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6년 1월 19일 (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김강호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 좀 황당하게 들릴지 모르시겠지만요. 법정에서 생각보다 자주 듣게 되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과연 어떤 말일까요? '죄송합니다', '반성합니다'가 아닌, 바로 '억울합니다'라는 말이죠. 반성보다 '네 탓 공방'이 더 컸던 이 사건. 이 사건은, 남성 A 씨가 B 씨와 공모해, 자신의 아버지, 그리고 일면식도 없던 80대 노부부를 잇달아 살인한 혐의로 열린 재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결국 '돈'이었죠. 오랫동안 자식 취급을 못 받았다 느껴왔던 A 씨는 자신의 부탁을 거절당하자 분노했습니다. 그리고 불법 출장마사지 업소에서 처음 만난 남성 B 씨에게 그 불만을 털어놓았다고 하죠. 그런데 B 씨에게서 뜻밖의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전직 킬러였다는 남성 B 씨가 말하는 그 중요한 것이란 건 도대체 무엇이었을까요? 수사당국은 이 둘의 범행이 '연쇄살인범 유영철 만큼이나 잔인했다' 고개를 저었다고 하는데요. 그리고 또 하나, 법정에서 두 피고인은 왜 끝까지 '내가 아니라 저 사람 때문이다' 억울함을 표했던 걸까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오늘<사건x파일>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사건x파일>, 이원화입니다. 로엘 법무법인, 김강호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김강호 :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김강호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해당 사건을 두고, 수사팀에서 이런 말까지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연쇄살인마 유영철 만큼이나 잔인하고 잔혹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처음부터 차근히 짚어볼까요?
◆ 김강호 : 네, 이 사건은 피해자가 살해된 직후 바로 드러난 사건은 아니었습니다. 2019년 1월 2일 피해자의 전 부인이 경찰에 전 남편의 안부를 걱정하는 전화를 걸었고, 경찰이 집에 들어가 보니 피해자는 이미 흉기에 여러 차례 찔린 채 사망한 상태였습니다.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사망한 지 약 5일 정도가 지난 뒤였습니다.
◇ 이원화 : 여기서 궁금한 점들이 몇 개 생기는데, 이게 부인이 아니라 전 부인이에요. 일단 이 전 부인이 왜 경찰에 그런 전화를 했던 건가요?
◆ 김강호 : 피해자의 아들인 A 씨가 이혼한 모친에게 '돈을 달라'는 편지를 보냈으나, 이를 거절한 모친이 '아무래도 아들이 일을 저지를 것 같다'며 경찰에 전 남편의 안부를 걱정하는 전화를 걸었던 것입니다.
◇ 이원화 : 아, 뭔가 느낌이 안 좋았었던 것이 있었나 보네요. 그래서 경찰이 현장에 갔더니, 피해자는 이미 사망해있었고, 전 부인의 우려대로 아들에게 살해당했던 거죠? 그런데 아들 혼자 한 일은 아니었다면서요?
◆ 김강호 : 네, 현장엔 혈흔 대신 케첩만이 뿌려져 있었고, 피해자를 살해한 자는 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수사 결과, A 씨와 함께 범행을 저지른 공범 B 씨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두 사람은 가족이나 오래된 지인이 아니라, A 씨가 출소한 뒤 일하게 된 불법 출장마사지 업소에서 처음 알게 된 사이였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앞서도 잠시 이야기했지만요, 단순히 살해했다 정도가 아니라 현장이 너무나도 엽기적이어서 수사팀이 정말 깜짝 놀랄 정도였다고 하던데, 현장이 어땠길래 그랬던 거죠?
◆ 김강호 : 현장에서는 피해자가 이미 숨진 상태였는데, 그 주변에 혈흔 대신 '토마토 케첩'이 시신 주변에 흩뿌려져 있는 매우 기이한 모습이 발견되었습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피 묻은 옷을 세탁기에 세탁 및 탈수하고, 피해자가 정말 사망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고추냉이를 푼 물을 얼굴에 붓는 행위까지 했던 사실도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범인은 경찰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피를 닦아낸 뒤 냄새를 없애기 위해 케첩을 주변에 뿌린 것이었습니다.
◇ 이원화 : 사실 이런 케이스들은 좀 있죠. 밀가루나, 물이나 이런 것들을 뿌려서 현장을 훼손하는 행위들, 본인에 대한 증거가 나오게 하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그런 행위들이 좀 있는데. 이 사건은 그 사건 중에서도 좀 더 특이하고 말 그대로 엽기적인 것 같습니다. 단순히 엽기적인 행동을 한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함이었단 건데, 이런 행동들은 추후 재판에서 굉장히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 김강호 : 네,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한 점이 인정되어 불리하게 작용했습니다.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를 살펴보면, A 씨는 불법 출장마사지 업소에서 알게 된 공범 B 씨에게 '아버지가 오랫동안 자식 취급 하지 않았다. 재산이 30억 원이 넘는데 한 푼도 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털어놓으며 정신적으로 의지했습니다. 이에 B는 '나 같으면 확 죽이고 재산을 독차지해 떵떵거리며 살겠다'고 했습니다. A는 구체적인 방법을 물었고 B는 '나는 사실 전직 킬러였다'며 '속전속결이 중요하다. 보이는 즉시 죽여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이에 A는 B에게 '범행'을 제의했고 B는 '절반을 주라'며 응했습니다. B 씨는 A 씨가 아버지를 살해하기 위한 구체적인 범행 방법과 증거 인멸 방법 등을 알려주고 살해 현장에도 함께했습니다.
