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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는 과거 아닌 현재···다채로움 보여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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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용 한지장 인터뷰
쓰임·창작 가능성 등 재차 강조
젊은 작가들과 잇따라 협업도
한지 매력 집중조명한 기획전
포스코미술관서 내달 1일까지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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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록 물빛과 노란 햇살을 고스란히 담은 듯한 화면이 전시장 입구를 가득 메웠다. 인상파 거장의 ‘수련’ 연작을 떠올리게 하는 빛과 색은 뜻밖에도 추상화가 아니라 ‘한지’다. 닥섬유가 물과 만나 흐르고 햇빛과 바람이 스치며 색을 입히는 동안 저절로 완성된 풍경은 한지 그 자체로 회화가 됐다.

한지의 다채로운 얼굴과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새롭게 바라보도록 기획된 전시 ‘한지 스펙트럼’이 서울 강남구 포스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보통의 한지보다 훨씬 얇고 섬세한 ‘옥춘지’부터 갖가지 색채를 더한 색한지, 질감과 두께를 변주해 촉각적 매력까지 강조한 문양 한지 등이 서로 비추고 겹치며 생명력을 발산한다. 한지의 표정이 이토록 다채로웠나, 절로 감탄이 나온다.

전시의 중심에는 국가무형유산 제117호 안치용(66) 한지장이 있다. 1982년 스물세 살에 선대의 공방을 물려받으며 본격적인 한지 장인의 세계로 들어선 그는 전통을 잇는 일뿐만 아니라 새롭고 현대적인 한지 개발에도 반생을 바쳤다. 입체 문양 한지, 돋을 문양 한지 등 관련 특허만 16개다. 안 한지장은 20일 서울경제신문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한지가 박물관 유리창 속에 갇힌 유물이 되는 것이 싫었고 어떻게든 현대인의 삶 속에 다시 쓰이게 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에게 전통이란 과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요동치며 흐르는 것”이라며 “옛 것이라는 뿌리는 그대로 두되 시대라는 하늘을 향해 가지를 계속 뻗어가는 것, 그렇게 한지의 수명을 늘려가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보존과 사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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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공예·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와 협업을 통해 한지의 쓰임을 확장하는 일에도 관심이 깊다. 한지가 단순한 전통 종이를 넘어 창작의 가능성을 품은 ‘미래형 소재’라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이번 전시에도 장인이 제작한 한지를 접어 ‘빛 조각’을 완성한 소동호 작가의 ‘오리가미 연작’과 한지를 매개로 자연과 사람의 관계를 표현한 박송희 작가의 ‘이해관계’ 등이 자리했다. 그는 “젊은 작가들과의 협업은 한지의 쓰임을 현대적으로 확장하는 소중한 통로”라며 “한지가 지닌 특유의 따뜻함이 이들 작가의 손길을 거쳐 현대적 감각으로 완성되는 과정은 내게도 즐거운 경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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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뿐 아니라 기업과의 협업에도 열려 있다. 이번 전시도 포스코그룹과의 인연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5월 초등학생들과 한지를 제작해 태극기를 그리는 봉사활동을 함께한 것이 계기였다. 장인의 삶에 감명받은 포스코그룹은 철강 기술력을 발휘해 한 번에 100장을 말릴 수 있는 대형 한지 건조기를 선물했다. 그러면서 우리 한지의 아름다움을 더 알리자는 데 의기투합했고 이번 전시까지 이어졌다.

닥나무와 황촉규를 기르고 껍질을 삼고 두드려 물 속에서 종이를 떠내기까지, 첨단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외로운 작업이지만 한지 한 장이 완성되는 순간 모든 피로가 녹는다. 그가 이 길을 걷는 이유이자 충북 괴산 한지박물관을 운영하며 ‘한지 전도사’를 자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아이들이 닥나무를 만지고 종이를 뜨며 웃는 소리를 더 자주 듣고 싶다”면서 “한지가 누군가의 예술이 되고 우리 일상에 스며드는 미래를 위해 앞으로도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2월 1일까지 열린다.

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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