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스피 중심의 상승장이 이어지자 ‘빚을 내서라도 투자하자’는 심리가 빠르게 확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단기 과열 신호로 보고 리스크 관리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 19일 기준 28조9950억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치다. 코스피가 5000선에 육박하며 연일 상승세를 보이자 투자자들이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려 주식을 매입하는 레버리지 투자가 급증한 것으로 해석된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불과 12거래일 만에 1조원 이상 증가했다. 투자자들의 공격적인 매수세가 신용거래를 통해 증시에 반영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 중심의 강세가 이어지자 ‘지금 아니면 늦는다’는 추격 매수 심리가 신용거래 확대를 부추겼다고 본다. 이에 따라 유동성의 추가 유입보다는 기존 자금의 레버리지 확대에 따른 상승 압력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과열 신호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용거래는 주가가 상승할 때는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하락 시엔 반대매매로 인한 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구조다. 특히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 시장에서도 중소형주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빚투는 위험성이 큰 투자 방식이기 때문에 주가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는 반대매매의 위험성이 커지고 투자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2021년 초에도 신용거래융자가 급증한 직후 증시가 조정에 들어가며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이 확대된 바 있다. 당시 신용융자 상환이 어려워진 투자자들의 반대매매가 잇따르며 시장 하락폭을 키운 경험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자산을 안정적으로 분산시키고 레버리지 의존도를 낮추는 등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는 조언이 잇따르고 있다. 금융당국도 최근 들어 과도한 신용거래 확대에 대한 점검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주식시장 상승이 이어지고 있지만, 금리·환율 등 거시 변수는 여전히 유동적”이라며 “단기 수익에 집중하기보다는 투자 전략을 중장기적으로 전환하고, 신용거래는 비중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용거래 확대가 반드시 위험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해당 비중과 구조가 지나치게 한쪽으로 쏠릴 경우 시장 전반의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용융자 잔고가 급격히 불어나는 시점에서는 통상적으로 조정이 동반된 경우가 많았다”며 “지금은 과도한 낙관보다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자산관리 전략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아주경제=홍승우 기자 hongscoop@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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