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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사업장 위험 공유하는 경우 가해자에 산재 구상권 청구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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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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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같은 사업장에서 위험을 공유하며 일을 한 경우라면 근로복지공단의 산업재해 구상권 청구대상이 될 수 없다며 판례를 변경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조희대 대법원장)는 22일 근로복지공단이 지게차 소유주 ㄱ씨와 운전자 ㄴ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파기자판으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파기자판은 대법원이 원심 판결을 파기하면서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결론을 내는 것을 의미한다.



ㄷ업체는 상주영천고속도로 공사를 하도급받은 뒤 철근 운반 작업 등을 하기 위해 건설기계 대여업을 하는 ㄱ씨에게 지게차를 임차했다. 아울러 ㄱ씨에게 고용된 ㄴ씨에게 운전노무도 제공받기로 했다. ㄴ씨는 2017년 2월27일 지게차에 실은 철근 3묶음을 하역하던 중이었는데, 작업을 위해 지게차에 접근하던 ㄹ씨의 머리 위로 철근 일부가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ㄹ씨는 경부 척수손상 등의 상해를 입어 치료를 받았다. ㄹ씨에게 지급된 요양급여와 휴업급여는 4억원 남짓이었고, 장해보상연금은 일시금을 기준으로 2억3천여만원이었다.



근로복지공단은 ㄹ씨에게 보험급여를 지급한 뒤 지게차 소유주와 운전자인 ㄱ씨와 ㄴ씨에게 구상권을 청구했다.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에는 “공단은 제3자의 행위에 따른 재해로 보험급여를 지급한 경우에는 그 급여액의 한도 안에서 급여를 받은 사람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제3자가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금을 공단이 대신 지급한 뒤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 판례는 그동안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에 규정된 제3자에 대해 “보험가입자인 사업주와 함께 직·간접적으로 재해근로자와 산재보험관계가 없는 사람”으로 정의해왔다. 이런 기준에 따르면 ㄱ씨와 ㄴ씨는 재해를 입은 노동자와 산재보험관계가 없기 때문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 기존 판례에 따라 1심과 2심은 근로복지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위권 행사 범위를 보험료 부담 관계가 아니라 “동일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업무상 재해에 관한 공동의 위험관계를 형성하고 있는지”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판례를 변경했다. 재해를 입은 노동자와 동일한 사업주의 지휘·명령 아래 그 사업주의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업무상 재해가 발생하였다면 가해자와 재해근로자는 노동 과정의 위험을 공유한다고 볼 수 있고 이 경우 가해자를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는 제3자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가해자와 재해근로자가 동일한 사업주의 지휘·명령 아래 그 사업주의 업무를 수행하였거나 둘 이상의 사업주로부터 각각 지휘·명령을 받아 각 사업에 속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더라도 그로써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내재하는 위험을 공유하였다면, 그 위험의 현실화로 발생한 업무상 재해에 관하여는 공단의 가해자에 대한 대위권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업무상 재해에 대한 비용은 산업과 사회 전체가 분담하는 것, 즉 공단이 최종적인 보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는 것이 앞서 본 산재보험의 사회보험제도로서의 성격에도 들어맞는다”라며 “(사업장에서의) 위험을 함께 감수한 가해자에게 업무상 재해로 인한 책임을 전적으로 귀속시키는 것은 사업 또는 사업장에 내재하는 위험을 불합리하게 외주화하는 결과를 야기한다”라고 판례 변경 이유를 설명했다. ㄴ씨 역시 노무 제공 과정에서 재해근로자처럼 산재를 입었을 가능성이 있었는데, 이같은 가해자에게 공단이 대위권을 행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다만 오석준·서경환 대법관은 근로복지공단이 ㄱ씨와 ㄴ씨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결론에는 동의했지만 판례 변경에는 반대하는 별개의견을 냈다. 두 대법관은 공사업체와 건설장비 임대업체를 도급 관계로 볼 경우, 공사업체가 현장 장비 작업에 대한 산재보험료를 부담하기 때문에 직·간접적인 보험관계가 형성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ㄷ업체가 현장에서 이뤄지는 ㄴ씨의 작업에 대한 산재보혐료를 내고 재해근로자인 ㄹ씨의 산재보험료도 부담하기 때문에 기존 판례를 적용하더라도 이들을 제3자 관계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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