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미취업 기간이 3년으로 길어지면 5년 뒤 상용직으로 일할 확률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청년들의 취업이 1년 늦어지면 실질임금이 6.7%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런 흐름은 장기 경기침체로 출발선에서 밀려난 일본의 ‘취업 빙하기 세대’(잃어버린 세대)를 닮아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19일 발표한 ‘청년세대 노동시장 진입 지연과 주거비 부담의 생애영향 평가’ 보고서에서 “최근 청년세대는 초기 구직 과정과 주거 측면에서의 어려움이 과거보다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첫 일자리 문턱이 높은 점을 청년이 직면한 가장 큰 어려움으로 짚었다. 2010년대 초반 이후 고용률이 상승하고, 2010년대 중반 이후 실업률은 빠르게 하락해 현 청년세대의 고용 여건이 이전보다는 개선된 면이 있다. 하지만 노동시장 진입 초기 단계에서 구직기간이 길어지는 문제가 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첫번째 직장을 잡는 데 걸리는 기간이 1년 이상인 청년 비중이 2004년 24.1%에서 지난해 31.3%까지 늘었으며 최근 들어 그 증가세가 매우 가파르다. 청년 10명 중 3명이 첫 직장을 찾는 데 1년 이상 걸렸다는 뜻이다.
한은은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의 상향 이동이 어려운 점, 최근 경기 둔화에 따른 양질의 일자리 감소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구직기간이 길어지면 청년층은 임시직, 단순노무직으로 진입하거나 ‘쉬었음’ 상태로 빠져 노동시장에서 이탈할 우려가 있다.
한은이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9세 중 미취업 기간이 1년일 경우 5년 후 상용직으로 일할 확률이 66.1%였으나 3년으로 늘어나면 56.2%, 5년이 되면 47.2%로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소득 측면에서도 과거 미취업 기간이 1년 늘어나면 현재 실질임금은 6.7%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은 “이러한 현상은 일본 취업 빙하기 세대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일본 취업 빙하기 세대는 1990년대 초중반에서 2000년대 초중반 사이 학교를 졸업한 세대를 말한다. 이들은 고실업·저임금·고용불안의 삼중고 속에서 이직을 반복하며 사내 교육을 통한 역량 축적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
공급 부족에 월세 ‘껑충’ 청년 주거비 부담 가중
현재 중년층이 된 이들은 여전히 낮은 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등 사회 진입기 고용 충격의 후유증이 지속되고 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한은은 주거 측면에서도 현 청년세대가 과거보다 높은 주거비 부담에 직면해 있다고 짚었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청년층 1인 가구가 빠르게 늘었는데 이들은 대부분 월세 형태로 살고 있다. 청년들이 주로 거주하는 소형 비아파트 주택 공급이 충분하지 않아 월세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주거비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분석 결과, 주거비가 1% 상승할 때 총자산은 0.0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주거비 지출 비중이 1%포인트 높아지면 교육비 비중은 0.18%포인트 하락했는데, 이는 주거비 부담이 커지면 인적 자본의 축적이 저해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재호 한은 거시분석팀 차장은 “청년세대의 고용·주거 문제는 청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성장을 제약하는 구조적 문제”라며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고 소형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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