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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해결사' 김앤장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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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뉴스타파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쿠팡 임직원들이 각종 사고 대응을 논의한 수백 쪽 분량의 내부 이메일과 메신저 대화 기록을 입수했다. 쿠팡 전 개인정보보호최고책임자(CPO)를 통해 입수한 내부 자료에는 쿠팡 임원진의 조직적인 사고 축소·은폐 정황이 담겨 있었다. 자료에서 쿠팡 임원진은 분주히 상황 해결에 나섰고, 그 정점에는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있었다. 해당 자료를 통해 제기된 쿠팡의 산업재해 은폐 의혹은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10년 가까이 쿠팡의 사고 대응을 실시간으로 전달받고 자문한 ‘외부 조력자’의 존재는 그 실체가 온전히 드러나지 않았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소속 변호사들이다. 뉴스타파는 쿠팡의 사고 대응 이면에 감춰진 김앤장의 역할에 주목했다. 이를 통해 지난 수년간 산재 은폐는 물론 당국의 감독, 제재를 회피해 온 쿠팡이 김앤장에게서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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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한 쿠팡 국내 본사


쿠팡 내부 이메일에서 확인된 ‘@KimChang’
2020년 10월 12일 쿠팡 대구칠곡물류센터에서 일하던 20대 청년 장덕준 씨가 숨졌다. 전날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야간노동을 마치고 퇴근한 후였다. 오전 7시 반 무렵, 그는 자택 욕실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10월 23일 오후 7시경. 쿠팡의 미디어 대응 담당자는 ‘CCTV points’라는 제목이 달린 이메일을 회사 임직원들에게 보냈다. 장덕준 씨 과로사 의혹을 다룬 언론 보도 3건과 각 기사의 핵심 내용이 이메일 본문에 적혀 있었다.

이때 쿠팡은 장 씨가 일하는 모습이 찍힌 CCTV 영상을 분석해 대응하기로 했다. 장 씨의 사망과 야간노동의 인과관계를 최대한 부인하기 위한 취지였다. 미디어 대응 담당자는 이메일에서 “(장 씨의 업무가) 쉬는 시간도, 대화할 틈도 없이 정신없이 빠르게 움직이는 업무였는지, 땀이 비오듯 흐를 만큼 무거운 짐을 쉼없이 날라야 하는 고하중 업무였는지”를 ‘살펴볼 지점’으로 꼽았다.

당시 이메일을 공유받은 사람 중에는 김·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가 포함돼 있었다. 뉴스타파는 해당 이메일을 수신한 임직원 목록 사이에 ‘김앤장’ 이메일 주소(‘OOOOO @KimChang.com’)가 껴있는 것을 확인했다. 검색 결과, 이 이메일 주소는 김앤장 소속 김모 변호사가 사용 중인 계정이었다. 김앤장이 장 씨 사망에 대한 사고 수습 초기 단계부터 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내용이다.

“김OO 변호사님 자문을 받아…”
같은 해 11월 김앤장은 쿠팡에서 발생한 또 다른 노동자 사망 사건에 관여했다. 2020년 11월 11일 오후 5시경 작성된 이메일에서 쿠팡 담당자는 “김OO 변호사님의 자문을 받아 아래 표와 같이 제공 가능한 부분은 (유족 측에) 제공하기로 의사 결정을 한 바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담당자가 언급한 김OO 변호사는 장 씨 사망 사건 당시 이메일을 공유받은 김앤장 변호사와 동일 인물로 확인된다.

이로부터 약 2시간 뒤, 같은 내용이 이번에는 영문으로 번역돼 해롤드 로저스 현 쿠팡 대표이사 등에게 전송됐다. 쿠팡 내부 법무 통번역가(legal translator)가 번역한 영문 이메일에는 한글 이메일에 없던 표현이 추가됐다. “우리가 보기에 제공해도 괜찮은(documents that we deem ok to provide) 자료”라는 말이다.

