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식시장에서는 주가가 100만원을 넘어 황제주가 되면, 이후 주가가 하락하는 이른바 ‘황제주의 저주’ 현상이 종종 발생했다. 그런데 최근 증시가 이례적인 강세를 보이면서 과거 징크스도 힘을 잃은 모습이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종가 기준 1주당 100만원을 넘긴 종목은 효성중공업(231만9000원), 삼성바이오로직스(187만3000원), 고려아연(165만7000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131만5000원), 삼양식품(120만원) 등 5종목이었다.
1주당 가격이 50만원을 넘는 주식도 HD현대일렉트릭, 두산, 태광산업, SK하이닉스, HD현대중공업, 삼성에피스홀딩스, 현대차, LIG넥스원, 레인보우로보틱스, LS ELECTRIC 등 10종목에 달한다. 지금은 주가가 떨어졌지만 두산과 태광산업도 지난해 말 한때 100만원을 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황제주와 준황제주 수가 늘었다. 코스피 하락장이었던 지난해 초, 황제주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한 개 종목에 불과했다. 주당 가격이 50만원을 넘는 종목도 고려아연, 삼양식품, 태광산업 세 곳뿐이었다.
지난해 6월 이후 국내 증시가 조금씩 활기를 띠며 황제주 수가 늘기 시작했다. 삼양식품, 효성중공업, 한화에어로스페이, 두산 등 4개 종목이 새로 황제주에 등극했다. 효성중공업 주가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40만원 수준이었지만, 이달까지 477% 상승하며 주당 200만원이 넘는 ‘초황제주’가 됐다. 1주 주가가 200만원을 넘긴 것은 경영권 분쟁이 극심했던 고려아연 이후 처음이다.
주목할 점은 지난해 상승장에서 황제주가 된 종목 대부분이 ‘황제주의 저주’를 피했다는 것이다. 황제주의 저주란 주가가 100만원을 넘긴 후 기업 가치가 떨어지거나 주가가 오히려 급락하는 경우가 잇따르면서 나온 말이다.
우리 증시 사상 처음 1999년 황제주에 올랐던 SK텔레콤을 비롯해 한국정보통신·다음커뮤니케이션·새롬기술 주가가 줄줄이 100만원을 넘었지만, 이듬해 ‘정보통신(IT) 버블’ 사태로 주가는 빠르게 붕괴했다. 엔씨소프트 역시 2021년 1월 황제주에 등극했다가 이후 다수 게임이 흥행 실패하면서 현재 주가는 20만원대로 주저앉았고 LG생활건강 역시 이전에 누리던 황제주의 영광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100만원이라는 주가가 투자자들에게는 너무 높은 수준으로 인식돼 거래량이 줄어들고, 호재보다는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해 ‘황제주의 저주’ 현상이 발생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런데 최근 강세장에서는 이런 공식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 황제주 5개 중 4개 주가가 지난해 하반기보다 주가가 더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사상 처음으로 종가 기준 코스피 4000선을 돌파했던 지난해 10월 27일과 비교해보면, 효성중공업 주가는 21% 상승했다. 삼양바이오로직스(55%), 고려아연(49%), 한화에어로스페이스(27%)의 주가도 올랐다. 다만 삼양식품의 경우 실적 부진 여파로 같은 기간 주가가 5%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황제주의 주가 상승이 실적 개선에 기반한 결과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효성중공업의 목표 주가가 300만원까지 제시됐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도 180만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황제주에 투자할 땐 회전율에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주가가 높은 특성상 거래량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 황제주의 1일 거래량은 10만주를 밑돈다. 상장주식 수 대비 거래량을 비교해보면 효성중공업 0.51%, 삼성바이오로직스 0.13%, 고려아연 0.39%, 한화에어로스페이스 0.51%, 삼양식품 0.84% 수준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황제주는 한 주당 단가가 높아 거래량이 저조할 수 있다”며 “기관 투자자에게는 주당 가격의 영향이 적겠지만 개인 투자자들 참여가 높은 국내 증시에서는 절대적인 단위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jyou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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