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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킨리 꿈꾸는 트럼프…‘1898년 제국주의’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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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해군 함정이 지난 15일(현지시각) 그린란드 남서부 해안 지역에 있는 수도 누크 인근 해역을 순찰하고 있다. 누크/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예측 불가능한 인물이다. 그는 그걸 협상에서 무기로 삼는다. 그러나 취임 1년을 맞은 지금 트럼프 2기의 행보를 되짚어보면 그가 추구하는 대외 정책의 큰 방향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해 1월20일 취임사는 그 방향을 엿볼 수 있는 드문 창이었다. 트럼프 1기 때도 취임사는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렸지만, 이른바 ‘어른들의 축’이 백악관과 행정부 요직을 맡으면서 실행 과정에서 상당 부분 순치됐다. 반면 2기에는 충성도 높은 분신들을 요직에 앉혀 일사불란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취임사를 다시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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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사에서 트럼프의 세계관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부분은 이 대목이었다. “미국은 다시 한번 성장하는 나라가 될 것이다. 부를 확장하고, 영토를 넓히며, 도시를 세우고, 우리의 기대를 높이고, 성조기를 새로운 아름다운 지평선으로 이끌어가는 나라로 말이다.” 그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보호관세, 영토 확장, 에너지 자원 확보를 제시했다. 실제로 취임 직후부터 관세 부과를 놀라운 속도로 집행했고, 금융시장 충격이 클 때는 나라별 적용 시기를 달리하는 ‘살라미식 전법’으로 충격을 분산시키면서 끝까지 밀어붙였다.



트럼프가 그다음으로 집중하고 있는 것은 영토 확장이다. 미국은 지난 3일 베네수엘라를 전격 침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해 미국으로 압송했다. 이어 중남미의 멕시코·콜롬비아·쿠바에 대한 군사행동을 시사하고, 북미의 덴마크령 그린란드 병합까지 시도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침공 다음날인 4일, 그는 “미래는 무역·영토·자원을 보호하는 능력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이것이 국가 안보의 핵심이며, 세계 패권을 규정해온 철의 법칙”이라고 못박았다. 약소국 ‘병합’이라는 제국주의 시대 언어가 다시 등장하고, 그린란드를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이 분열하는 양상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매킨리의 관세·영토 팽창 정책





트럼프의 이런 행보는 미국 제25대 대통령 윌리엄 매킨리를 떠올리게 한다. 트럼프가 취임사에서 ‘위대한 대통령’이라 칭송한 인물이다. 매킨리는 1897년부터 1901년까지 재임하다 무정부주의자에 의해 암살당한 비극적인 대통령이다. 트럼프는 그를 두고 “타고난 사업가”라며 “관세와 재능으로 우리 나라를 매우 부유하게 만들었다”고 치켜세웠다. 또 파나마운하 운영권을 확보해 후임 대통령이 ‘위대한 일들’을 할 기반을 닦았다며 자신도 그 길을 잇겠다고 공언했다.



매킨리는 보호관세와 영토 팽창 정책을 동시에 추진해 미국을 ‘공식적인 제국주의’의 길로 이끈 인물이다. 그는 관세를 미국 산업 부흥의 유력한 수단이라고 보고, 하원의원 시절부터 관세 인상을 주도했다. 1890년 통과한 법은 지금도 ‘매킨리 관세법’으로 불린다. 대통령 재임 시에도 평균 관세율을 39%에서 52%로 대폭 인상했다. 보호무역은 얼핏 한 나라를 고립으로 이끌 것 같지만, 실제로는 다른 결과를 낳는다. 당시 미국처럼 고속 성장기에 접어든 강대국의 경우,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 원자재·에너지의 안정적 조달, 상품을 팔 수 있는 외부 시장, 기업의 투자처 확보가 필수적이다. 국내 시장을 보호하는 관세를 채택하면서도, 동시에 자원·시장·투자처를 찾아 국경 밖으로 나가야 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실제로 매킨리는 영토 확장과 이를 뒷받침할 해군력 증강에 나섰다.



그는 1898년 스페인과의 전쟁까지 불사했다. 미-스페인 전쟁은 미국이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열강과 마찬가지로 본격적인 제국주의의 길로 들어섰음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사건이었다. 당시 유럽 열강은 이미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삼은 데 이어, 중국과 중남미를 둘러싸고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었다. 여기에 일본과 러시아까지 식민지 쟁탈전에 뛰어들었다. 매킨리는 중국·중남미 시장 확보가 중요하다고 봤고, 이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강한 위기감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스페인과의 전쟁도 이 위기감과 깊이 연결돼 있다. 스페인은 카리브해 요충지 쿠바와 아시아의 필리핀을 식민지로 거느리고 있었다. 미국은 전쟁 승리로 쿠바를 보호령으로 편입해 카리브해를 장악했고, 필리핀을 식민지화함으로써 중국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같은 해 하와이를 병합하고, 이후 파나마운하 운영권까지 확보하면서 해상·무역 네트워크의 요충지를 손에 넣었다.





