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의 한 주차장에 쿠팡 배달 차량이 주차돼 있다.[사진=뉴스1] |
[서울경제TV=정명진 인턴기자]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소극적 대응에 소비자들의 분노가 끓어오르면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쿠팡 불매와 앱 삭제를 인증하는 이른바 '탈쿠팡'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분위기와 달리 쿠팡과 관련된 지표들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탈쿠팡'이 진정 국면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근 데이터는 할인 쿠폰 지급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으며, 이후 쿠팡 측의 대응 자세에 따라 '탈쿠팡'의 실체가 확인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탈쿠팡'은 앱 삭제라는 적극적 형태보다도, 이커머스 플랫폼 병행이라는 '점진적' 형태로 구체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탈쿠팡'은 일어나고 있나
23일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의 일간활성 이용자수(DAU)가 최근 1600만 명대를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쿠팡 사태가 발표된 지난 11월 29일 당시 DAU인 1620만 명과 맞먹는 수치다. 그동안 쿠팡의 DAU 지표는 지속적으로 변동해 왔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 직후에는 예상과 달리 반등하며 지난 12월 초 1700만 명대로 고점을 찍었다. 이후에는 탈쿠팡이 본격화되면서 1400만 명대로 감소했다. 그리고 1월 중순부터 1600만 명대로 다시 올라선 것이다.
일간 결제 추정액 흐름도 비슷하다. 유출 당시 1200억 원대였지만, DAU가 최고점을 찍은 12월 초 1700억 원으로까지 치솟았다. 이후에는 1100억 원으로 감소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다시 1200억 원대로 복귀했다.
결과적으로 두 지표는 모두 사태 직후의 일시적 반등과 급락을 거쳐, 정보 유출 당시의 수치로 회복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 시내 한 쿠팡물류센터[사진=뉴스1] |
◇일시적 쿠폰 효과 혹은 공고한 ‘SKU의 벽'
쿠팡의 주요 지표가 반등한 배경에는 단기 보상안과 구조적 강점이 맞물려 있다. 우선, 수치가 회복된 시점은 쿠팡이 보상안으로 제시한 ‘쿠폰’ 지급 시기와 일치한다. 사태에 실망해 앱을 삭제했던 소비자들이 지급된 쿠폰을 사용하기 위해 몰려들면서 이용자 수가 일시적으로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쿠폰만이 다가 아니다.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이 쿠팡을 완전히 떠나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가 ‘직매입 SKU(상품 가짓수)의 압도적 규모’에 있다고 분석한다.
쿠팡의 로켓배송이 가능한 SKU는 500만 개 이상인 반면, 네이버 쇼핑의 도착보장 상품은 20~30만 개, 마켓컬리는 약 4만 개 수준으로 추산된다. 쿠팡 와우멤버십을 구독 중인 대학생 이 씨는 "개인정보 유출로 소송에 참여할 만큼 분노했지만, 내일 당장 필요한 물건을 한 번에 주문할 수 있는 플랫폼은 쿠팡뿐이었다"라고 말했다. 공산품부터 식재료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점이 이탈을 막고 있는 셈이다.
◇ 신뢰 회복 없는 '불안한 복귀'
일각에서는 쿠팡이 이번 사태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배경에 이러한 강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022년 와우 멤버십 가격을 60% 가까이 인상했을 당시에도 탈쿠팡 열풍이 불었으나, 결과적으로 결제액과 사용자 수 모두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바 있다. 이러한 ‘성공의 기억’이 이번 대응에도 자신감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은 상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의 가격 인상은 쿠팡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공고한 상태에서 가격만큼이나 혜택도 확대됐기에 가능했다. 반면 이번 사태에서는 기업의 기본적 책무인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복귀를 '균열의 시작'으로 해석한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쿠폰을 지급했으니 이용자 수가 돌아오는 현상은 있을 수 있으나, 실질적인 관건은 매출과 신뢰"라며 "소비자들이 쿠팡을 유지하는 이유는 쿠팡의 보상안이나 대응에 만족해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교수는 "아직은 쿠팡의 SKU 규모를 따라잡을 만한 회사가 두각을 드러내지 못해 탈쿠팡이 가속화되지 않은 것일 뿐, 경쟁사가 그 간극을 조금이라도 메우는 순간 이탈은 순식간에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쿠팡이 누리는 독점적 지위가 '불안정한 회복'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경쟁사들은 틈새를 메우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컬리는 물류 과부하를 방지하면서도 배송 선택지를 늘리기 위해 서비스 개편을 검토 중이며, 무신사는 최대 9만 원 상당의 쿠폰팩을 제공하는 등 대규모 할인에 나섰다.
이러한 추격은 성과로도 나타나고 있다. 사태 이후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의 거래 건수는 전월 대비 18만 5000건 증가한 78만 8119건을 기록했고, 지마켓 역시 5만 6000건가량 늘었다. 마켓컬리의 유료 멤버십 ‘컬리멤버스’ 가입자 또한 지난 12월 전년 동월 대비 94% 폭증했다.
◇ 점진적 이탈...'멀티 호밍'의 서막?
쿠팡은 사태의 본질인 ‘불신’을 여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특검 수사라는 엄중한 상황에도 진정성 있는 대응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특히 ‘보여주기 식’ 보상안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급된 쿠폰은 유효기간이 3개월로 짧은 데다, 사용처 또한 기프티콘 구매를 배제한 채 국내 여행 상품으로만 제한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거세다.
박태영 성균관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쿠팡이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탈쿠팡은 앱 삭제라는 극단적 결별보다, 쿠팡도 쓰면서 다른 쇼핑몰을 병행 이용하는 '의존도 분산'의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며 "배송이 급할 땐 쿠팡을 쓰더라도 가격이나 전문성이 필요할 땐 다른 앱을 찾는 '멀티 호밍(Multi-homing)' 시대가 열리며 쿠팡의 절대적 영향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결국 '탈쿠팡'의 진정한 의미는 앱 삭제가 아니라 쿠팡의 '대체 불가능성'이 해체되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쿠팡이 1600만 명의 복귀 수치에 안심하기보다, 그들의 장바구니 속에서 쿠팡의 비중이 얼마나 줄어들고 있는지를 두려워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태영 교수는 "결국 향후 쿠팡의 대응 방식이 소비자들의 이용 태도를 결정짓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myngjin@sedaily.com
정명진 기자 myng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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