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지난 1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지난해 9월과 지난 4일 한국이 침투시킨 무인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북한이 주장한 개성시 장풍군에 추락한 한국 무인기. 연합뉴스 |
북한에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남성이 무인기 제작업체를 창업한 데 이어 북한 동향과 국제 문제를 다루는 언론 매체 두 곳을 운영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 매체들이 국군정보사령부의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민간 영역의 북한 무인기 침투에 군 정보부대가 연루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19일 한겨레 취재 결과, 지난해 9월부터 세차례 북한에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하는 30대 남성 오아무개씨는 북한 관련 온라인 매체인 ‘엔케이(NK)모니터’와 국제 문제를 다루는 ‘글로벌인사이트’의 발행인으로 등록돼 있다. 두 매체는 최근까지도 활발히 기사와 칼럼을 게재하고 있다.
뉴스타파는 이날 ‘안보 소식통’을 인용해 두 매체가 정보사령부 지원을 받아 공작 업무를 수행하는 ‘가장 업체’라고 전했다. 정보사령부 소속 휴민트(인적 정보) 요원인 현직 소령이 공작 업무 수행을 위해 오씨를 만났고 언론사를 만든다는 오씨에게 지원금을 건넸다는 것이다. 오씨가 운영 중인 매체가 인터넷 언론사의 외양을 띠고 공작 업무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두 매체의 등록일은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하고 일주일이 지났던, 지난해 4월11일이었다. 일찌감치 정보사가 정치인 체포조 계획, 선거관리위원회 장악 등 12·3 비상계엄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 사실이 드러난 시점이었다.
애초 ‘평범한 대학원생’으로 자신을 소개한 오씨는 과거 뉴라이트 역사관 등을 표방하는 ‘아스팔트 우파’ 단체와 지속적인 관계를 맺어온 흔적도 포착됐다. 오씨는 2015~2016년 자유기업원에서 ‘자유주의’와 ‘이승만 전 대통령’을 주제로 주최한 시 공모전에 참여해 2년 연속으로 대상을 받았다. 2017년에는 같은 단체가 연 ‘청년, 이승만과 김구를 말하다’라는 제목의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여해, 이승만의 건국과 독립운동 업적을 강조하는 한편 “백범일지는 과장된 서술이 많다”고 주장했다. 자유기업원은 늘봄학교 침투 의혹 등으로 문제가 된 ‘리박스쿨’과 청소년·청년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해 논란이 됐다.
오씨는 2018년 보수 성향 대학생 단체 ‘한국대학생포럼’ 회장을 지냈고, 대한민국사랑회 등이 주는 ‘우남 이승만 애국상’도 받았다. 2020년에는 ‘586이라는 이름의 어른들’이라는 책의 공저자로 참여했는데, 작가 소개에는 ‘전 엠비시(mbc) 베이징 특파원, 국제부장, 문화부장’ 등의 허위 이력이 적히기도 했다. 강성현 성공회대 사회융합학부 교수는 “청년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극우 사관을 이어가려던 2010년대 이후 뉴라이트 성향 단체들의 움직임과 오씨 이력에 겹치는 부분이 많다”고 짚었다.
특히 오씨 등이 창업한 무인기 제작업체 ‘에스텔엔지니어링’은 ‘대북 전문 이사'까지 따로 뒀다. 이 업체 대북 전문 이사 ㄱ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과 함께 ‘무인기 침투력’ 등을 언급했다. 북한에 대한 도발 의도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업체는 서울의 한 사립대학 창업센터의 지원을 받아 설립됐다. 이 대학 관계자는 “지원 프로그램을 신청할 때 서류에 그런 내용이 없었다. 알았다면 창업 지원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군경 티에프는 조만간 오씨를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티에프가 지난 16일 ‘민간인 용의자 1명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히자, 곧장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조사받는 이는 무인기 제작자일 뿐이라며 스스로 정체를 드러냈다. 경찰 관계자는 오씨 주장에 대해 “큰 틀에서 틀린 내용은 아니”라면서도 “구체적 내용은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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