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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경 "연구현장 리더십 공백이 혁신 모멘텀 꺾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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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경 KAIST 교수(전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
대학·출연연 수장 인사 무더기 지연
과기계 자율 존중, 리더십 풀 만들고
과기부총리 격상 맞춰 조속 임명을
올 CES 가보니 AI 혁신속도 놀라워
부처간 공조·산학연 협업 이끌어야
서울경제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에 최근 가보니 인공지능(AI) 등 미·중 기술 패권 전쟁의 축소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어요. 선도국과의 격차를 좁히려면 산·학·연의 혁신 역량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시너지를 내는 체계가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박수경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1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정부 들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부총리로 격상됐는데 상부의 과학기술 컨트롤타워에 맞춰 연구 현장의 리더십 표류를 막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교수는 KAIST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하버드대 의대 박사후 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선임연구원을 거쳐 2004년 모교에 임용돼 생체역학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시절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에 이어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공학한림원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CES에서 느낀 점과 관련해 “2023년 CES에서 개념 수준에 머무르던 기술들이 불과 3년 만에 제품으로 출시되는 등 AI 기반 혁신 속도가 놀라웠다”며 “피지컬 AI도 휴머노이드 로봇을 넘어 존 디어의 AI 조수 시스템처럼 농기계와 산업 장비까지 대거 확장됐다”고 전했다. 이어 “CES는 데모 중심의 전시인 만큼 로봇 손 기술도 단순 동작 시연을 넘어 피아노 연주나 마리오네트 인형극 시연으로 기술의 강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모 기획력 역시 중요한 경쟁력으로 보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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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헬스케어를 연구하는 박 교수는 “헬스케어 경쟁력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술과 자본의 흐름에 의 결정된다”며 “CES 디지털 헬스 서밋에서 한국의 건강보험공단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유사한 역할을 하는 미국 CMS가 기술 기반 의료 확산을 뒷받침하는 수가 정책 방향을 제시하면서 시장 설계자처럼 움직이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AI·로봇·자율주행 등 미·중 기술 패권 전쟁 심화 속에 정부 부처·기관 간 전략적인 협업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박 교수는 “AI 기반 혁신 성장 정책에 따라 모든 산업에 AI를 확산하는 점은 바람직하다”며 “다만 정부와 산·학·연 등 혁신 주체와 연구개발(R&D)·실증 및 세제 지원·규제 완화 등 정책 수단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에 비해 자본·인재·제도(규제) 측면에서 뒤처진 현실에서 과기부총리가 부처 간 공조 체계를 힘있게 이끌어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대학과 정부출연연구원의 수장 공백 사태와 관련해서는 과기 현장의 리더십 표류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수장 임기 만료에도 후임 인선이 이뤄지지 않는 곳은 KAIST, 기초과학연구원(IBS), 한국에너지공대, 한국한의학연구원, 한국뇌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부지기수다. 박 교수는 “인사 지연이 초래된 여러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현장의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하면 혁신 모멘텀이 흔들리게 돼 조속한 임명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과기계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임명 문화를 정착시키고, 과기계는 리더십 풀을 두텁게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과학기술계와 산업계가 제시하는 통찰의 깊이가 곧 국가 혁신 정책의 역량”이라며 “각자의 전문 분야를 넘어 국정과 산업 전반의 큰 흐름 속에서 시야를 넓히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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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성장률의 지속적 하락을 막기 위한 산학연의 R&D 혁신 방안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우리 산학연의 개별 역량은 뛰어나지만 인재·자본 등 양적 규모로는 게임이 되지 않는 미·중 등과 경쟁하기에는 힘이 부친다”며 “정책 리더가 ‘연결’과 ‘시너지’라는 철학을 갖고 산학연의 혁신 역량을 결집해야 R&D 생산성 제고와 창업 촉진 등을 꾀하면서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R&D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연구 몰입 환경 구축, 인프라 고도화, 지원 인력 확충, 실패를 허용하는 도전적 생태계를 갖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연구 주체인 대학과 출연연의 혁신 방향에 대해서도 고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우리 대학의 혁신이 더디다는 지적에 대해 “미국은 높은 등록금과 자율성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싱가포르는 일부 대학에 국가 혁신 역량을 집중하는 등 우리의 대학들과는 체급과 맥락이 다르다”며 “자본과 자율이 대학 혁신의 관건인데 정부는 대학이 각자 상황에 맞춰 혁신 전략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뒷받침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5년 단임 정권이 대학에 임기 내 성과를 독촉하면 단기 실적에 연연하게 된다는 점에서 혁신을 위한 인내의 필요성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어 출연연에 대한 외부 과제 수주 중심 시스템(PBS) 폐지 방침에 대해서는 “1만 5000여 출연연 연구자들이 개별 과제 중심의 관성을 넘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하는 출발점”이라며 “정부가 이를 뒷받침할 협업 체계를 갖추고 현장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고광본 논설위원·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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