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활용한 채용 솔루션이 고용과 관련해 소비자 보호 법률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미국에서 소송에 휘말렸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채용처럼 전통적인 기업 업무 영역에 AI를 접목하는 과정에서 법적 쟁점이 수면으로 떠오른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업계에서는 기성 법률 적용 여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3일 뉴욕타임스와 로이터 통신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AI 채용 플랫폼 기업 '에이트폴드'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공정신용보고법 위반 혐의로 소송을 당했다.
에이트폴드는 마이크로소프트, 페이팔 등 다수의 글로벌 기업이 사용하는 AI 기반 채용·인재 평가 솔루션 제공 업체다. 소송을 제기한 원고 2명은 에이트폴드가 사전 고지나 동의 없이 구직자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채용 적합도를 평가하고 이 과정에서 오류를 확인하거나 정정할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에이트폴드가 인터넷에서 수집한 개인 데이터를 포함해 소셜 미디어 프로필 등을 비밀리에 활용한다고도 주장했다. 에이트폴드는 해당 주장을 부인 중이다. 구직자가 제공하는 정보와 고용주가 제공하는 직무 요건만을 활용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AI 채용 평가가 '의사결정 보조 도구'인지, 신용평가처럼 법적 보호 대상이 되는 '소비자 보고서'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공정신용보고법은 개인의 고용이나 금융과 관련된 판단에 활용되는 소비자 보고서에 대해 사전 고지, 열람권, 오류 정정권을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소비자 보고서는 개인의 신용 정보, 평가 또는 추론 정보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소송을 제기한 원고 측은 에이트폴드의 AI가 학력 수준과 성향, 향후 커리어 가능성 등을 예측하고 점수화해 채용 판단에 활용하고 있다며 그 기능이 공정신용보고법의 적용을 받아야 하는 신용평가와 유사하다고 주장 중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소송이 AI가 채용 과정에서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탈락시키는지 법적으로 따져보려는 시도라고 전했다. AI 채용 시스템이 참고 자료를 넘어 지원자의 선별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알고리즘이 산출한 평가 결과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갖춰야 한다는 점을 짚었다는 설명이다.
보도에 따르면 에이트폴드 시스템은 지원자를 1~5점으로 평가하지만 구직자는 자신의 점수나 평가 기준, 어떤 데이터가 활용됐는지에 대해 설명을 듣지 못한다. 지난 몇 년간 수천 건의 지원 사례 가운데 면접이나 후속 절차로 이어진 비율은 0.3%에 불과했고 다수의 지원이 에이트폴드의 시스템을 거쳤다는 원고 측 사례도 함께 소개했다.
현지에서는 이번 소송이 개별 기업을 넘어 AI 채용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고용시장과 법조계 분위기를 인용해 향후 데이터 프라이버시나 차별 문제로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고, 로이터 통신도 공정신용보고법이라는 기존 법률을 AI 채용에 적용하려는 첫 사례라는 점을 짚었다.
에이트폴드 사례는 한국에도 시사점을 남긴다. 국내에선 AI 채용 시스템을 쟁점으로 삼은 공개적인 소송 사례가 확인되지 않지만 기업과 플랫폼을 중심으로 채용 과정에 AI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점차 확산되고 있어서다. AI가 구직자에 대한 적합도나 직무 수행 역량 등을 자동으로 평가할 경우 이에 따른 분쟁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전날 시행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으로 고영향 AI와 생성형 AI를 중심의 투명성과 이용자 보호 원칙을 명문화했지만 개별 산업 영역에 대한 구체적인 적용 기준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고용 과정의 데이터 처리를 규율하는 법체계도 미국과 달라 실제 분쟁 발생 시 논란이 예상된다.
임경호 기자 lim@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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