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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은 어떻게 여성에 대한 편견을 재생산했나[책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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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몸에 대한 의학의 배신
엘리자베스 코멘 지음 | 김희정·이지은 옮김
생각의힘 | 576쪽 | 2만6000원
경향신문

“선생님께 땀을 흘려서 죄송해요.”

미국에서 유방암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종양내과 전문의인 저자가 여성 환자들에게 자주 듣는 말은 다름아닌 사과다. 그는 “부당한 사과”를 수도 없이 들었다고 했다. 아파서, 검진 약속을 놓쳐서, 내 증상을 알아차리지 못해서, 상처가 보기 흉할까 봐….

미안함의 이유는 갖가지다. 아픈 자신의 모습에서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느끼는 건 남성 환자들에게서는 잘 보이지 않는 태도이다.

의학사를 전공한 저자는 그 모습이 수세기 동안 ‘여성의 몸은 어떠해야 한다’고 규정해온 관습의 잔재라고 말한다. 서구 의학은 ‘여성은 운동할 수 없는 몸’이라는 등 그릇된 여성관에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믿도록 일조한 공범이었다.

남성을 신체의 기준으로 상정한 현대 의학은 여성의 몸을 자주 오해했다. 책은 의학이 여성의 몸과 고통을 어떻게 오진하고 축소하며 체계적으로 왜곡해왔는지를 신랄하게 파헤친다.

예를 들어 현대 의학의 아버지 윌리엄 오슬러(1849~1919)는 심장마비를 ‘남자다움’과 연관 짓고 여성들이 말하는 심장 질환은 심리적 문제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저자는 여성이 호소하는 고통을 질병이 아닌 ‘기분 탓’으로 돌리는 것이 오늘날의 의료현장에서도 반복되고 있다고 경고한다.

11개 장으로 나뉜 책은 외피계·골격계·내분비계 등 개별적 기관계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다룬다. 저자가 직접 만난 환자를 비롯해 사료 속 의사와 환자들의 사례를 중심으로 의학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다.

‘여성의 자전거 타기가 불임을 초래할 수 있다’고 믿었던 1890년대 서양의 모습처럼 우스꽝스러운 일화도 많다. 그만큼 뿌리 깊은 오진의 역사를 들춰보며 저자는 여성들이 “병원에서도 단호하게 지혜롭고 자신 있게 마땅히 받아야 하는 치료를 당당히 요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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