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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지 없는 메모리 시장…'관세 청구서' 부담 결국 미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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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삼성전자, HMB 점유율 70%…고객사 관세 부담 전가 쉽지 않은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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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D램 및 HBM 시장 점유율/그래픽=임종철


미국 정부가 메모리 반도체를 겨냥해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기업과 소비자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장악한 과점 체제 속에서 관세는 제조사보다 미국 고객사(수입사)의 비용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의 메모리가 완제품 형태로 미국에 유입되는 시장 구조 역시 관세 효과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20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은 각각 34%, 33%로 한국 기업이 전체의 67%를 차지했다. HBM(고대역폭메모리)으로 범위를 좁히면 한국 기업의 점유율은 70%까지 올라간다.

지난 16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미국 마이크론의 신규 공장 착공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고 싶은 기업은 100% 관세를 내거나 미국에서 생산해야 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일부에서는 미국 내 메모리 공장 건설을 압박하는 메시지로 해석한다.

다만 메모리 산업에서는 '관세 압박'이 실제로 통하기 어렵다는게 중론이다. 메모리 시장 자체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개 기업의 D램 점유율이 93%에 달하는 과점 체제라서다. 특히 최신 선단 공정 제품은 사실상 이들 기업을 통해서만 조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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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사진=김종택


관세는 기본적으로 수입사가 부담하는 구조다. 수출업체가 직접 관세를 내지 않더라도, 수입사(고객사)가 부담한 비용이 가격 인하 압박 등으로 전가되면 수출업체의 마진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다. 국내 부품 수출 기업들이 미국의 관세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하지만 메모리 분야는 다를 수 있다. 고객사가 대체 공급처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AI(인공지능) 서버 수요 급증으로 메모리 부족 현상이 심화하면서 글로벌 IT 기업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를 확보하기 위해 줄을 선 상태다. 협상 테이블의 주도권 역시 한국 기업들이 쥐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 기업인 마이크론 역시 대부분의 메모리를 미국 외 지역에서 생산하고 있다. 설령 관세 부과 과정에서 상대적 혜택을 받더라도 현재 생산 능력만으로는 글로벌 수요를 맞추기 어렵다. 특히 최신 HBM 제품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기술적으로 앞선 상황이다.

반도체 수출 구조도 관세 정책의 실효성을 낮춘다. 지난해 한국 반도체 수출 중 미국으로 직접 수출되는 비중은 7.9%다. 대부분의 메모리는 중국과 베트남, 대만 등으로 수출된 뒤 완제품으로 조립돼 미국으로 들어간다. 메모리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스마트폰과 PC, AI 칩, 가전제품 등 완제품에 관세가 붙는 구조가 된다. 이는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이유로 미국 내에서도 반도체 관세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는 지난해 미국 정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반도체 칩 가격이 1달러 오를 때마다 해당 반도체가 탑재된 제품들은 기존 마진을 유지하기 위해 판매 가격을 3달러 인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도 "스마트폰과 노트북, TV처럼 범용 칩이 들어가는 제품에 관세가 부과되면 저소득층과 중산층 가계에 큰 경제적 압박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완제품에 포함된 수많은 반도체 칩의 원산지를 확인하고 가치를 산정하는 과정 역시 정부와 기업 모두에게 큰 행정적 부담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공장 건설에만 수십조원이 들고 이후 운영비까지 고려하면 차라리 관세 부과가 더 현실적이라는 인식도 있다"며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섣불리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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