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19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 공연에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서성일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을 비롯한 남북 대화가 활발하던 2018년 남측 대표단을 만나 “비인간적 사람으로 남고 싶지 않다. 믿으라”며 비핵화와 북·미 대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위원장은 당시 “입이 닳도록 말했다”며 비핵화 조치에 대한 미국의 호응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했다.
18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책 <판문점 프로젝트>를 보면, 김 위원장은 2018년 3·9월 남북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방북한 남측 특사단을 만나 비핵화 의지와 미국과 관계 개선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윤 의원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맡아 남측 특사단에 참여하는 등 남북 대화 곳곳에 깊숙이 관여했다.
김 위원장은 2018년 3월5일 평양에 있는 노동당 본부 청사에서 남측 특사단과 면담하며 비핵화와 군사적 도발 자제 의지를 피력했다. 김 위원장은 “김일성 주석의 유훈인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 원칙이 달라진 건 없다”며 “군사적 위협이 제거되고 정전 체제에서 안전이 조성된다면 우리가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한·미 연합훈련이 재개되면 전략 도발을 하지 않을까 하는 이런 걱정은 꽉 붙들어 매라”며 “핵무기는 물론이고 전방에 배치된 장사정포와 같은 상용 무력도 결코 동족에 대해 사용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은 남한을 겨냥한 전술핵무기를 실전 배치하고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며 이러한 입장을 뒤집은 상태다.
“이가 아픈데 안과 가면 치료 되나”
북·미 대화 필요성 피력한 김정은
북·미 대화 필요성 피력한 김정은
김 위원장은 당시 특사단에게 “북·미 대화의 필요성은 분명하다”며 미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밝혔다. 그는 “핵 문제 발생의 근원은 역사적 뿌리부터 진단해야 대책이 명쾌해진다”며 “이가 아픈데 안과에 가면 치료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북핵 개발 목적이 미국으로부터의 체제 안전 보장이라며 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과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으로 풀이된다. 당시 면담을 마치며 김 위원장은 “비인간적 사람으로 남고 싶지 않다”며 자신을 믿어달라고 농담조로 발언을 했다고 한다.
2018년 9월5일 당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남측 특사단이 방북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면담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김 위원장은 평양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그해 9월5일 방북한 남측 특사단을 만나 비핵화 뜻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일각에서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자 “비핵화는 입이 닳도록 말했다. 쓸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말만 앞세울 뿐 어떤 호응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미국이 북한 사정을 헤아려봐야 한다”며 “북한이 비핵화를 추진할 동력을 키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저런 선언만 갖고 영구적 비핵화와 맞바꾸자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체제 안전 보장이나 제재 해제·완화를 주장했다. 당시는 그해 6월 싱가포르에서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한 이후였다.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이런 일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조차 못 했다. 지금 낙담할 일이 아니다”라며 “앞으로 불협화음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나는 낙심하지 않는다 절대”라고 남측 특사단에 말했다고 윤 의원은 전했다. 윤 의원은 “지금 상황에서는 김 위원장이 말했다고 믿기 어려운 내용”이라며 “내 기억에 아직도 선명히 남아있다”고 적었다.
2018년 4월27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평화의 집 앞마당에서 ‘판문점 선언’ 을 발표하기 위해 연단으로 향하고 있다. 판문점 | 한국공동사진기자단·서성일 기자 |
한·미 연합훈련에 “더이상 논하지 말자”
김 위원장은 한·미 연합훈련을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다는 태도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2018년 3월5일 남측 특사단에 “훈련이 재개되면 남북관계가 원점으로 돌아가고, 우리(북한)가 소위 전략 도발하고, (미국이) 추가 제재를 부과하는 상황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정적 상황으로 돌입하면 남측에서도 군사훈련 진행 방식이 조절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사실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 어젯밤 늦게까지도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요구해볼 것을 검토했다”며 “깊이 고민했다. 이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일방적 주장만 하면 안 된다. 이제 더 이상 한·미 연합훈련은 논하지 말자”고 말했다. 그는 약 한 달 뒤인 4월1일 평양에서 열린 남측 예술단의 <봄이 온다> 공연에 참석해 “오늘이 한·미 연합훈련 첫날인데 공연하게 돼 뜻깊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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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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