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를 개인 책임으로 떠안게 된 시대, MZ세대 직장인들 사이에서 ‘저축하는 연금’이 아닌 ‘투자하는 연금’으로 갈아타려는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저금리·고물가 환경 속에서 연금을 방치했다가는 은퇴 후 생활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투자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저축하는 연금’ → ‘투자하는 연금’
17일 업계에 따르면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실적배당형 상품(펀드·ETF 등)으로 운용하려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기준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 잔고에서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은 2023년 말 52.5%, 2024년 말 61.5%, 2025년 말 70.2%로 해마다 약 10%포인트씩 상승했다.
같은 기간 원리금보장형 상품 수익률이 연 2~3%에 머문 반면, 실적배당형 상품은 연 16~18% 수익률을 기록하며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연금을 굴리지 않으면 늙어서 가난해진다”는 인식이 숫자로 증명된 셈이다.
연금을 직접 운용할 수 있는 DC·IRP로의 자금 이동도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의 DC형과 IRP 적립금은 각각 4조4159억원, 4조8468억원 늘어난 반면, 기업이 운용을 책임지는 DB형 적립금은 3586억원 감소했다. 안정성 위주의 DB형보다 수익률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구조를 선택하는 흐름이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 NH·한화證 “연금도 투자”···자산 급증
증권사들의 연금 자산 성장도 이 같은 흐름을 뒷받침한다. NH투자증권의 연금 총자산은 2025년 말 기준 15조3910억원으로 1년 새 34% 증가했고, 최근 3년간 증가율은 128%에 달했다. 특히 DC·IRP 적립금은 한 해 동안 42% 급증하며 성장을 주도했다.
NH투자증권은 모바일 앱을 통한 ETF·채권 투자, 자동투자 서비스, 연금 전용 ELS 등으로 “연금은 곧 투자”라는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한화투자증권 역시 연금자산이 2조원을 돌파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2023년 11월 연금자산 1조 원을 넘어선 이후 2년 2개월 만에 자산 규모가 두 배로 확대됐다. 최근에는 연금 ‘적립’뿐 아니라 수령·인출 전략까지 관리하는 서비스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업계에서는 연금 시장의 무게중심이 “얼마를 모으느냐”에서 “어떻게 굴리고, 어떻게 꺼내 쓰느냐”로 이동했다고 본다. 장수 리스크와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예금형 연금만으로는 노후 소득을 지키기 어렵다는 인식이 MZ세대 사이에 빠르게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여진 기자 aftershoc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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