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해 유리창을 부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지난해 1월19일 새벽 서울서부지법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윤 전 대통령 지지자 등 시위대는 법원으로 난입해 폭동을 일으켰다. 법원의 판단에 비난이나 비판을 쏟아내는 사례는 많았지만 이렇게 물리적으로 재판부를 위협한 적은 처음이었다. 무엇보다 극우 성향의 청년들이 계기만 있으면, 언제라도 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에 한국사회는 고민이 깊어졌다.
지난달 26일 학술지 ‘한국치안행정논집’에는 <디지털 정보환경 및 군중심리 결합에 따른 집단폭력 갈등 단계 가속 메커니즘 연구: 2025년 서부지법 사태 전개 과정 분석> 논문이 실렸다. 저자는 중앙대 공공갈등정보학과 석사 과정을 수료한 서울 마포경찰서 이원주 경위다. 당시 서부지법 폭동사태 현장에 있었던 이 경위는 논문에서 “서부지법 사태는 온라인에서 구호와 프레임을 학습한 참가자들이, 현장에서는 일부 참여자가 폭력 행동을 부추기자 생긴 결과”라고 분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가 열린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집회를 벌이고 있다. 한수빈 기자 |
이 경위는 서부지법 사태 당일 경찰 정보관으로 근무했다. 이 경위는 현장에 있었던 기자 3명, 법원 관계자 5명, 정보·경비·기동대 경찰 각 2명씩 총 14명을 심층 대면 조사해 서부지법 사태의 주요 ‘변곡점’을 찾았다. 이들의 진술 내용은 추후 현장 영상 등을 확인해 교차 검증했다.
이 경위가 분석한 ‘결정적 변곡점’의 시작은 윤 전 대통령의 구속전 피의자 심문을 하루 앞둔 지난해 1월17일 밤이다. 수백명 군중이 서부지법 앞 인도에 모여 팔짱을 끼고 스크럼을 짜며 농성을 했다. 시위가 점차 과격해지면서 경찰이 일부 시위대를 강제 해산하기까지 했다. 이른바 ‘언어 논쟁’에서 ‘물리력 충돌’로 바뀐 첫 사례였다. 시위대는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구속되면 끝장’ ‘윤석열 대통령을 지키자’ 등 정보를 접한 경우가 많았다. 이를 계기로 시위대에는 “(경찰의 강제 해산은) 정당한 항의에 대한 탄압”이라는 인식이 퍼졌다.
1월18일 밤 시위대가 흥분 상태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심사 결과 발표가 늦어지자 시위대가 법원 상층부 창문에 레이저 포인터를 비추고 “판사 나오라”는 구호를 반복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경찰이 시위대에 어떻게 알고 나왔냐고 묻자 “커뮤니티에서 서부지법으로 모이라고 해서 나왔다”는 답이 많았다고 한다. 이들에게 사법부·언론·경찰은 모두 “적대 세력”이 됐다. ‘아군’은 유튜버만 남았다. “과격한 행동에 동조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연구진은 “폭력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 군중 정서와 행동 규범이 질적으로 변모한 시점, 즉 폭력이 가능해진 심리적 토대가 준비된 변곡점”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1월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내란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지지자들이 법원 담장을 넘어갔다가 다시 밖으로 나가고 있다. 한수빈 기자 |
1월19일 오전 3시쯤, 구속 영장이 발부됐다. 시위대에서 욕설·고성이 시작되며 법원 앞은 아수라장이 됐다. “판사가 매국적 결정을 했다”는 목소리도 앰프를 통해 흘러나왔다. 시위대는 “말로만 해서 되겠냐”며 경찰 차량 상단을 점거했다. 후문 쪽에서는 수십명이 철제 담장을 흔들고, 담장 위로 올라가 경내 진입을 시도했다. ‘법원 경계’라는 물리적·상징적 임계점이 무너졌다.
이후 시위대는 의자·벽돌·유리병 등을 던지며 법원을 부쉈다. 일부 참가자들은 주변 청년에게 “젊은 사람이 뭐하냐, 나라를 구해야지”라며 독려하기도 했다. 시위대는 당직실 창을 깨거나, 현관 셔터를 들어 올리고 법원 건물 내로 들어가 판사를 찾아다녔다. 이날 오전 4시쯤이 돼서야 추가 경력이 투입되고, 다수 시위대가 체포되면서 서부지법 사태는 진정됐다.
지난해 1월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되자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침입해 폭동을 부린 가운데 법원 청사가 심하게 파손돼있다. 이준헌 기자 |
이 경위는 “온라인상의 확증 편향적 정보가 사전에 분노와 위기의식을 높였고, 특정 유튜브 채널과 실시간 스트리밍이 행동 규범과 ‘해야 할 일’을 반복적으로 제시하며 참여자들의 판단력을 흐리게 했다”고 분석했다. 또 “시위대의 심야 시간 피로 누적, 음주, 장시간 대기로 인한 정서적 불안이 결합하면서 행동 강도를 급격히 끌어올렸다”는 점도 요인으로 봤다.
이 경위는 ‘현장 신호’를 활용해 위험을 조기에 파악할 방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시위대 밀도, 소음 크기, 투척물이 날아오는 빈도, 시위대가 술을 마시지는 않았는지 등을 종합해 판단할 수 있는 현장 지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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