“OO 변호사로부터 법률 자문을 받아 [...] 우리가 보기에 제공해도 괜찮은 자료를 제공하기로 결정했습니다. (We received legal advice from OO(이름 영문 이니셜) and decided that we would provide documents that we deem ok to provide…”)
- 2020.11.11. 쿠팡 내부 이메일 중


당시 쿠팡은 인천 물류센터에서 근무한 노동자 A씨가 숨진 사건과 관련해 유족 측에 어떤 자료를 제공해야 할지 그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다. 이때 김 변호사는 쿠팡 측에 ‘특정 자료만 선별해 제공해도 된다”는 자문을 해준 것으로 보인다. 이에 쿠팡 담당자는 ‘자신들이 보기에도 괜찮은 자료’만 제공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해롤드 로저스 대표에게 보고한다.

이러한 논의를 거쳐 유족 측에 전달할 자료로는 ▲A씨의 근로계약서 ▲출퇴근 기록 ▲사업자등록증 번호 및 산재보험 관리번호 등이 추려졌다. 동시에 쿠팡은 자신들에게 불리할 수 있는 자료를 유족 측에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쿠팡 측은 A씨의 ‘휴가 사용 내역’ 공개를 보류했다. 이메일에서 담당자는 “(A씨의) 주휴일 및 연차휴가가 법과 취업규칙에 따라 정상적으로 부여되었는지 사전검토 후 제공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유족 측에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법 위반 등의 문제가 드러날 수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자료 제공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말이었다.

또 담당자는 동일한 이메일에서 유족 측이 요구한 ‘업무분장서’에 대해 “표준화된 업무분장서가 없어서 제공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5월에 유피에이치(UPH·시간당 생산량) 인센티브 수당이 많이 지급되어 노동강도가 높았다는 근거로 활용되거나 다른 용도로 악용될 위험이 있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유피에이치 인센티브가 많았다는 것은 그만큼 업무 처리 속도가 빠르고, 처리한 업무량이 많았다는 증거다. A씨는 숨지기 전인 2020년 4월 유피에이치 인센티브로 1만 원을 받은 반면 사망한 5월에는 20배가 넘는 20만 5천 원을 받았다. A씨의 사망 원인이 과로와 연관돼 있을 수 있다는 근거였지만, 쿠팡 측이 이를 유족에게 고지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컨베이어 설비 하청 노동자의 죽음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 사고 대응에 김앤장이 관여한 사례는 더 있다. 2020년 11월 10일 경기도 이천 마장물류센터에서 자동화설비 건설 작업을 하던 노동자 B씨가 사망했다. B씨는 쿠팡의 하청업체 소속으로 당시 쿠팡은 B씨의 사망과 직접적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틀 뒤인 11월 12일 오후 2시에서 3시 사이, 이른바 ‘마장 사건’을 논의하는 내부 화상회의가 열렸다. 당시 ‘Updates on MAJ Case’라는 제목의 화상회의 링크를 이메일로 전달받은 사람 중에는 김OO 변호사는 물론 김앤장 소속 권모 변호사가 있었다. 이들은 마장 사건에 대한 논의 과정에 참여해 쿠팡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자문을 해줬던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오후 5시 쿠팡 담당자는 ‘Re: Updates on MAJ Case’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쿠팡 임직원에게 공유했다. 해당 이메일에 따르면 쿠팡은 마장물류센터 컨베이어 설비 시공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 자신들은 ‘건설 공사 발주자’라는 점을 부각하기로 했다. 또 B씨의 업무는 “시공된 설비에 대해 검수 완료 전 마무리 업무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정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B씨의 출근 시간이 새벽 5시 반, 퇴근 시간은 저녁 8시였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위와 같은 내용을 보고한 쿠팡 담당자는 “권OO 변호사님과도 상의하였고, 이에 대해 동의하셨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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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자문변호사로 활동한 쿠팡 자문변호사
쿠팡 같은 대기업이 김앤장 같은 대형 로펌의 자문을 받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하기는 어렵다. 일부 대기업이나 로펌도 산재 문제에 대해선 별도 대응팀을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그러나 쿠팡 노동자 사망 사고에 관여한 김OO 변호사의 프로필을 보면, 주목할 만한 이력이 나온다. 그가 2010년부터 현재까지 16년간 고용노동부 자문변호사로 활동했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 공개된 ‘2024~2026 고용노동부 자문변호사 명단’에도 김 변호사가 자문변호사로 등재돼 있다.

