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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도(?) 다시 한번” 라팔에 힘 실어준 인도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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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최대의 국경일은 ‘공화국의 날’(1월26일)이다. 인도가 영국 식민지에서 벗어나 1950년 1월26일 헌법을 공표하고 독립국이 된 것을 기리는 날이다. 해마다 공화국의 날이면 세계 주요국 정상을 주빈(主賓)으로 초대해 성대한 축하연을 여는 것이 인도의 오랜 관행이다. 지난 2024년 공화국의 날 행사장에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당당히 주빈석에 앉았다. 이는 한 해 전인 2023년 프랑스 ‘바스티유 데이’(7월14일)를 맞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귀빈으로 초청을 받은 데 대한 답례 성격이 짙었다. 그날 모디 총리는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 마련된 VIP 좌석 중에서도 마크롱 대통령 부부 바로 곁에 앉아 프랑스 대혁명 234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열병식을 참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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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제 라팔 전투기.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후인 2025년 2월 모디 총리가 미국을 방문했다. 그런데 그는 곧장 미국으로 가는 대신 프랑스를 경유하는 길을 택했다. 그런 모디 총리를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남부 대도시 마르세유로 안내했다. 둘은 제1차 세계대전(1914∼1918) 당시 영국군 일원으로 프랑스 전선에서 독일군과 싸우다가 전사한 인도 참전용사들 묘지를 참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모디 총리에게 “10만명 넘는 인도 장병이 1차대전 기간 프랑스를 위해 싸웠고, 그중 약 1만명은 끝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며 “그분들의 희생이 두 나라를 영원히 결속시킨다”고 말했다. 양국이 혈맹이란 점을 강조함으로써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 인도를 향해 구애한 것이다.

인도가 최대의 안보 위협 요인으로 간주하는 나라는 이웃의 중국 그리고 파키스탄이다. 이들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는 오랫동안 소련(현 러시아) 무기에 의존해왔다. 2020년대 들어 인도는 낡은 전투기들을 교체하며 프랑스의 라팔을 선택했다. 미국과 맞서는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의 맹주를 자처하는 인도 입장에서 선뜻 미국 전투기를 구입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2025년 5월 인도 공군 소속 라팔 전투기가 파키스탄 공군이 보유한 중국 전투기들과의 공중전에서 패배해 격추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잔뜩 고무된 중국은 자국 군용기의 성능 홍보에 열을 올렸다. 다만 전문가들은 “라팔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인도 공군의 정보력 부재 등 작전 실패가 근본 원인”이란 진단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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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프랑스를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오른쪽)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포옹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인도·파키스탄 공중전 이후 ‘이제 라팔은 끝났다’라는 비관론이 제기됐으나, 인도 스스로 이를 단호히 부정했다. 18일 외신에 따르면 현재 라팔 전투기 30여대를 운용 중인 인도군이 ‘공중 전력 강화’를 명분으로 라팔 114대 추가 도입을 결정했다고 한다. 공식 발표는 오는 2월 마크롱 대통령의 인도 방문에 맞춰 이뤄질 전망이다. 프랑스 입장에선 자칫 세계 방산 시장에서 퇴출될 수도 있었던 라팔을 인도가 살려준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를 겨냥한 프랑스·인도 결속이 갈수록 공고해지는 모양새다. 프랑스제 라팔을 실전에 배치하거나 도입하기로 결정한 나라들은 흔히 ‘라팔 클럽’으로 불린다. 이 라팔 클럽이 장차 ‘반(反)트럼프 연합’으로 변하는 것은 아닌지 주목된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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