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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도 저항도 '애국'이라는 세상, 50년 전과 닮아도 너무 닮았다"[라임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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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코리아' 우민호 감독
"현빈의 국기에 대한 맹세, 야만의 민낯"
"시즌 2는 욕망의 청구서 받는 파국될 것"
아시아경제

디즈니+ '메이드 인 코리아' 스틸 컷


"요즘 뉴스를 보면 1970년대와 겹쳐 보인다. 계엄을 선포하는 것도 애국, 그걸 막아서는 것도 애국이라 한다. 저마다 나라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충돌한다. 이 애국의 카오스(혼란)가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소름 돋게 똑같다."

우민호 감독에게 1970년대와 2020년대는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다. 영화 '마약왕' '남산의 부장들'에 이어 내놓은 디즈니+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중앙정보부 정보과장 백기태(현빈)와 우직한 검사 장건영(정우성)의 대립을 통해 국가와 정의가 충돌하던 시대의 모순을 날카롭게 해부한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왜 자꾸 1970년대를 호출하느냐"는 물음에 "현재의 모순을 풀 열쇠가 그 시대에 숨어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지금 대한민국이 앓고 있는 욕망의 기원이 바로 그곳에 있다."

우 감독에게 1970년대는 박제된 흑백사진이 아니다. 성장이라는 미명 아래 묵인된 야만과 과정보다 결과를 숭배하는 비뚤어진 신념이 잉태된 욕망의 원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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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민호 감독


그렇기에 제목인 '메이드 인 코리아'는 중의적이다. 1970년대가 쏘아 올린 수출입국의 자부심인 동시에 그 시스템이 잉태한 괴물에 대한 뼈아픈 낙인이라고 할 수 있다. 우 감독은 "빛이 강하면 어둠도 짙은 법"이라며 "백기태라는 마약상 역시 한국 사회가 만들어낸 '메이드 인 코리아' 그 자체"라고 정의했다.

그가 그려낸 1970년대는, 국가 권력이 뒤에서 마약 밀매를 묵인하고 범죄자는 그 탐욕을 '애국'이라 칭하며 활개 치는 시대다. 이 섬뜩한 모순은 "이게 다 나라를 위한 일"이라는 백기태의 뻔뻔한 궤변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우 감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오늘날 대한민국을 본다.

"보수든 진보든 자신의 사익을 국익으로 포장하는 기술은 그때 완성됐다. 그 기형적인 믿음이 50년의 세월을 건너와 지금의 사회적 갈등을 만들고 있는 듯하다."

광기의 정점은 배우들의 연기로 완성됐다. 특히 시즌 1 말미에 백기태가 보이는 국기에 대한 맹세와 시가를 피우는 모습은 대본에 없던 즉흥적인 주문이었다. 현빈은 이 돌발적인 제안을 본능적으로 낚아채 욕망에 도취한 괴물의 민낯을 서늘하게 조각해 냈다. 죄책감은 소거되고, 오직 과업을 완수했다는 도취감만 남은 얼굴. 우 감독은 "대통령 사진을 응시하며 경례하는 순간 무릎을 쳤다. 그 표정 자체가 곧 야만의 시대였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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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메이드 인 코리아' 스틸 컷


반면 정우성이 연기한 장건영은 모두가 욕망에 취해 비틀거릴 때, 홀로 꼿꼿하게 눈을 뜨고 있는 돈키호테다. 거대 권력이라는 풍차를 향해 승산 없는 싸움을 건다. 우 감독은 이 무모한 질주에 대해 "이성이 통하지 않는 야만의 시대를 온몸으로 뚫고 나가려는, 가장 고독하고 처절한 몸부림"이라고 해석했다.

이야기는 아직 마침표를 찍지 않았다. 현재 제작이 한창인 시즌 2는, 욕망의 잔치가 끝난 뒤 필연적으로 날아드는 가혹한 '청구서'다.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와 12·12 군사반란이 일어난 1979년을 배경으로 욕망의 열차가 탈선하는 파국을 보여줄 예정이다.

우 감독은 "세상에 공짜는 없다. 악인들이 시즌 1에서 즐긴 도파민의 대가를 시즌 2에서 혹독하게 치르게 될 것"이라면서도 "독재의 밤은 끝났지만, 욕망의 밤은 여전하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50년의 시차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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