뉴스타파는 쿠팡에 법률 자문을 제공하는 김OO 변호사가 고용노동부 자문변호사로서 활동을 겸하는 행위에 이해충돌의 소지가 없는지 고용노동부에 물었다. 고용노동부 측은 김 변호사가 쿠팡에 법률 자문을 제공했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고용노동부) 자문 제공 변호사, 법인 등이 어디에 자문을 하는지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고 답했다. 또 “자문 요청 시 기업명을 밝히지 않고, 자문을 요청하는 게 법률 해석 등이기 때문에 이해관계와 무관할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뉴스타파는 김앤장 소속 김OO 변호사에게도 이메일을 보내 쿠팡에 노무 및 산업안전 이슈 등과 관련해 자문을 제공하며 동시에 고용노동부 자문변호사로 이름을 올리는 게 적절하다고 보는지 물었다. 김 변호사는 이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근로감독 위반사항 줄일 ‘소명’ 논리도 만들어
코로나19 유행 이후 온라인 쇼핑이 급증하면서 쿠팡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쿠팡 신화’가 시작된 2020년, 쿠팡 사업장에선 노동자들의 죽음이 잇따랐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물류센터와 배송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을 보호하겠다며, 9월 말부터 한 달 간 온라인 유통업체들에 대한 근로감독에 나섰다. 쿠팡도 근로감독 대상에 포함됐다. 상품 입출고와 포장, 적재, 배송 등 전 과정이 점검 대상에 올랐다. 쿠팡으로선 점검 결과에 따라, 당국의 제재가 뒤따를지 모를 상황이었다. 이때 쿠팡을 도운 곳은 김앤장이었다.

2020년 10월 7일 수요일 오후 3시 반, 쿠팡 산업안전보건 분야 실무자와 책임자, 법무담당자 등 20여명에게 ‘업데이트’(Update)라는 제목의 이메일이 발송됐다. 수신자 중에는 쿠팡 소속이 아닌 사람이 여럿 포함돼 있었다. 김앤장에서 산업안전보건, 인사노무 등을 담당하는 김OO, 이모, 정모 변호사, 그리고 그때까지도 김앤장 소속이었던 강한승 전 쿠팡 공동대표였다. 이들에겐 쿠팡을 도와 당국의 근로감독을 대비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10월 12일 월요일, 쿠팡의 한 안전관리 담당 직원이 업데이트 메일에 대한 답장을 적어 공유했다. 이 직원은 “로지스틱스(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노동부 점검 대비사항을 공유합니다. 김앤장과 OOO 님(안전보건부문 전무)께서 언급하신 사항 중 자재수급에 시간이 소요되는 건을 제외한 가능한 조치는 모두 완료 예정”이라고 알렸다.

노동부는 당시 쿠팡의 8개 배송캠프에 대한 안전 점검에 나섰다. 이를 대비해 쿠팡은 자체적으로 노동 환경에 대한 개선 작업에 나섰다. 이메일에 따르면, 260여 가지의 개선 요구사항이 있었는데, ▲보행자 도로 도색 공사 ▲전동셔터 비상정지 스위치 보수 ▲도크 추락방지 조치 등이었다. 이중, 일부 안전 시설을 제외하고 95% 가까이는 개선이 완료됐다고 쿠팡은 자체 평가했다.

그런데 같은 달 29일, 쿠팡 안전보건 분야 임직원들은 또 다시 ‘업데이트’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받는다. 동탄, 덕평, 수원 등 중부 지역 물류센터에서 8건의 안전보건조치 위반 사례가 발견됐다는 보고였다. 당시 쿠팡은 노동부로부터 컨베이어 안전난간 높이가 낮은 점을 지적받았고 ▲작업환경 중 소음 측정조사를 하지 않거나 ▲야간근로자 특별건강검진을 제공하지 않았고 ▲프리랜서인 '퀵플렉서'에게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점에 대해 조치를 요구받았다.

쿠팡 물류센터 내부에서 포장된 상품이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내려온다. (출처: 쿠팡 뉴스룸)

쿠팡 물류센터 내부에서 포장된 상품이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내려온다. (출처: 쿠팡 뉴스룸)


하지만 라이언 브라운 당시 쿠팡 환경보건안전부문 대표는 이들 위반 사항을 즉각 개선하는 것이 아닌, 노동부 근로감독관과의 “논의”(discuss)를 통해 “소명”할 계획임을 밝힌다. 여기에 법률적 논리와 대응방향을 제공하는 업무는 김앤장이 맡았다.

