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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껏 물어보고, 눈치 보지 않아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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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람& 장애인 전용 헬스장 위탁 운영 이승민 서울 시각장애인연합회 동작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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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민 서울 시각장애인연합회 동작지회장(왼쪽)과 헬스장 운영요원 윤단이 사회복지사가 활짝 웃고 있다.


“가까운 헬스장을 이용하면 좋겠지만 누가 앉아 있을 것 같아 주저하고 주변을 서성이게 되고, 빈자리를 못 찾아서 주변 사람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말 건네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건강이 더 나빠지지 않기 위해 운동해야 하는데 이렇게 미끄럽고 추운 날은 밖에 나갈 수도 없었습니다. 여기 오면 마음 놓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고, 조금 실수해도 장애인들끼리 있으니 서로 너그럽게 이해하고 넘어가 눈치 안 보고 운동할 수 있어 좋습니다.”

동작구(구청장 박일하)가 서울시 자치구로는 처음 장애인 전용 헬스장을 마련하자 이용자들이 보인 반응이다. 구는 지난해 말 열흘간의 시범운영을 거친 뒤 지난 5일 정식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지난 19일 동작구 상도로 두덕빌딩 9층. 문을 열고 들어서자 191㎡ 규모의 탁 트인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여느 헬스장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곳곳에 보이는 ‘배려’가 이곳이 장애인 전용 헬스장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서울&은 이 시설을 위탁 운영하는 이승민 시각장애인연합회 동작지회장을 만났다. 한파가 몰려와 몸이 움츠러드는 날이었지만 회원 10여 명이 운동에 한창이었다.

이승민 회장은 가장 먼저 ‘상호 이해’를 강조했다. 그는 “이용자가 처음 오면 서로 어떤 장애를 가졌는지 파악하고, 이를 통해 서로를 배려하는 분위기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하드웨어만큼 신경 쓴 것은 ‘소프트웨어’, 즉 사람이다. 이곳에는 전문 체육지도사가 상주한다. 이들은 장애 유형과 정도를 고려해 맞춤형 프로그램을 짜고 기구 사용법부터 올바른 자세까지 단계별로 안내하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자처한다.

이 회장은 “장애 유형에 맞춰 지도사들이 운동을 안내해주는 것이 이 헬스장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러닝머신에는 시작 버튼에 도트(돌출 점) 1개, 종료 버튼에 도트 2개를 표시했고, 속도 조절 버튼은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의미하는 점자를 부착해 시각장애인들도 스스로 작동하도록 했다. 그는 “안전 클립도 몸에 달아 몸이 균형을 잃고 위험하면 자동으로 멈추도록 했다”고 소개했다.

이 회장은 이어 휠체어를 탄 상태로 근력 운동을 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이용자들에게 인기 있는 계단 오르기(천국의 계단) 기구와 자전거는 손잡이에도 점자 표시를 적용했다. 헬스장 바닥은 노란색 유도선을 표시해 이용자들이 운동기구를 옮겨 탈 때 기구에 부딪혀 다치지 않도록 배려했다.

회원들의 반응에 대해 그는 “이용자들이 너무너무 좋아하신다. 다들 표정이 밝지 않나. 헬스장이 문을 열자 입소문을 타고 회원이 60여 명으로 금방 늘었다. 요즘 하루 20여 명이 이곳을 이용하고 있다”고 환영 일색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동안 이 지역 장애인들이 헬스장을 이용하려면 송파구 오금동에 있는 ‘서울곰두리체육센터’까지 가야 했다. 시에서 운영하는 이곳은 수영장, 헬스장 등을 갖췄지만 거리가 멀어 이용이 쉽지 않았다.

지도사들이 장애 특성을 고려해 회원들을 세심하게 도와주는 점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회원들이 운동기구에 바른 자세로 앉았는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동작을 하는지, 어떤 근육이 사용되는지도 자세하게 안내하고 있었다. 이 회장은 “동작구 지원으로 배치된 대학생 코치도 지도사들을 돕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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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함께 헬스장을 찾은 시각장애인 어르신이 헬스장 운영요원(오른쪽)의 안내에 따라 운동기구(레그프레스)에서 자세를 잡고 있다.


이 회장에게 이 공간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저시력 시각장애인인 그 역시 헬스장 문턱에서 좌절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대부분 헬스장에선 안전 문제를 이유로 장애인들의 등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나는 헬스장 이용에 불편이 없는데도 등록을 거절당한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승민 회장은 첫 장애인 헬스장이 생긴 만큼 거리에 상관없이 회원들이 몰려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동작구 관내 어디서든 오는데 사당동, 상도역 쪽이나 대방역 쪽에 사시는 분들도 온다. 지하철이나 구가 운영하는 장애인 콜택시인 ‘행복카’를 타고 오기도 한다”며 그동안 장애인들에게 운동이 얼마나 절실했는지 엿볼 수 있는 현실을 설명했다.

동작구의 이번 시도는 장애인 생활체육 참여가 꾸준히 늘고 있음에도 여전히 체육시설 접근과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 속에서 지역 차원의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에 대해 이승민 회장은 “동작구 장애인 전용 헬스장은 생활체육 참여율 확대라는 국가 정책 흐름 속에서 지역이 할 수 있는 역할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운동은 단순한 신체 활동을 넘어 통증 완화와 정서 안정, 사회 참여로 이어진다. 장애인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운동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은 복지의 확장인 동시에 지역 공동체의 성숙을 가늠하는 지표”라고 강조했다.

장애인 헬스장 운영 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동작구에 거주하는 등록 장애인이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별도 예약 없이 신분증과 운동복, 실내 전용 운동화를 지참해 방문하면 된다. 이 건물 7층에는 ㈔서울특별시 시각장애인연합회 동작지회가 있고, 8층에는 동작구 시각장애인쉼터가 마련돼 있다. 7~9층이 모두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실시한 2024년 장애인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생활체육 참여율은 35.2%에 불과했다. 운동에 참여한 장애인은 그렇지 않은 장애인보다 삶의 만족도와 행복감 지수가 높게 나타났다. 그럼에도 장애인의 운동 환경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장애인이 주로 이용하는 운동 장소는 대부분 근처 야외나 공원이고, 체육시설 이용자는 100명 중 17명에도 못 미친다.

글·사진 이동구 기자 dongg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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