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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장르 경계를 넘어온 ‘헨젤과 그레텔’의 변주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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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돌아온 아이들 l 김혜정 지음, 현대문학(2025)




‘돌아온 아이들’은 ‘하이킹 걸즈’로 비룡소의 제1회 블루픽션상을 수상하며 거의 20년간 청소년소설을 창작해 온 김혜정 작가의 작품이다. 그런데 ‘청소년소설’이 아니라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소설선’으로 출간됐다. 핀 시리즈는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월간 ‘현대문학’ 지면에 선보이고 이것을 다시 단행본 발간으로 이어가는 프로젝트”라고 소개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은 청소년소설일까, 장르소설일까.



사실 2010년대부터 한국 청소년소설은 장르화되었고, 장르소설에서는 청소년 주인공이 대거 등장하면서 청소년소설과 장르소설은 겹치는 부분이 있다. 대개는 이를 작가군이나 출간 형식 등 작품 외적 요소나 작품 내적 요소로 구분해 왔다. 그런데 이 책은 외적, 내적 요소 모두에서 어느 쪽으로 규정하기가 간단치 않다. 여느 청소년소설과도, 장르소설과도 다르기 때문이다. 작가의 전작들과 놓고 보아도 세계관이나 형식이 연결되긴 하나 한층 색다르다. 두 장르에 속할 수 있으면서도 한 장르에만 속하지 않는 특징이 바로 이 작품의 뛰어난 완성도로 보인다.



책에는 두 개의 밑그림이 있다. 첫 번째 밑그림은 서양 민담 ‘헨젤과 그레텔’. 등장인물 세작은 숲의 주인으로, 숲에 들어온 어린이들이 다시는 숲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교묘히 붙잡아둔다. “얼빠지게 굴었다가 아궁이에 밀어 넣어진 선대처럼 아이들에게 당할지도 모른다면서”라는 문장은 세작을 ‘헨젤과 그레텔’ 속 마녀의 후손으로 지칭하며 민담을 이야기에 단단히 고정한다.



숲속 ‘과자 집’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헨젤과 그레텔’은 가장 유명한 민담 중 하나이다. 그림 형제의 민담을 유럽 7개국 언어로 소개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조회 수가 높은 ‘톱 5’에 들어간다. 부모가 자식을 숲에 버리는 데서 시작하는 이 이야기는 사실 매우 끔찍하고 공포스럽다. 그림 형제의 초판본에서는 친부모가 유기했지만, 이후 판본에서는 계모가 친부에게 유기를 종용하는 걸로 바뀐 이유도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자식을 유기하는 부모와 안전망이 되지 못한 사회, 이에 대한 어린이의 공포가 오랜 시간 많은 이들을 이 이야기에 붙들어 놓았을 듯하다. 이 책에도 부모의 학대를 피해 숲에 숨어든 어린이가 나온다. ‘헨젤과 그레텔’은 옛이야기만이 아니라 여전히 오늘날 이야기인 것이다.



또 다른 밑그림 하나는 시간이다. 시간은 작가의 전작을 관통하는 주요 테마다. 어른이 된 미래의 나와 청소년인 현재의 나와의 만남으로 청소년이 성장하는 스토리가 대표적이다. 이 책에서는 30년 전 사라진 고모 민진이 사라졌을 당시 어린이였던 모습으로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어린이인 조카 담희를 만난다. 민진이 있던 세작의 숲에서는 시간이 멈춰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자라고 싶어요. 나의 시간은 흐를 거예요”라는 민진의 말은 그다지 어른이 되고 싶어 하지 않아 하는 오늘날 어린이, 청소년들을 떠올리게 한다.



작품을 이루는 두 개의 밑그림인 ‘헨젤과 그레텔’ 그리고 시간은 이 작품에 장르소설의 성격을 강하게 부여하지만 또한 거기 담긴 청소년에 대한 깊은 애정이 이 작품을 청소년소설이게 한다.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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