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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직접 경험’ 135명인데 피해 신청은 12명뿐, 절차도 ‘보완에 재보완’···“내 피해 언제까지 증명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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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실태조사 결과 발표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2026.1.20 권도현 기자


10·29 이태원 참사를 ‘직접 경험’했다는 피해자 중 정부에 피해 신청을 한 비율은 10%에도 못 미친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왔다. 피해 신청을 한 뒤에도 정부가 자료 보완을 거듭 요구해 어려움을 겪은 사례도 있었다.

‘이태원을 기억하는 호박랜턴(호박랜턴)’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열고 이런 피해자 실태조사 결과를 밝혔다. 호박랜턴은 이태원 참사 이후 참사 생존자와 참사를 기억하는 지역 주민·연구자·활동가 등이 결성한 시민모임이다.

조사는 이태원참사진상규명법에 명시된 피해자뿐 아니라 ‘나도 피해자인가’ 고민하는 사람들도 응답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법은 희생자 가족, 구조 참여자, 당시 참사 현장 인근에서 매장을 운영하거나, 일하던 사람만을 피해자로 규정한다. 조사를 설계한 권하늬 호박랜턴 활동가(서울대 사회복지학 박사 수료)는 여기에 주민이거나 일회성으로 이태원을 방문했다가 참사를 목격한 등 경우 등을 추가했다. 권 활동가는 “다양한 피해자의 모습을 확인하고, 신청에 어려움을 겪는 등 문제를 개선할 방안을 모색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사는 지난해 10월9일~12월31일 소셜미디어 홍보를 통한 설문을 받아 진행했다. 응답자 총 314명 중 희생자 가족은 41명이었다. 구조참여자는 24명, 인근 사업자·노동자는 92명, 거주자는 49명, 이태원 방문자는 74명,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참사를 접한 사람은 30명, 기타 참사로 인한 피해로 회복이 필요한 사람은 4명 등이었다.

314명 중 135명이 ‘직접 경험에 의한 정신적 피해’를 겪었다고 답했다. 85명이 소득 감소·휴직 등 경제적 피해를 겪었다고 밝혔고 44명은 부상 등 신체적 피해를 겪었다고 답했다.

참사 후 ‘공적 지원을 이용했다’는 답은 35건이었다. 101명은 가족·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인터넷 검색으로만 방법을 찾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답한 사람도 총 156명이었다. 권 활동가는 “사적으로 자구책을 마련했다는 응답이 공적 지원을 받았다는 경우보다 훨씬 많았다”며 “피해자들이 참사 이후 ‘방치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에 이태원 참사 피해 신청을 한 응답자는 12명에 불과했다. 직접 참사를 경험해 정신적 피해를 겪었다는 응답자를 기준으로 해도 10명 중 1명꼴이다. ‘신청을 고민하고 있다’는 응답자 80명 중 ‘피해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다’고 답한 사람은 48명에 달했다. 참사를 떠올리고 싶지 않거나, 2차 가해가 우려된다는 이유였다.

이주현 호박랜턴 활동가는 실제 행정안전부의 참사 피해 신청 경험이 있는 5명의 사례를 검토해 발표했다.

A씨의 경우 참사 당시 ‘현장 부상자’ 명단에 포함돼 별도 서류 제출 없이 수월하게 피해자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참사 당일 압착 현장에서 인근 클럽 직원에게 구조된 뒤 참사가 수습될 때까지 클럽 안으로 대피했던 B·C씨는 여러 차례 자료 보완 요청을 받았다. 행안부는 “‘이태원 참사로 인한 피해’라는 문구가 참사 직후 받은 의사 소견서에 있어야만 피해가 인정된다”고 안내했다. 행안부는 ‘교통 기록’ 등을 내라고도 요청하기도 했으나, 참사로부터 2년 이상 지나 남아있지 않았다. 이 활동가는 “‘부상자 명단’에서 빠진 피해자들의 경우 모든 피해를 하나하나 증명해야 하는 입증 책임을 떠안았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조인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현행 체계에서는 피해자가 스스로 피해를 설명하고, 정부가 요구하는 자료를 제출해 장시간의 심사 과정을 견뎌야만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행정 절차를 끝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가 사실상 기준으로 작동하게 되는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전병훈 10·29 이태원참사 피해구제추모지원단 피해심사과 과장은 “피해 신청에서 어려움을 호소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매뉴얼을 만드는 등 보완을 하고 있다”며 “증빙 서류가 미흡하더라도, 대한법률구조공단 등에 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시행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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