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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딸의 '찰싹' 껌딱지 모드…아빠 허리에선 결국 비명이 터져나왔다[40육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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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아빠의 육아휴직기] < 47주차 > 아픈 아이의 치근덕거림

[편집자주] 건강은 꺾이고 커리어는 절정에 이른다는 40대, 갓난아이를 위해 1년간 일손을 놓기로 한 아저씨의 이야기. 육아휴직에 들어가길 주저하는 또래 아빠들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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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딸을 하루 종일 안고 다니다 잠시 쉬고 싶어 TV를 보여주며 거리를 두려 했다. 아기는 TV를 시청할 때도 여전히 아빠 옆을 떠나지 않는 껌딱지 모드로 일관하고 있다. /사진=최우영 기자


며칠 전부터 딸이 하루에 수차례씩 심한 설사를 하며 컨디션이 급격히 나빠졌다. 변비 치료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지만 보는 부모 마음은 편치 않다. 기저귀와 바지를 뚫고 샌 흔적이 집안 곳곳에 남아 일일이 치우는 것도 쉽지 않다.

몸이 안 좋다 보니 아이는 점점 아빠한테 들러붙는다. 앉거나 누울 때마다 옆에 바짝 붙는다. 밥 먹을 때도 바로 옆에 아빠가 앉지 않으면 성을 낸다. 이동할 때도 자신을 안고 다니라고 성화다. 이제 13kg에 육박하는 아이를 하루 종일 안고 다니다 보니 가뜩이나 허약한 허리가 삐거덕거리기 시작했다. 지난달 받은 건강검진 결과지에서 요추와 경추 관리에 유의하라던 문구가 떠올랐다.


가뜩이나 달라붙는 재접근기, 아프니까 더 '찰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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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어지럽히며 놀 때는 부모에게 관심을 덜 두는 듯하다. /사진=최우영 기자


아기가 아프면 부모한테 더 매달리는 건 당연하다. 평소보다 불안한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가장 안전하다고 믿는 존재인 부모를 찾는 것일 게다. 게다가 지난달부터 시작된 재접근기는 딸의 '껌딱지 모드'를 더 강하게 만든다.

아이는 사랑스럽다. 다만 아이가 엉길 때마다 "좀 더 일찍 낳을걸"이라는 후회가 조금씩 밀려온다. 20대에는 수십킬로 배낭을 메고 여행 다녀도 끄떡없었지만 이젠 13kg 아이를 안고 10분 이상 집안을 돌아다니면 팔다리와 허리가 아프다. 소파에 앉아서 아이를 다리에 올려놓는 '편법'을 가끔 쓰지만 고객은 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기띠라도 다시 꺼내 볼까 했지만 아이가 탑승을 거부한다.

어쩔 수 없이 최소화하기로 했던 미디어 시청을 허용한다. 원래 어른들도 아플 땐 불량식품도 좀 먹듯이 아기도 좀 풀어주기로 했다. 그런데 TV를 보면서도 아빠에게 기대는 자세가 계속된다. 그저 몸으로 때우는 수밖에 없다.


몸으로 대응은 한계…말 걸며 주의 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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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먹을 때도 아빠에게 찰싹 붙은 딸. 밥상머리 교육은 아무래도 병세가 호전된 이후에나 해야겠다. /사진=최우영 기자


몸으로 대응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젊은 20~30대 부모들도 하루 종일 안아주진 못할 터. 다행히 말귀를 많이 알아듣게 된 딸을 상대로 대화하며 상황을 바꿔보기로 했다.

"배가 아프고 설사가 계속 나서 기분이 안좋지? 아빠가 옆에 계속 있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인형들이랑 놀아도 돼. 밥 먹을 때도 옆에 계속 있을 테니 음식에만 집중해."

말을 하며 한 손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배를 살살 문질러주니 좀 듣는 듯하다. 잠시 '엉기기'가 약해졌을 때 아이의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한다. 태엽 자동차를 굴리고 그림책을 여러 개 열어놓는다. 하지만 아이가 언제나 원하는 건 일상 용품을 이용한 장난. 결국 비타민 통을 뒤집어 다 쏟아내니 아이는 더 이상 아빠를 찾지 않고 장난에만 열중한다.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짜증 막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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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아이가 세상에 믿고 의지할 게 나 밖에 없다는 걸 가끔 떠올리다 보면 짜증이 가라앉을 때도 많다. /사진=최우영 기자


아빠도 사람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힘든 기색을 내비칠 때가 있다. 특히 아이 옷을 갈아입히거나 밥을 먹이는데 몸으로 난장을 부리면 갑자기 열이 솟구친다. 그래서 최대한 아내와 시간을 나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에너지를 보충하려고 애쓴다.

그래도 가끔 인내심이 바닥나는 건 어쩔 수 없다. 특히 허리가 끊어질 듯이 아프거나 잠이 부족할 때는 '욱'하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온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 '물리적 거리'를 두고 잠시 시간을 가지라지만 정작 애와 떨어질 수가 없다. 문 닫고 잠시 방에 들어오면 아이는 방문을 두들기며 더 크게 운다.

이 밖에도 '나(아빠)를 주어로 해서 말하기' '아이에 대한 기대치 낮추기' 등 수많은 온라인 조언들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 당장의 스트레스를 해소해줄 만큼 값어치있는 건 아직 찾지 못했다. 역시 육아는 현실이다.

가장 중요한 건 아빠의 평상시 컨디션을 잘 관리해 짜증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 같다. 시시각각 변하는 아이의 컨디션이나 감정, 생떼, 치근덕거림을 받아주기 위해 평상시에 부모 스스로 밥, 잠, 운동 같은 생활 루틴에 집중하며 관리를 해야 한다. 자유로운 영혼으로 40여년 살아왔는데 이젠 아이와 가정의 평온함을 유지하는 관리자가 되는 느낌이랄까. 이것 또한 한시적인 계절에 그칠 것이라 믿으며 그저 아이의 성장을 기다릴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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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영 기자 yo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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