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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후 인종주의로 번져… ‘소수자 혐오’ 대응 차원 해법 찾아야[마가와 굴기 넘어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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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중 정서, 극우 개입 후 인종주의로 변질
2030세대 5명 중 4명 “중국은 비호감”
혐중 정서 단기간 해소는 어려울 수도
“문학계 등 다양한 분야 해법 고민 필요”
경향신문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젊은층의 반중·혐중 정서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향신문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달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중국에 대해 ‘호감 가지 않는다’는 응답이 72%에 달했다. 비호감도가 가장 높았던 연령은 18~29세(86%), 30대(81%)였다.

실제 젊은층은 중국을 어떻게 생각할까. 경향신문 신년기획팀은 지난 13일 수도권 지역에 사는 20~30대 5명에게 설문을 통해서 물어봤다.

직장인 A씨(33)는 “중국에 대한 이미지가 딱히 좋지 않다”며 “기사에서 중국인들의 안 좋은 행동이 많이 나오고 현재 거주지에 중국인이 많아졌는데 소음이나 공공장소 고성 등 에티켓이 좀 부족한 거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B씨(33)는 “중국을 매우 싫어한다”고 했다. 그는 중국과 관련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냐는 질문에 “범죄, 살인, 노(no)답, 시진핑, 대만, 홍콩, 북한, 김정은, 6.25”라고 답했다.

중국에 대해 “매우 싫지도, 매우 좋지도 않다”고 답한 취업준비생인 C씨(25)는 마라탕과 같은 중국 음식을 좋아하고 공공예절을 잘 지키지 않는 중국인은 싫어한다고 했다.

혐중 정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A씨와 B씨는 중국과 중국인의 행태에 의해 “당연한 결과”라고 했다. 취업준비생인 D씨(25)도 “중국에서 오는 사람들의 범죄나 ‘빌런’(악당)들이 나타나면서 혐중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반면 C씨는 “혐중은 올바르지 못하다”며 “한국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는 중국인들이 많지만 중국의 문화는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설문에 응한 이들은 중국과 협력이 필요한지를 묻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중국을 좋은 이미지로는 볼 수 없다”고 말한 직장인 E씨(32)는 “협력해서 이득을 볼 수 있는 내용이 있다면 당연히 협력해야 한다”고 답했다. C씨는 “중국 사람들의 소비가 한국의 매출을 급격하게 증가시킬 수 있는 긍적적인 면이 있다”고 했다. D씨는 “수출이나 관광 등 한국의 이익을 높이기 위해 협력은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의 대중 정책을 ‘친중’이라 평가한 이도 있었다. A씨는 “중국과 협력할 일이 있다면 해야 하지만 필요 이상의 것을 내어주면 안 될 것 같다. 국민들의 반중 정서와 비교해 정부가 중국에 관대한 것 같다”고 했다. B씨는 “경제적인 협력은 진행하되 현 정부처럼 숙이고 친중·친북 정책은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5명 모두 중국에 다녀온 경험은 없었다.

반중 토대 위에 커진 혐중 정서


혐중 정서는 언제 수면 위로 떠 올랐을까. 최윤경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교수는 논문 ‘한국 사회 혐중(嫌中) 현상에 대한 통시적 분석’(2023. 12)에서 ‘반중’과 ‘혐중’을 서로 다른 의미 층위를 지닌 개념으로 구분한다. ‘반중’(反中)은 정책·체제·사상·이념·문화 등에 대한 이성적 차원의 반감과 거부감을 일컫지만, ‘혐중’(嫌中)은 여기에 두려움과 분노, 차별을 기저로 한 혐오 감정이 결합된 것으로 정의한다. 이 논문은 국내 언론사 기사를 통시적으로 분석한 결과,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혐중’이라는 표현이 한국의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용어로 처음 등장한 시점을 2004년 ‘동북공정’ 논란 시기로 제시한다.

