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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하듯 선을 쌓아 지워내는 시간…최병소 유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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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마지막 10년간 남긴 '신문 지우기' 연작 21점 출품…페로탕서 내달 7일까지
연합뉴스

최병소 개인전 전시전경
[페로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신문지에 볼펜과 연필로 선을 반복적으로 긋는 수행과 같은 작업을 해온 작가 최병소(1943∼2025)의 개인전 '무제'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 페로탕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해 작가가 별세한 이후 처음 열리는 개인전으로, 생애 말년의 작업 세계를 되짚는 자리다.

이번 전시에는 생애 마지막 10년간 몰두한 작업 중 대표 연작 '신문 지우기' 21점이 출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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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소 '신문 지우기 연작'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서울 강남구 신사동 페로탕에서 열리고 있는 최병소 개인전에 전시된 신문 지우기 연작. 2026.1.20. laecorp@yna.co.kr


신문 지우기는 먼저 신문지에 볼펜으로 선을 그어 신문의 활자와 사진을 완전히 지워내고, 그 위에 다시 연필로 선을 그으며 화면을 가득 채우는 작업이다. 볼펜 잉크와 연필 흑연으로 새까맣게 뒤덮인 신문지는 마찰로 얇아지고 군데군데 떨어져 나가며 삭은 양철판처럼 전혀 다른 매체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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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소 작 '#91401'
[페로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장 1층에 전시된 6개 작품은 실제 신문지가 아닌 빈 신문 용지에 작업한 것이다. 기존 작업이 신문의 활자와 사진을 지우는 데 집중했다면, 이 작업은 아무것도 없는 종이에 지우기 행위를 더한 것이다.

특히 '#91401' 작품은 잉크가 없는 볼펜을 사용해 선을 그었다. 다른 작업과 달리 회색 신문 용지가 그대로 남아있지만, 그의 지우기 수행 흔적도 함께 남아 있다.

반면 전시장 2층에는 대부분 실제 인쇄된 신문지 위에 지우기 작업을 한 작품들이 걸렸다. 일부 작품은 기존 신문을 부분적으로 남겨 지우기 작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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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소 '신문지우기 연작'
[페로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작가는 1970년대부터 '신문 지우기' 작업을 통해 종이에 새겨진 이미지와 언어가 지닌 정보성과 의미를 해체하고 물질 본연으로 환원해 왔다. 정보 과잉의 시대에 쏟아지는 정보를 잠시 막아내고, 본질에 집중하도록 유도한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문제의식이다.

프랑스 평론가 올리비에 케플렝은 이번 전시 서문을 통해 "언어의 과잉은 우리를 압도하고 침식한다"며 "최병소는 이런 언어 사용 방식이 우리를 삶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는 점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작가는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서양화과와 계명대학교 미술대학원을 졸업했으며 1970년대 후반 대구 현대미술 운동의 핵심 인물로 활동했다. 실험적 태도와 독창적인 조형 언어로 한국 현대미술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시는 다음 달 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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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소 작가
최병소 작가가 생전에 신문 지우기 작업을 하는 모습. [페로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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