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공천헌금 ‘쌍특검\' 수용을 요구하며 여드레째 단식 농성 중인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왼쪽)가 22일 국회 로텐더홀 단식 농성장을 찾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출구가 보이지 않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단식을 끝낸 건 다름 아닌 박근혜 전 대통령이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국정농단 사건으로 탄핵당하고 당에서도 제명당한 전직 대통령의 권유에 순순히 단식을 종결한 모양새가 “해괴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오전까지도 여드레째를 맞은 장 대표의 단식 중단은 기약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단식 엿새째부터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낮아져 산소발생기를 착용한 장 대표의 건강 상태는 이날 오전 “언제든 심정지 가능성이 있다”, “의학적으로 인간의 한계”(의사 출신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라는 진단이 나올 정도였다. 당 안팎에선 단식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쳤으나, 장 대표는 “나는 여기에 묻힐 것”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은 채 병원 이송을 완강히 거부했다.
당 대표가 의식이 혼미해 최고위원 주관조차 못 하는 상황에, 지도부 안에선 침울함이 감돌았다. 장 대표를 대신해 이날 최고위를 주재한 송언석 원내대표는 “건강이 극도로 악화된 장 대표의 모습에 비통함을 금할 수 없고, 더불어민주당의 인면수심 디엔에이(DNA)에 분노를 금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단식 농성장 방문은 이런 상황 속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날 오전 11시20분께 단식 농성장이 있는 국회 로텐더홀에 모습을 드러낸 박 전 대통령은 “훗날을 위해 오늘 단식을 이제 멈추시고 건강을 회복하셨으면 한다”며 “오늘 이 자리에서 이제 단식을 그만두겠다, 이렇게 약속을 해주셨으면 합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장 대표는 이로부터 30여분 뒤 단식을 중단하겠다고 밝히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통일교·공천헌금 ‘쌍특검\' 수용을 요구하며 여드레째 단식 중인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서울 관악구의 한 병원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정치권 안팎에선 비판적인 반응이 나왔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2017년 대통령직을 상실해 당적까지 박탈된 전직 대통령을 다시금 중앙정치로 끌어들인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뇌물과 직권남용 혐의로 22년형이 확정돼 4년9개월간 복역하다가 2021년 문재인 전 대통령에 의해 사면·복권된 뒤 정치권과 거리를 둬왔다. 이날 단식 농성장 방문도 탄핵 뒤 처음으로 국회를 찾은 것이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기괴한 장면이다. 장미 단식의 출구가 박근혜라니”라며 “탄핵 2호 윤석열을 면회하며 울고, 탄핵 1호 박근혜의 지시로 단식을 풀며 울먹이는 국민의힘 눈물 장동혁 선생. 탄핵 정도는 당해줘야 당대표를 움직일 수 있는 국힘 클라스(클래스)”라고 비판했다.
서용주 맥 정치사회연구소장도 이날 문화방송(MBC) ‘뉴스외전’과 인터뷰에서 “탄핵당한 대통령과, 내란범으로 사형을 구형받은 대통령을 지지하는 지도부가 만나 단식의 출구전략을 짜고 손잡는 모습을 보면 보수의 희망은 어디 있는가 (생각이 든다)”며 “탄핵당이라는 이미지를 준다”고 지적했다. 서 소장은 두 사람이 “절체절명의 투쟁 수단을 희화화했다”고 덧붙였다.
신인규 변호사도 이날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 출연해 “박근혜는 국정농단범이다. 정치적으로 아무것도 아니”라며 “장동혁 대표 입장에서 티케이(TK·대구경북) 민심을 얻는 쇼를 하면서도, 단식도 빠져나오는 건데, 해괴한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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