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심교의 내몸읽기] 건망증 vs 치매 구별하기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기억나지 않거나, 방금 하려던 말을 잊는 일이 반복된다면 '혹시 치매인지' 걱정이 앞서는 사람이 적잖다. 하지만 기억력이 떨어진 게 꼭 치매를 암시하는 건 아니다. 전문의들은 '건망증'과 '치매'는 발생 원인과 경과, 일상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고 강조한다.
임진희 수원 S서울병원 신경과 원장은 "건망증으로 치매를 의심해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치매가 아닌 경우가 더 흔하다"며 "다만 두 상태를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은 알고 있어야 불필요한 불안과 치료 지연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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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망증은 '단기 기억 문제', 치매는 '뇌 기능 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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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는 뇌의 퇴행성 변화나 손상으로 인해 기억력, 언어 능력, 판단력 등 전반적인 인지 기능이 점점 떨어지는 질환이다. 대표적인 치매 유형인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베타-아밀로이드 같은 이상 단백질이 뇌에 쌓이면서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전두엽이 손상당한다. 이에 따라 단순한 기억력 저하를 넘어 사고력과 일상 수행 능력 전반에 문제가 생긴다.
반면건망증은 의학적으로 '단기 기억 장애'에 가깝다. 건망증은 노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으며,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잠이 부족할 때, 정보가 과도하게 입력돼 뇌의 처리 용량이 일시적으로 초과할 때 발생한다. 건망증은 뇌 조직 자체의 손상·질환은 아니라는 점에서 치매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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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에 반응하면 건망증, 기억 사라지면 치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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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망증과 치매를 구분하는 기준 가운데 하나는힌트를 줬을 때 기억이 되살아나는지 여부다.
임진희 원장은 "잊고 있던 기억이 시간이 지나거나 단서를 줬을 때 다시 떠오른다면 노화·스트레스와 관련된 건망증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기억이 사라지는 범위도 중요하다. 경험의 일부만 떠올리지 못하면 건망증에 가깝지만, 사건·경험 전체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는 치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검사를 고려하는 게 바람직하다.
예컨대 '여행을 다녀왔다'는 사실은 기억하지만, 여행지에서 했던 구체적인 행위 중 일부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면 건망증일 가능성이 크다. 만약 그 장소에 갔다는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단순한 기억 저하로 넘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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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건망증은 유지, 치매는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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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망증은 기억력이 일시적으로 떨어질 수는 있어도 일상생활 전반에는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 언어 능력이나 판단력, 방향 감각 등 다른 인지 기능은 비교적 정상적으로 유지된다.
반면치매는 기억력 저하와 함께 말이 잘 나오지 않거나 판단력이 떨어지고, 익숙한 길에서도 방향을 잃는 등 일상 기능 전반이 무너지는 양상을 보인다. 이 단계에 이르면 혼자서의 생활 유지가 어려워지고, 가족의 돌봄 부담도 급격히 커진다.
건망증 자체는 대부분 별도의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 수면 부족이나 과음, 스트레스처럼 교정할 수 있는 원인이 있다면 이를 바로잡는 것만으로도 호전될 수 있다. 노화로 인한 건망증의 경우 뚜렷한 치료법은 없지만, 금연·절주, 유산소 운동, 독서나 새로운 학습처럼 뇌를 자극하는 생활 습관이 도움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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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치료 목표는 '진행 속도 늦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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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는 완치를 기대하기보다 진행 속도를 늦추고 삶의 질을 유지하는 관리 중심 치료로 접근해야 한다. 특히 초기 단계에서 치료를 시작할수록 효과가 크다.
임 원장은 "치매 초기부터 약물치료를 시작하면 증상 악화를 늦출 수 있다"며 "이는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의 심리적·현실적 부담을 줄이는 데도 의미가 있다"고 설명한다.
이어 "치매 치료는 약물치료에 그치지 않는다"면서 "규칙적인 생활 리듬 유지, 신체 활동과 인지 훈련의 병행, 우울·불안 등 동반 증상 관리, 보호자 교육과 생활 환경 조정까지 다각적인 관리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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