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텔에서 2주만 지내면 약 300만 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믿고 출국한 20대 청년이 현지 범죄조직에 납치돼 캄보디아 스캠단지에 감금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국가정보원은 20일 “동남아 일대에서 한국 청년을 노린 취업 사기와 인신매매 범죄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최근 구출한 피해 사례를 공개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피해자 A씨(25)는 지난해 12월 텔레그램을 통해 알게 된 인물로부터 베트남 호텔에서 2주 정도 머물면 현금 2000달러(한화 약 295만 원)를 지급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별다른 자격 조건도 없고 체류비도 제공된다는 말에 A씨는 곧바로 호찌민행 비행기에 올랐다.
하지만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상황은 돌변했다. A씨는 현지에서 조직원들에게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겼고 이후 여러 범죄조직에 넘겨지며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오가게 됐다. 호찌민에서 캄보디아 포이펫으로 이동한 뒤 프놈펜과 베트남 목바이를 거쳐 최종적으로 캄보디아 몬돌끼리주에 위치한 스캠 단지로 보내졌다.
국정원은 이 지역이 국경 인근 밀림 지대로 외부와 완전히 차단돼 있으며 외부 도움 없이는 탈출이 사실상 불가능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불법으로 국경을 넘은 사실이 알려지면 현지 경찰에 체포된다”는 협박을 받으며 감금 생활을 이어갔다고 진술했다. 조직은 A씨에게 “6개월만 일하면 집으로 돌려보내주겠다”며 온라인 사기 범죄에 가담할 것을 강요했다.
A씨는 감금 기간 동안 조직의 폭력도 목격했다. 그는 “같이 있던 한국인 한 명이 실적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전기충격기와 몽둥이로 폭행당하는 장면을 봤다”며 극심한 공포를 느꼈다고 진술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A씨는 가족에게 간신히 연락을 취했고 이를 접수한 모친의 신고로 국정원과 경찰이 위치 추적에 나섰다.
당국은 현지 공조를 통해 A씨를 구출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 과정에서 스캠 조직에 가담한 한국인 26명을 검거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경찰과 함께 ‘한-캄 코리아 전담반’을 설치하고 현지 스캠 조직에 대한 합동 단속을 벌이고 있다. 현재까지 한국인 피해자 3명을 구출하고 스캠 가담자 157명을 검거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정원은 “언론 보도와 지속적인 경고에도 불구하고 2030 청년층을 중심으로 고수익 해외 취업 제안에 속아 출국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며 “호텔 체류, 단기 고수익, 비대면 업무를 내세운 제안은 대부분 범죄와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초국가 범죄 대응 체계를 통해 끝까지 추적해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임혜린 기자 hihilin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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