◇ 이원화 : '전직 킬러'라는 말에 혹해서, 아버지를 정말 죽여야겠다 마음 먹었단 건데, 우발적 살인이 아닌 계획적 살인이라고 볼 수 있는 대목, 그리고 두 사람이 공범이었다는 게 확연히 드러나는 대목 아닌가 싶거든요?
◆ 김강호 : 네, 재판부는 B 씨에 대해 A 씨와 공모해 범행하거나 A 씨에게 범행을 지시하고 범행을 부추긴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모공동정범으로 보았습니다. 게다가 아들은 범행 직후 도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인천의 한 빌라에 침입해 노부부를 살해하고 금품을 훔쳤습니다. 이후 아들은 또 다른 살인을 위해 흉기 등 장비를 챙겨 부산으로 이동하던 중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아들은 '도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부산 마사지업소에 예약하고, 그곳에서 한탕 하려 했다'며 제3의 살인을 계획한 사실을 털어놨고, '나를 돌보지 않은 어머니는 물론이고 고모, 이모도 죽이려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정황 때문에 수사기관은 이 사건을 단순한 존속살해나 강도 살인 한 건으로 보지 않고, 연쇄살인 사건으로 판단했습니다. 결국 A 씨와 B 씨는 존속살해와 강도 살인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됐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참 황당한 것이요. 재판 과정에서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반성보다는 '저 사람 때문에 이렇게 됐다', 두 피고인 모두 '억울하다' 공방을 벌였단 이야기가 있습니다. 실제 어떤 주장을 했고, 도대체 뭐가 그렇게 억울하다는 겁니까?
◆ 김강호 : 재판에서 A 씨는 '전직 킬러 B 씨가 시키는 대로 했다, B 씨를 잘못 만나 인생이 꼬였다.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라고 주장했고, B 씨는 '설마 그럴 줄 몰랐고 불법 안마시술소 운영 사실을 신고할까 겁이나 범행에 가담했다'고 핑계를 댔습니다. B 씨는 '모든 범행은 주범 A 씨의 강요에 의한 것이며 자신은 이를 방조한 혐의만 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 이원화 : 이런 '네 탓 공방'이 나올 때 법원은 어떤 걸 보고 판단을 하게 되나요? 그리고 또 어떤 정황을 가지고 공모 여부를 가리게 되는 겁니까?
◆ 김강호 : 법원은 공모에 참여한 이상 직접 실행행위에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사람의 행위를 자기의사의 수단으로 하여 범죄를 하였다고 평가되면 공모공동정범이 성립된다고 봅니다. 이때의 공모는 두 사람 이상이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가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각자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해야 합니다. 법원은 범행 전에 두 사람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를 살펴보며, 이 사건에서도 단순한 하소연을 넘어서 '아버지를 죽이자'는 제안이 나왔고, 이에 대해 공범이 재산의 절반을 달라고 동의하면서 은폐 방법까지 논의한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이 단계에서 이미 공모의 성립 가능성이 강하게 인정됩니다.
◇ 이원화 : 그리고 앞서, 그저 살인에 그친 게 아니라, 범행 직후 케첩을 뿌린다든지, 고추냉이물을 얼굴에 뿌린다든지, 정말 엽기적인 행동까지 벌였다 이야길 해주셨는데 이런 행위들이 실제 재판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혹은 또 다른 범죄로도 의율이 될 수 있는지 이런 것도 한번 말씀해 주시죠.
◆ 김강호 : 법원은 이런 사후 행동에 대하여 '범행 수단과 수법이 너무 잔인했고 범행을 준비한 점을 볼 때 심신미약 상태가 아님이 분명하다'고 평가하여 심신미약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즉, 우발적인 살인이 아닌 철저히 계획적인 살인으로 보았고, 범행 이후 태도까지 포함해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봤습니다.
◇ 이원화 : 사체 훼손으로까지는 보지는 않은 것 같네요. 그리고 이 아들이, 체포당한 당시 '다른 살인을 위해 장비를 챙겼다', '다른 가족들도 죽이려했다' 이런 내용도 나왔었잖아요? 이런 '추가 범행 준비 정황'은 법원에서 어떻게 해석하곤 하죠?
◆ 김강호 : 네, '체포되지 않았다면 또 다른 살인을 저지를 계획까지 세우고 있었다'는 점은 '재범 위험이 극히 높다'는 판단의 근거가 됩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이런 정황이 있을 경우 피고인의 범행이 우발적이거나 상황에 떠밀린 것이 아니라, 살인을 반복 가능한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을 강하게 뒷받침한다는 겁니다.
◇ 이원화 : 네. 살인은 사실 예비죄도 처벌을 하거든요? 예비죄는 외부적인 행위 그러니까 객관적으로 뭐 살인 도구를 준비한다든지 이런 행위부터 처벌을 하게 돼 있는데. 지금 이거는 피해자가 특정이 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살인예비죄로는 추가 의율이 되지 않은 걸로 보입니다. 그다음에 공범이었던, 그러니까 자신을 전직킬러라고 했던 남성. 참 황당하긴 한데요. 항소심에서 형이 더 늘었다고 하던데 이건 왜 그런 거죠?
◆ 김강호 : 네, 공범 B 씨는 1심에서 징역 30년 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을 부인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유가족 등에 진지한 사과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A의 범행 후 빨리 신고했다면 인천 노부부는 살 수 있었던 점, 자수 의사를 내보인 A에게 살인 횟수를 늘리라는 메시지를 보내거나, 범행도구 구매 경로를 알려준 점을 볼 때 죄질이 극히 나쁘다'며 징역 40년형을 선고하였습니다. 결국 아들 A 씨는 무기징역, 공범 B 씨는 징역 40년의 최종 형량을 선고받았습니다.
◇ 이원화 :<사건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양원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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