한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결정한 2016년 전후로 한·중 관계가 냉각됐다. 중국 측의 ‘한한령’ 여파가 국내에 큰 영향을 미쳤고, 이후 ‘대림동’, ‘조선족’ 등을 범죄와 연관 짓는 영화가 잇따라 흥행하면서 중국에 관한 대중의 부정적 인식이 높아졌다.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 당시 중국의 강경 진압에 이어 그해 말 코로나19가 발생했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는 개막식에서 조선족이 한복을 입고 등장한 것과 쇼트트랙 편파판정 논란이 겹쳐 반중·혐중 정서가 고조됐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한국인의 60~70%가 중국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지난해 8~9월 실시한 <외교안보 현안 인식조사>에서 주변국 호감도를 보면 중국에 대해 ‘싫음’이라는 답변은 59.6%, ‘좋음’이라는 답변은 13.1%에 불과했다. 동아시아연구원이 지난해 6월 실시한 <주변국 인식조사> 결과에서도 중국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대체로 좋지 않은 인상’이라는 답변이 66.3%로 조사됐다. ‘좋은 인상/대체로 좋은 인상’이라는 답변(25.6%)의 두 배 이상이었다. 서울대 평화통일연구원의 <2024 통일의식조사>를 보면 2018~2019년, 2021~2022년에 한국인이 생각하는 최대 위협국이 북한이 아닌 중국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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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중국의 발전을 지켜보는 한국인의 감정 상태에도 주목했다. 한·중 수교 이후 경제적 상호이익을 누리던 양국 관계가 경쟁 관계로 전환되고, 중국 기술력이 한국을 추월하고 있는 데 대한 불편한 감정이 기저에 깔려 있다고 분석된다.

이욱연 서강대 중국문화학 교수는 “역사적으로 한·중 사이의 상호인식은 한·일 관계와 마찬가지로 이성적 인식 외 감정적인 인식이 굉장히 깊게 형성돼 있다”며 “지금 반중 정서는 한국과 중국의 지위가 역전되는, 특히 첨단 기술산업에서 중국이 앞서가는 데 대한 불편감, 나아가 위기감이나 공포감이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엄 이후 등장한 ‘혐중’은 질적으로 달라


국내 혐중 정서는 윤석열 정부의 12·3 계엄·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질적인 변화를 거쳤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전에는 반중·혐중 정서 발현에 ‘중국발 요인’이 있었으나, 계엄 이후 혐중은 국내적인 정치·사회 상황에 따라 자생적으로 커졌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4년 12월12일 4차 대국민담화에서 ‘중국’을 언급하고, 이듬해 1월15일 ‘회색지대’ 등 중국을 암시하는 언어로써 선거 조작 가능성을 주장했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 집회에선 ‘차이나 아웃’이라는 구호가 울려퍼졌다. 극우세력은 적대시할 대상을 북한에서 중국으로 대체하거나, 혹은 북한에 중국을 추가해 결집한다. 이를 일부 보수진영 정치인들이 이용한다.

조형진 인천대 중국학술원 교수는 “계엄 이후 짧은 기간에 계엄 실행·옹호 세력에 의해 중국 관련 발언이 늘어나면서 그 세력 안에서 확실한 인식구조, 하나의 세계관이 완성된 것 같다”고 했다. 조 교수는 구글·네이버 검색 트렌드 분석을 통해 계엄 정국 이후 ‘화·짱·조’(화교·짱개·조선족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멸칭)라는 단어가 새로 등장하고 관련 검색이 급격히 늘어났음에 주목했다. 그는 “중국과 중국인과 관련된 것이라면 무차별적으로 혐오한다는 의미”라며 “중국이라는 국가에 대해 싫어하는 것이면 미·중 관계 속에서 전략적 선택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반중 정서가 인종주의로 변모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혐중 정서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교수는 “최근의 혐중 정서는 한·중 관계 차원에서만 사고하면 안 된다. 국내 상황에서 인종주의로 혐중이 자리잡은 것이라서 중국이 어떻게 해도 바뀌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조 교수는 “중국 혐오를 하는 세력 안에서 어떤 세계관이 완성됐기 때문에 앞으로도 다른 계기가 된다면 똑같이 올라올 기반이 마련된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젊은층에서 반중·혐중 정서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이들이 곧 여론 주도층이 되기 때문에 짦은 기간 내 해소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해석도 있다.