구체적으로 노동부는 쿠팡이 천안1 캠프에서 프리랜서로 배달을 하는 ‘퀵플렉서’ 노동자에게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이에 쿠팡은 “특고(특수고용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교육을 진행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방침을 세운다. 그러자 김앤장 변호사들은 “과반 소득에 관계 없도록 자료 보완해 소명하는 방향으로 준비”하라고 조언한 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부에서) 개선을 요구한다면 전속성의 판단 기준을 주면 개선해 나가겠다는 방향으로 협의”하라고 자문했다.

김앤장이 언급한 ‘전속성’은 노동자가 한 사업체에만 전적으로 소속돼 일한 정도를 뜻한다. 보편적으로 노동자 소득 절반 이상이 한 사업체에서 나오면 전속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이 요건 때문에 당시 특수고용노동자와 플랫폼 노동자들은 근로자성을 인정받기 어려웠다. ('전속성' 요건은 2023년 7월 폐지됐다)

결국 김앤장이 자문한 논리의 핵심은 퀵플레서가 쿠팡에 속한 노동자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 같은 의견에 동의한 쿠팡의 박모 전무(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출신)는 “노동부에서도 세부 기준이 있어야 처벌 가능하니 일단 기다리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덧붙인다. 이후, 쿠팡은 김앤장의 검토를 거쳐 퀵플렉서들이 “특고(특수고용노동자)는 아니지만, 쿠팡의 사회적 영향을 고려하여 안전교육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근로감독 후속조치에서도 김앤장의 역할이 눈에 띈다. 김앤장 권모 변호사는 11월 5일 쿠팡 측에 보낸 이메일에서 “쿠팡과 CFS(쿠팡풀필먼트서비스), 그리고 임대 중인 물류창고의 임대인과의 계약관계에서 시설물에 대한 안전, 소방, 전기시설 등에 대한 구체적인 책임범위를 설정할 수 있도록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쿠팡 물류센터 등 사업장에 대한 유지·관리 책임이 쿠팡 본사까지 닿지 않게 계약관계를 정리하는 게 좋겠다는 조언으로 읽힌다.

이로부터 다시 열흘 뒤인 11월 13일 쿠팡 측은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을 만나 감독 결과를 듣고 확인서를 작성했다고 보고한다. ‘CFS의 법 미준수 항목은 8개, 캠프는 1개로 정리됐다’는 내용이다. 이때 근로감독관은 컨베이어 설비 관련 문제가 경쟁사는 77가지였는데 쿠팡은 1가지였다고 귀띔해줬다고 한다.

이에 대해 쿠팡 임원은 “형사처벌 대상으로 발견된 항목은 적다”고 평가하며, “K&C(김앤장) 측은 현재 정리된 항목으로 진행하고 기소 과정에 대비하라는 의견”이었다고 전했다. 쿠팡의 ‘근로감독 리스크’가 일정 부분 해소되었던 셈이다.

실제 다음달인 12월 16일, 고용노동부는 쿠팡 등 온라인 유통업체 3사를 대상으로 한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안전보건교육과 건강진단 미실시, 소음 관련 작업환경측정 미실시 등 총 93건에 대해 과태료 2억 6천여만 원이 부과됐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김앤장, 노동부 내부 정보 취득해 쿠팡에 전달 의혹
김앤장은 이 무렵, 노동부 내부 정보를 쿠팡에 전달하는 ‘정보원’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2020년 11월 2일 쿠팡 사내 노무사였던 C씨는 해롤드 로저스 현 대표이사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김앤장에 따르면, 설문조사와 관련해 노동부 내부 문서만 있었고, 설문조사에 대해 외부로 발송된 공식문서는 없었다고 한다”며 “김앤장이 문서를 확인한 것은 아니고, 노동부 내부 소식통으로 들은 바로는 대구 물류센터에서 사망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에 설문조사는 쿠팡과 CFS를 대상으로 진행돼야 하며(다른 배송업체는 제외),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고 한다”고 썼다.

