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실을 '깜짝' 방문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취임 1주년을 맞아 백악관 대변인이 기자들을 상대로 브리핑을 하기로 예정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스페셜 게스트'로 참석한 것이다.
"미국이 가장 핫하다"는 트럼프…여론조사는 정반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
그의 품에는 두툼한 종이 뭉치가 들려 있었고 표지에는 '업적(accomplishments)'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즉석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난 이 자리에서 이걸 일주일 동안 읽을 수 있는데 그래도 다 읽지 못할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는 그 어느 행정부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이룩했다"고 말했다.
지난 1년간 미국이 어떻게 변했는지 그는 1시간 20분 넘게 장황한 설명을 늘어놨다.
자신이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불법 이민을 차단하고, 범죄를 줄이고, 물가를 낮췄다는 등의 얘기였다.
그는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핫한(hottest country) 나라가 됐다"며 "나를 꼭 사랑하지는 않는 사람들조차 '대단한 한해였다'고 본능적으로 말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언급과 달리 여론은 차가웠다.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조사센터(NORC)가 지난 16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40%에 머물렀다.
공화당원 10명 중 8명은 트럼프 대통령의 전반적인 국정수행을 지지했지만, 이들조차 트럼프 대통령이 생활물가 문제 해결에 '크게 기여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16%에 불과했다.
"관세 없앤다면 중국이 우리 산업 빼앗아 갈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온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는 허세도 있었고 전략적 모호성도 숨어 있었다.
그는 "한국, 일본과 (무역) 합의를 타결하면서 우리는 전례 없는 수준의 자금을 확보했다"며 동맹을 압박한 얘기도 자랑스레 꺼냈다.
자연스레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적법성을 심리하는 미 연방대법원을 의식한 발언도 나왔다.
그는 "대법원이 우리나라를 위해 옳은 결정을 하길 바란다"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정말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관세 덕분에 미국에 역대 가장 많은 자동차 공장이 건설 중이다. 만약 관세를 없앤다면 중국이 우리 산업을 빼앗아 갈 것(eat our lunch)"이라며 위기감을 강조했다.
현재 미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 없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전세계를 상대로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한 것이 적법한지를 심리 중이다.
앞서 1심인 국제무역법원(USCIT)과 2심인 워싱턴 DC 연방순회항소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조치가 불법이라고 판단했다.
"노벨상 달라" "유엔 도움 안 돼" 좌충우돌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
국가의 이익보다 개인의 명예에 초점을 맞춘 언급도 있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전투 등 세계 각지의 분쟁을 평화롭게 끝냈는데도 노벨평화상을 받지 못했다"고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했다.
앞서 노르웨이 총리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에게 문자를 보내 "내가 8개의 전쟁을 중단시킨 공로가 있는데도 귀국은 내게 노벨 평화상을 주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나는 더 이상 순수하게 평화만을 생각해야 할 의무를 느끼지 않는다"고 밝혀 빈축을 샀다.
미 NBC 방송과 전화 인터뷰에서도 "노르웨이(정부)는 노벨 평화상 결정에 영향력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그들이 뭐라고 말하든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며 노르웨이 정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도 노벨평화상에 대한 미련을 숨기지 않은 셈이다.
국제기구 무용론에 무게를 싣는 발언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 관련 자신이 직접 의장을 맡은 '평화위원회'를 설명하면서 "유엔이 더 많은 일을 해줬으면 좋겠다. 평화위원회가 필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도 "유엔은 내가 수많은 전쟁을 해결했음에도 나를 한 번도 도와준 적이 없다"고 언급했다.
'평화위원회가 유엔을 대체하길 원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럴 수 있다"(might)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어 "유엔은 정말 도움이 되지 못했다. 나는 유엔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지만 그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한 적이 없다"고 공세를 취했다.
다만 곧바로 "나는 유엔의 잠재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계속 운영돼야 한다고 믿는다"며 수위조절을 했다.
미국이 최근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국제기구에서 잇달아 탈퇴하고, 자신이 주도하는 평화위원회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어서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정작 미국의 전통 우방인 영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위원회 초청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당국자들을 인용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막대한 가입비를 내야 하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까지 참여하는 평화위원회에 가입할 계획이 없다"고 보도했다.
NYT "트럼프, 미국 섬기기보다 자기 재산 불리는 데 집중"
NYT 캡처 |
트럼프의 자화자찬이 무색하게 진보 성향의 주류 언론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 1년을 돌아보며 부정적인 면에 더 집중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인을 섬기기보다 자기 재산을 불리는 데 집중했다"며 "그가 지난 1년간 대통령직을 이용해 최소 14억달러(약 2조원)를 벌었다"고 꼬집었다.
NYT는 "트럼프는 대통령직을 악용하는 데 모든 에너지와 창의력을 쏟아부었다"며 "국민과 기업, 그리고 다른 나라 정부가 얼마나 많은 돈을 기꺼이 자신의 주머니에 넣어줄 의향이 있는지 알아내는 데 집중했다"고 지적했다. (He has poured his energy and creativity into the exploitation of the presidency — into finding out just how much money people, corporations and other nations are willing to put into his pockets,)
NYT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부를 정적 수사에 동원하는 등 대통령 권한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경기진작을 위한 통화정책을 수행하지 않는다며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에 대한 공개적 독설과 수사, 시민의 안전을 도외시한 불법 이민에 대한 강력한 단속, 미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동맹국에도 내민 '관세 폭탄' 등이 향후 미국 경제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짚기도 했다.
특히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병합에 대한 야욕을 숨기지 않으면서 유럽 동맹국들과 무역 전쟁은 물론, 동맹 파기도 불사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에 우호적인 논조를 보인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최근 사설에서 유럽에 대한 관세 부과와 관련해 '동맹을 괴롭히는 제국주의'(bullying imperialism)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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