다시 돌아온 제국의 그림자





훗날 미국 역사학자 리처드 호프스태터는 당시 미국 분위기를 “불안과 투쟁심, 그리고 자국이 세계를 이끌어갈 ‘명백한 운명’을 타고났다는 믿음이 뒤섞여 있었다”고 묘사했다. 현재 트럼프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은 일자리와 사회적 지위에 불안을 느낀 백인들의 복권 욕구, 기존 질서에 대한 반발이라는 점에서 유사한 정서를 재현하고 있다.



마가 지지층은 장기화된 중동전쟁 개입에 피로감을 느끼며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도, 서반구 문제에 대해선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인다. 베네수엘라 침공 역시 해외 군사 개입이지만, 이들은 이를 ‘서반구 방어’로 간주해 정당화한다. 마가 진영의 이론가 스티브 배넌은 “베네수엘라는 서반구 방어의 범주에 속하며, 이는 전후 국제 규범에 기반한 질서를 해체하기 위한 기초 요소”라며 “‘명백한 운명 2.0’보다 더 ‘미국 우선주의’인 게 또 어디 있겠는가”라고 주장한다. 서반구 패권 재확립은 중·러가 각 지역 패권을 노리는 상황에서 비난받아서는 안 되며, 미국의 힘을 키우기 위해선 서반구의 풍부한 천연자원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미국 우파 매체 ‘데일리 와이어’에서 활동하는 논객 맷 월시는 엑스(X) 계정에 “팽창은 미국식 방식이다. 미국이 존재하기 시작한 첫 순간부터 그랬다. 만약 1800년대의 미국인들이 오늘날 일부 반대자들처럼 소심했다면, 우리는 결코 태평양에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썼다.



실제로 미국은 19세기 내내 영토 팽창에 나섰다. 1803년 프랑스로부터 루이지애나를 사들이고, 1848년 멕시코와 전쟁을 통해 캘리포니아 등 서부 지역을 병합했으며, 1867년에는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사들였다. 1898년 스페인과의 전쟁 승리는 이런 팽창의 정점을 이룬 사건이었다. 이후 미국은 스페인 제국의 잔존 식민지를 빼앗으며 태평양의 신흥 강국으로 떠올랐다. 매킨리 연구자 아루프 무카르지(Aroop Mukharji)는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서 “미국은 오랜 세월 동안 영토 확장, 자원 착취, 식민주의에 익숙한 국가였다”며 “1898년이 결정적 전환점이었다”고 썼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트럼프 2기의 행보는 ‘1898년의 시대’를 21세기에 다시 불러오는 시도에 가깝다.





소유욕·지배욕의 덫





외국에 대한 군사 개입의 초기 환상은 언제나 비슷하다. 지도자만 무너뜨리면 그 나라 전체를 손에 넣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인식한다. 그러나 미국의 해외 개입 역사는 이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거듭 보여줬다. 필리핀은 그 대표적 사례다. 미국은 스페인으로부터 필리핀을 빼앗았지만 곧 필리핀인들의 격렬한 저항에 직면했고, 미-필리핀 전쟁은 1899년부터 1913년까지 이어졌다. 20세기 들어서도 이라크·아프가니스탄·리비아 등에서 장기전의 늪에 빠지거나, 해당 국가를 독재자의 수중 혹은 내전·무법 상태로 남겨둔 채 물러나는 패턴이 되풀이됐다.



트럼프는 최근 뉴욕타임스와 한 인터뷰에서 그린란드를 두고 “소유권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미 미군 기지가 있음에도 굳이 영토를 ‘소유’해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그건 성공을 위해 심리적으로 필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소유권이란 건 임대나 조약으로는 얻을 수 없는 무언가를 준다.” 부동산 개발업자다운 발상인데, 국제정치에서 갖는 의미는 지대하다. 이것이 약소국에 대한 지배 욕망으로 발현되고, 기존 국제질서를 뒤흔드는 탓이다. 무카르지의 연구에 따르면, 매킨리도 필리핀을 점령한 순간부터 필리핀에 대해 강한 ‘소유의식’을 느꼈다고 한다. 그 결과, 기존에는 미국과 거의 무관했던 사안들이 미국의 핵심 이익으로 과대평가되기 시작했다.



트럼프의 서반구 영토 확장 시도는 19세기~20세기 초 세계관에 기대고 있다. 당시 부의 원천이 영토와 화석에너지, 식민지 무역이었다면, 21세기의 부는 주로 첨단기술·재생에너지·자유무역에서 나온다. 끝없는 군사 개입과 영토 집착은 시대착오적이다. 트럼프가 ‘매킨리의 귀환’을 꿈꿀수록, 미국은 1898년의 영광뿐 아니라 그 뒤를 이은 긴 전쟁의 덫에 빠져들 위험을 안게 될 것이다.



박현 논설위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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