이메일에 따르면 당시 노동부는 쿠팡 대구 물류센터 직원 장덕준 씨의 사망을 계기로, 쿠팡 등 온라인 유통업체에 대한 ‘노동자 업무여건 실태조사’를 예고했다. 이 과정에서 쿠팡 노동자 등을 대상으로 고용형태와 노동시간, 휴게시간 등에 대한 모바일 설문조사를 준비했다. 이와 관련 사내 노무사 C씨는 “이 보고 내용은 D 전무가 보고한 내용과 다르고, 어느 소식이 맞는지 확실하지 않아 보다 정확한 소스를 내일 아침까지 추가로 확인해달라고 김앤장에 요청했다”고 적었다. 김앤장을 통해 노동부의 조사 준비 상황을 파악하려 한 것이다.

다음 날 아침, C씨는 “김앤장의 정모 씨가 모든 배송업체가 조사대상이 될 것이라 방금 보고했다”고 추가로 보고했다. 노동부의 조사 진행 상황을 거의 실시간으로 공유받았던 것이다.

공정위 ‘불공정 행위’ 조사 앞두고 김앤장 증거인멸 조력 의혹
이번에 뉴스타파가 쿠팡의 전 CPO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는 김앤장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앞서 쿠팡의 증거인멸을 도왔다는 취지의 기록도 들어 있다. 2020년 8월 5일 오전 전 CPO는 쿠팡의 정보보안 담당자로부터 시그널 메시지를 받는다. 이 담당자는 “법무팀 E씨가 공정위 조사를 준비하기 위해 이메일 삭제를 요청했고, 이 요구에 따라 (직원) F씨가 이와 관련해 주고받은 392통의 이메일을 삭제할 것이다. E씨 말로는 이미 당신과 협의됐다고 한다”고 보고했다.

당시 CPO가 전달받은 메시지에는 스크린 캡처 이미지가 첨부돼 있다. 삭제 대상으로 지정된 이메일 목록 중 일부였다. 2019년 쿠팡에서 작성된 ‘매칭가격 공유 및 판매가 정상화 요청’, ‘시장 판매가 급락으로 인한 협조 요청의 건’, ‘가격 매칭 현황 및 정상화 요청’ 등의 이메일이었다.

2019년 쿠팡은 경쟁사에 비해 상품 판매가를 높지 않게 관리하는 일명 '가격매칭' 정책을 펼치고 있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은 경쟁사의 판매가가 떨어지면 납품업체에 연락해 가격을 올리라고 요구했고, 업체에 광고를 강매해 손실을 떠넘겼다. 2020년 공정위는 쿠팡의 가격매칭을 포함한 영업 활동이 불공정 행위라고 보고 조사에 착수했다.

그런데 쿠팡은 공정위 조사를 앞두고 있던 2020년 8월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의 이메일을 CPO를 통해 삭제한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법무팀 E씨가 CPO에게 보낸 메시지를 보면, ‘이메일 삭제 업무’를 전달받았는지 여부를 거듭 확인하는 대목이 나온다. 메시지에서 E씨는 "김앤장이 고위험 이메일을 찾아줬다"며, "김앤장이 제이(제이 조르겐센 당시 최고법률책임자)에게 공정위 조사 이전에 삭제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내용을 전달한다. 김앤장이 쿠팡 법무팀의 증거 인멸에까지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다.

쿠팡, 김앤장 통한 사건 축소·은폐 정황… 질의에도 해명 없어
뉴스타파가 확인한 쿠팡의 내부 자료 속 김앤장은 산재 축소·은폐에 관여하거나 정부 당국의 조사나 감독을 회피할 수 있도록 ‘해결’해주는 역할을 맡았다. 그 결과, 쿠팡은 불법과 탈법을 넘나들며 성장을 거듭했지만 기업으로서의 법적·사회적 책임은 외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뉴스타파는 쿠팡에 2020년 내부 이메일 내용이 사실인지, 노동자 사망사고와 근로감독에서 쿠팡의 책임을 회피 또는 감경하고자 김앤장 변호사 등을 동원해 논의한 것이 맞는지 등을 질의했다. 쿠팡 측은 이메일을 공개한 전 정보보호최고책임자에 대해 “왜곡된 주장을 일방적으로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메일 내용의 진위나 산재 책임회피 논의 등에 대한 질문에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뉴스타파 김지윤 jiyoon@newstapa.org

뉴스타파 이명주 silk@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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