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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수사 ‘적법’·계엄 절차 ‘위법’…내란 재판 기준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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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선고받고 퇴정하는 윤석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 등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받고 퇴장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법원 “윤, 경호처를 사병화”…불법계엄 409일 만에 첫 형사처벌
국무회의도 요건 미달…특검, 판결내용 내란 재판에 증거로 제출
‘불법’ 사후 계엄선포문 공모 한덕수, 21일 ‘방조 혐의’ 선고 주목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는 지난 16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 방해 혐의 등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12·3 불법계엄 선포 409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게 내려진 법원의 첫 형사처벌이다. 이번 선고에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권, 계엄 전 국무회의 위법성이 모두 인정됐다. 다음달 19일 선고를 앞둔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서도 쟁점으로 다뤄지는 사안이어서 향후 재판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 공수처 수사 ‘적법’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체포 방해 혐의에 유죄를 선고하며, 공수처의 내란 수사권을 인정했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줄곧 “공수처에 수사권이 없으니 공소를 기각해달라”고 한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수처 수사권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서도 윤 전 대통령에게 유죄를 선고하기 위한 전제다.

재판부는 공수처 논리를 들어 직권남용 혐의 관련 범죄로서 내란 혐의를 수사할 수 있다고 봤다. 또 윤 전 대통령이 당시 한남동 관저에 머물렀으므로, 서울서부지법이 관할권을 가지고 체포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고 봤다. 공수처가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과정도 문제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군사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수색이 제외된다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110조가 해당 영장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오히려 공수처의 정당한 영장 집행을 윤 전 대통령이 가로막았다고 보고, 특수공무집행방해·직권남용·범인도피교사 등 혐의에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일신의 안위와 사적 이익을 위해 대한민국에 충성하는 경호처 공무원들을 사실상 사병화해 적법한 영장 집행을 저지하거나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했다.

■ 계엄 전 국무회의 ‘위법’

재판부는 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국무회의에 국무위원 일부만 소집해 소집 통지를 받지 못한 국무위원 7명의 심의권을 침해했다는 혐의(직권남용)로 윤 전 대통령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윤 전 대통령의 ‘메시지 계엄’ 논리도 앞뒤가 맞지 않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국무위원 전원에게 소집통지를 하지 못할 정도로 긴급성과 밀행성이 요구되는 상황이 존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경고성 계엄을 하는데 국무위원을 일부만 부를 만큼의 긴급성이 있냐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 누구보다 헌법을 수호하고 법질서를 준수할 의무가 있는데도 도리어 헌법과 관련 법령에서 대통령의 독단과 권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절차적 요건을 경시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계엄 선포 전 사전 절차가 위법했다는 첫 형사재판 판단이 나오면서, 계엄 선포 행위에 대한 위법성을 본격적으로 판단할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선고에도 이런 기조가 유지될지 관심이 쏠린다. 재판부는 각기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동일한 헌법과 계엄법에 대한 법원 판단이므로 궤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내란 특검은 이번 판결문을 분석해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할 계획이다.

■ 사후 계엄 선포문 ‘불법’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사후 계엄 선포문 작성 혐의(허위공문서 작성)와 수사가 시작되자 이를 파기한 혐의(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및 공용서류 손상)도 유죄로 판단했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이 강의구 전 대통령비서실 부속실장,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과 해당 범행을 공모했다고 봤다. 이에 따라 한 전 총리 등도 같은 혐의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한 전 총리는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로 오는 21일 선고가 예정돼 있다. 한 전 총리는 국무회의 부의장으로서 비상계엄 선포를 방조한 혐의 등을 받는다. 특검은 한 전 총리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17일 입장문을 내고 “재판은 정치·사회적 분위기가 아니라 증거와 법률, 구성요건에 의해 결론이 나야 한다”며 1심 판결에 불복의사를 밝혔다. 내란 특검도 “법원의 양형 및 일부 무죄 사유를 정밀하게 검토할 예정”이라며 항소를 예고했다.

임현경 기자 hyl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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