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가용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미국 증시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를 국내 증시로 불러들이기 위해 삼성전자 수익률을 2배 이상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레버리지 ETF 상품군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외화 예금 등 달러 상품 수요가 늘면서 환율 불안이 심해졌다는 판단 아래 금융권에 마케팅 자제를 권고하며 수요 관리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이 약해 환율이 오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런 대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 삼성전자 2배 ETF 도입 추진
18일 금융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국내 증시에 고위험, 고배율 ETF를 도입하기 위해 미국에 상장된 ETF 구조를 분석하고 있다. 앞서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은 13일 주요 증권사,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를 소집해 개별 종목 레버리지 ETF 허용, 지수 레버리지 ETF 배수 한도 상향 등을 논의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청와대가 국내 증시 경쟁력 제고 방안을 추가로 논의하면서 금융위에 과제가 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버리지 ETF란 기초자산 가격 변동에 정해진 배율을 곱해 수익률을 반영하는 상품이다. 가격이 100인 기초자산이 10% 올라 110이 됐다면, 3배 레버리지는 30% 올라 130이 된다. 현재 국내 증시에서 지수형 ETF는 2배 레버리지까지만 허용되며 종목형 ETF는 레버리지 상품 출시가 금지돼 있다. 지나친 투기화를 막고 시장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
정부가 보수적인 규제 기조에서 벗어나려는 것은 국내 증시를 이탈하는 개인들의 자금을 되돌려 원-달러 환율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국외 레버리지 상품 규모는 2020년 말 2000억 원에서 지난해 10월 말 19조4000억 원으로 약 5년 새 97배로 불어났다.
그러나 정부가 단기적인 환율 안정을 목적으로 투자자 보호를 등한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은행권 프라이빗뱅커(PB)는 “정부가 투자자 보호를 최우선 순위로 강조해 왔는데 환율 방어를 위해 고위험, 고배수 ETF 도입을 추진하는 건 일관성이 결여된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 美 재무장관 개입 후 서학개미 대규모 베팅
14일(현지 시간)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까지 원화 가치 하락을 우려하는 이례적인 구두 개입성 메시지를 내놓은 직후,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사재기’ 현상은 오히려 더 심화됐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6일 하루 동안 개인들이 순매수한 미국 주식은 6억1100만 달러(약 9015억 원)로 작년 11월 19일(6억5100만 달러) 이후 가장 많았다. 원-달러 환율의 일시적 하락 국면을 노리고 대량 매집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환전 수요 관리, 달러 공급 확대 등의 대책을 연달아 내놓으며 환율 방어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금감원은 16일 보험사 임원들을 소집한 데 이어 19일에는 시중은행 수석 부행장들과의 긴급 간담회를 진행한다. 개인들의 달러 상품 가입이 원-달러 환율 상승의 원인이라 보고 금융사에 ‘마케팅 자제’를 요청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12월 24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개인 달러예금 잔액은 127억3000만 달러로 작년 12월 말보다 9억1700만 달러 늘었다. 4개 생명보험사(AIA·메트라이프·신한라이프·KB라이프)가 취급하고 있는 달러보험의 신규 계약 건수는 2024년 말 4만598건에서 지난해 말 11만7398건으로 약 2.9배로 불어났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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