‘혐중’ 대응은 어떻게 해야 할까


경향신문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단체가 지난해 9월19일 서울 명동 주한 중국대사관 인근에서 반중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웃한 국가 사이에서 부정적 감정이 쌓이는 것은 일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혐중 정서가 인종주의로 변모하면 대내외적으로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 하남석 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교수는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인종주의 문제가 수면 아래에 있거나 온라인상에서 있었는데, 최근에는 혐중 시위처럼 오프라인으로 튀어나왔다”고 했다. 하 교수는 “미·중 관계가 경쟁과 갈등 관계 같지만 상황에 따라 두 국가의 관계도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혐중을 하면서 한쪽 편에 서게 되면 외교적으로는 위험할 수 있다”면서 “특히 정치인들이 정치적 입지를 위해 혐중 정서를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호주 싱크탱크 로위 연구소의 딜런 모틴은 지난달 초 ‘한국에서 중국 문제를 외국인 혐오로 해결할 수 없는 이유’라는 글에서 “중국 시민을 향한 혐오는 베이징 권력과 패권적 야욕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썼다. 그는 혐중 정서가 심화해 중국인의 한국 방문이 줄면 국내 관광산업에 피해가 가고, 국내 산업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 결손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안전하고 환영받는 국가로서의 한국의 국제적 이미지가 손상될 수 있다고 했다.

중국인은 상대적으로 한국에 우호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지만 젊은층을 중심으로 혐한 정서도 읽힌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24년 9월에 진행한 <2024 국가이미지 조사>를 보면 중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비율이 59.2%로 나타났다. 전년도 조사 때 ‘긍정적’(62.4%)이라는 응답이 다소 줄었다. ‘부정적’인 호감도를 보이는 비율은 18.2%로 전년도 ‘부정적’(11.4%) 응답보다 올랐다.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비율은 20대 25.0%, 30대 21.6%로 젊은층에서 높았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지난 5일 베이징에서 열린 회담에서 “혐한·혐중 정서 해소를 위한 공동 노력과 청년·언론·학술 교류도 지속하기로 했다”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밝혔다. 양국 간 다층적 교류가 혐중·혐한 정서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욱연 교수는 “2024년 말 중국이 한국인 무비자 관광 조치를 취하면서 중국에 다녀온 이들이 늘어났고, 다녀온 이들의 대중국 인식이 조금씩 바뀐 것 같다”며 “눈으로 보니 ‘깨끗하다, 안전하다, 기술 발전이 빠르다.’ 등 인식 개선이 이뤄진다”고 했다.

한·중 관계를 별개로, 혐중 문제는 국내에서 소수자를 향한 혐오 정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윤경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혐오’라는 표현이 이전에는 사물이나 시설에 사용되다가 사람을 향해 쓰인 지 10여년이 됐다”며 “지금은 그 대상이 중국인이지만, 혐오의 대상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혐오 인식이 확산된다는 것 자체가 사회가 불안정하다는 신호로, 불평등과 갈등이 누적된 사회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이는 한국 사회를 지탱하는 신뢰와 공존의 토대를 잠식하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학교를 비롯해 학계와 문학계, 종교계, 산업계 등 사회 각 분야에서 혐오 인식을 줄이기 위한 역할을 모색하고 지속적으로 실천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에서는 여당을 중심으로 혐오 표현, 혐중 시위 등을 규제하기 위한 법률이 발의되거나 논의되고 있다. 다만 “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보수진영에서 반발하고 있다. 경향신문 여론조사에서는 ‘외국인 대상 반대 시위를 법으로 제한하는 것’에 대해 필요하다는 의견이 50%로 필요하지 않다(42%)는 의견보다 많았다. 최 교수는 “정부의 행정이나 법률을 통한 제재는 오히려 반감을 키워 혐중 현상을 강화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일본처럼 ‘헤이트 스피치(혐오 발언) 해소법’을 만들 수야 있겠지만 혐중 정서를 쉽게 없애긴 어렵다. 혐중 정서가 공적인 영역으로 올라오지 않도록 정치권, 정부, 사회 각계에서 (혐중 정서를) 주변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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