기도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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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석화 회장이 서울 강서구 화곡동 신정고교 운동장에서 공을 들고 엄지척하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변 회장은 축구하기 위해 체력 관리를 철저하게 한다. 매일 새벽 피트니스센터에서 고정식 자전거를 30분 타고, 근육 운동도 30분 한다. 점심 저녁 먹고 30분씩 걷는다. 축구하지 않는 날의 운동 루틴이다. 다쳐 재활할 때도 녹색 그라운드에 나와 회원들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주변을 계속 걷는다.

“이 세상에 축구만큼 아름다운 게 없습니다. 11명의 하모니가 맞아야 하잖아요. 골키퍼를 포함해 수비에서 공격까지 서로 배려하고, 희생하고, 그렇게 한 팀이 돼 플레이해야 합니다. 스포츠지만 문화 예술적인 측면도 강하죠. 그렇게 팀을 만들어 좋은 성적 내 봐요.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때 행복하지 않았나요? 올해 북중미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이 펄펄 날아 또 한 번의 신화를 창조하면 더 행복하겠죠. 그게 축구입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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