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은 주요우울장애 환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결과 중 하나로, 자살 위험성을 예측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기존 연구들은 과거 자살 시도 경험이 향후 자살 위험을 예측하는 요인이라고 제시해 왔으나, 자살 시도 경험에 따른 뇌 기능 네트워크의 변화에 대해서는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주요우울장애 환자 123명을 자살 시도 경험 유무에 따라 분류하고, 정상 대조군 81명과 뇌 기능 네트워크의 차이를 비교 분석했다. 분석에는 휴지기 자기공명영상(resting-state fMRI)과 임상 정보, 아동기 외상 경험 설문지(CTQ)가 이용됐다.
연구결과, 자살 시도 경험이 있는 주요우울장애 환자들은 정상 대조군에 비해 시각피질과 전두엽 사이의 기능적 연결성이 유의미하게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시각피질은 눈으로 본 정보를 해석하고, 과거 기억과 정서적 경험을 바탕으로 장면이나 이미지를 재구성하는 뇌 영역이다. 전두엽은 이러한 정보에 기반해 판단을 내리고 감정을 조절한다.
두 영역 간 연결이 약해질 경우, 뇌에서 형성된 이미지나 기억이 전두엽으로 원활히 전달되지 못해 감정 조절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는 자살 시도를 단순한 우울 증상 악화로 해석하기보다, 정보를 해석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뇌 신경 네트워크의 차이를 함께 고려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또한, 연구팀은 아동기 신체적 방임 경험이 많을수록 시각피질과 전두엽 사이의 연결성이 약해진 것을 확인했다. 이는 어린 시절 충분한 돌봄을 받지 못한 경험이 뇌 기능 회로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일부 주요우울장애 환자에서 자살 시도 위험을 높이는 신경생물학적 기반으로 적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를 이끈 한규만 교수는 "자살 시도 경험이 있는 우울증 환자들은 단순히 증상이 더 심한 집단이 아니라, 정보를 인식하고 해석하며 감정을 조절하는 뇌 연결 구조의 차이에 의한 것일 수 있다"며 "이번 연구가 자살위험을 증상 중심 평가를 넘어 뇌 신경 네트워크의 기능적 특성이라는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연구를 통해 어린 시절 방임의 경험이 뇌 네트워크 발달과 연관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자살 고위험군을 조기에 선별하고, 체계적인 예방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신경정신약물학회(American College of Neuropsychopharmacology, ACNP) 공식 학술지인 Neuropsychopharmacology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왼쪽부터) 한규만 교수, 함병주 교수, 박지훈 임상강사, 정민지 연구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