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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人들의 분노 “우리도 트럼프와 동등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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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일 그린란드 수도 누크 시내의 미국 영사관. 지난주 반미 집회에서 시위대가 항의의 뜻으로 꽂아둔 그린란드 자치령 깃발이 성조기 아래에서 나부끼고 있다./원선우 특파원


20일 오후 1시(현지 시각), 그린란드 수도 누크 공항은 그린란드 깃발을 든 수백 명 인파로 가득 차 있었다. 한국의 중소 도시 버스 터미널 크기의 이 공항은 최근 미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미국·덴마크 정부와 회담을 마친 뒤 귀국하는 비비안 모츠펠트 자치정부 외무부 장관을 환영하기 위한 사람들로 붐볐다. 모츠펠트는 “우리나라(그린란드)가 다시 예전처럼 안전한 곳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여러분이 익숙하고 안전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모츠펠트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에도 취재진에 둘러싸여 한참 동안 공항을 빠져나가지 못했다. 70~80대 노인부터 아기를 안고 나온 젊은 어머니까지 그린란드 깃발을 들고 나와 모츠펠트를 환영했다. 공항 곳곳에서 전투복을 입은 덴마크 군인들과 제복을 입은 소방관들도 눈에 띄었다. 누크 공항 관계자는 “공항 개항 이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온 적이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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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그린란드 누크공항에서 최근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미국·덴마크 정부와 회담을 마친 뒤 귀국한 비비안 모츠펠트(가운데 여성) 자치정부 외무부 장관이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원선우 특파원


인구 5만6000여명이 사는 그린란드는 최근 도널트 트럼프 미 대통령의 ‘병합’ 의사를 밝힌 뒤 역사상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누크 시내 곳곳엔 그린란드 자치령 깃발이 내걸려 있었고, 그린란드 시내 주요 길목마다 카메라와 마이크를 든 전세계 취재진이 실시간 보도를 하고 있었다. 지난주 그린란드 인구의 3분의1가량이 모여 “양키 고홈”을 외쳤던 미국 영사관 인근에서도 기자 몇 명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린란드 사람들은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벼락 관심’이 달갑지 않은 눈치였다. 미국 영사관 앞을 지나던 한 주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다른 주민은 “트럼프 때문에 우리의 일상은 이제 더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게 됐다”고 했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거리에서 만난 사람 중 상당수는 현 상황에 대한 외국 언론의 질문이 부담스러운 듯 “관심이 없다” “그린란드에서 살지 않는다”며 지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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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그린란드 누크공항에서 최근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미국·덴마크 정부와 회담을 마친 뒤 귀국하는 비비안 모츠펠트 자치정부 외무부 장관을 환영하는 인파가 자치령 깃발을 들고 서 있다./원선우 특파원


그러나 누크 시내 곳곳에서 인터뷰에 응한 그린란드 시민들은 ‘도널드 트럼프’라는 말을 듣는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타오르던 ‘고요한 분노’를 조금씩 내비쳤다. 이들은 트럼프에 대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면서도, “우리는 돈으로 거래하는 물건이나 힘으로 마구 때리면 말을 듣는 동물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인데도, 트럼프는 그 사실을 무시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에게도 언어가 있고 역사가 있고 전통이 있다.” 20대 청년 아길의 목소리는 조금씩 떨렸다. 덴마크 식민 지배를 160년 넘게 겪은 뒤 지금은 세계 초강대국 미국의 강제 병합 시도에 직면한 그린란드 사람들은 “우리도 트럼프, 미국인과 동등한 사람이다”라고 본지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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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린란드 여성이 20일 누크 공항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아기가 그린란드 깃발을 들고 있다./원선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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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크(그린란드)=원선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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