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이재명-대통령-취임-후-주요-외교-일정/그래픽=최헌정 |
"이재명 대통령이 그동안 외교적 역량을 보여줄 기회가 많지 않아서 잘 할 수 있을까란 의문들도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제가 옆에서 지켜봤을 때 그 배경(잘 해낸 배경)은 상대국 정상들에 대해 하나하나, 정말 열심히 공부하신다는 겁니다."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해 12월29일 유튜브 채널 '매불쇼'에 나와 이 대통령이 외교 비결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새해 중국(1월4~7일)과 일본(1월13~14일) 방문을 연달아 마치고 돌아온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장면이 화제다. 중일 갈등이 첨예해 그 가운데 낀 한국의 정상으로서 쉽지 않은 방문이 될 것이란 우려 속에 오른 출국길이었지만 기대 이상의 성과를 안고 돌아왔다는 평가다.
양국 모두 한국 정상에 대해 극진한 예우를 보였을 뿐만 아니라 공급망, 경제, 민생 분야에서 실질 협력 방안을 도출했다. 이 대통령이 각국 정상들 간 구축한 돈독한 신뢰관계를 토대로 이뤄진 성과다. 중국과는 한한령(한류금지령) 해제, 일본과는 민감한 과거사 문제 해결 등 여전히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이지만 정상 간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쉬운 문제들부터 풀어나감으로써 추후 어렵고 복잡한 문제들도 해결할 수 있는 추동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었다.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빈만찬을 마친 뒤 작년 11월 경주 정상회담 때 선물 받은 샤오미 스마트폰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1.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허경 기자 |
[나라=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함께 13일(현지 시간) 일본 나라현 회담장에서 일본 측이 마련한 푸른색 유니폼을 함께 착용하고 드럼 스틱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01.13. bjko@newsis.com /사진=고범준 |
이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는 샤오미 스마트폰으로 셀카(셀프카메라)를 찍고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는 드럼 합주를 하는 장면을 통해 각국 정상들의 사이에 과거와는 확실히 다른 우호적 관계가 맺어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 대통령이 해외 정상급 인사들과 두터운 친분을 쌓아가는 장면을 보여준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열린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방문한 캐나다에서 1박4일의 일정 동안 무려 10개 국가 및 국제기구(EU, UN)의 정상 및 지도부와 연쇄 회담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취임한 지 보름도 채 되지 않은 시점 데뷔한 이 대통령의 첫 외교무대였다.
당시 이 대통령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파르도 멕시코 대통령 등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첫 만남이란 게 무색할 정도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 눈길을 끌었다.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6.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청와대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이 대통령의 첫 외교 일정이 G7 정상회의였는데 당시 정말 많은 정상들을 만났다. 출국 전 이 대통령이 두꺼운 책 한 권 정도 되는 분량의 자료를 받았는데 대통령이 각국 특징이나 정상들의 특징에 대해 일일이 메모했다"며 "이 대통령이 메모를 토대로 대화에서 각국 정상들의 장점, 이 대통령과의 공통점을 이끌어내면서 '아이스 브레이킹'을 해나갔고 좋은 분위기가 회담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말 많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노력은 지난해 8월 있었던 일·미 순방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이 대통령은 6월 G7 정상회의 계기로 처음 만난 이시바 시게루 전 일본 총리와 셔틀외교 복원을 약속했는데, 두 달 여 만인 8월 말 일본 도쿄를 찾아 한층 더 친밀한 분위기 속에서 시게루 전 총리와 회담했다.
이어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지난해 8월25일(현지시간) 첫 정상회담에서 트럼프가 좋아하는 색상인 '황금색'을 들며 "오벌 오피스(대통령 집무실)를 꾸미고 있다고 들었는데 밝고 황금색으로 빛나는 게 보기 좋다"고 말문을 열어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열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하는 단어인 '피스 메이커(평화 조성자)'를 들어 "(대북 관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피스 메이커를 하시면 제가 페이스 메이커(속도 조절자)가 되겠다"고 한 발언은 이후 두고두고 회자된 '명언'이 됐다.
당시 이 대통령은 일본에서 미국으로 향하던 공군 1호기에서 기내 간담회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회담을 앞두고 어떤 준비를 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협상하는지, (트럼프 대통령의 자서전) '거래의 기술'에 다 써놨더라"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대면하기 전 45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읽어봤음을 시사했다.
[서울=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월 25일(현지 시간)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백악관 제공) 2025.09.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 |
상대국 정상에 대한 '사전 열공'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나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만날 때도 적용됐다. 이 대통령은 시 주석과 지난해 10월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처음 만났는데 당시 수 시간 동안 이어진 APEC 정상회의 환영 만찬에서 시 주석과 나란히 앉아 환한 얼굴로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 처음 만난 시 주석과의 장시간 대화가 가능했던 것은 이 대통령이 사전에 시 주석에 대한 여러 배경 지식을 습득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들이 나왔다.
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시 주석과 선물 교환식(11월1일)에서 '샤오미 농담'을 던졌을 때 모르는 사람들은 우려를 표했을 수 있다"며 "그 전에 환영만찬(10월31일)에서 두 사람 간 이미 어느 정도 라포(상호 신뢰관계·친밀감)가 형성됐기에 그 정도는 주고받을 수 있다고 이 대통령도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선물 교환식에서 시 주석으로부터 샤오미 스마트폰을 받고 "보안은 잘 되나"라고 농담을 던졌고 시 주석이 "백도어(후문)이 있는지 확인해 보라"고 응수해 웃음을 자아냈다. 백도어는 보안시스템을 피해 접근할 수 있는 우회로를 뜻한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중국이 전자기기를 이용해 상대국 안보를 위협한다는 의혹을 제기해왔기 때문에 이 대통령이 던진 농담에 시 주석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 대통령은 올해 1월 국빈방중에서 시 주석과 정상회담 후 선물받은 샤오미폰으로 '셀카'를 찍는 재치까지 발휘했다.
방중에 이어진 방일 기간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 간 빚어진 명장면은 '드럼 합주'였다. 대학 시절 헤비메탈 밴드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총리의 취미는 드럼 연주다.
지난해 10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 간 첫 회담 초반부에 이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가 제 꿈을 모두 실현했다"며 "드럼, 스킨스쿠버, 오토바이가 그것"이라고 해 어색한 분위기를 단번에 날렸다. 당시에도 다카이치 총리에 대한 꼼꼼한 학습이 선행됐다. 결국 이 말 한마디가 약 3개월 뒤 한일 정상회담에서 '드럼 퍼포먼스'로까지 이어진 셈이다.
이 대통령의 외교 스킬은 참모진들로부터도 감탄을 자아낸 듯하다.
[경주=뉴시스] 최동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선물받은 '천마총 금관 모형'을 지나며 인사하고 있다. 2025.10.29. photocdj@newsis.com /사진=최동준 |
1979년부터 정통 외교관의 길을 걸어온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한미 정상회담 직후 이뤄진 기자회견에서 성공적 회담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지 묻는 질문에 "회담 준비를 할 때 여러 조언들도 감안하고, 검토도 많이 하고, 대비도 많이 하는 건 사실인데 결국 그런 것들을 정상이 어떻게 소화해서 어떻게 대처하느냐대로 (회담 성과가) 귀결된다"며 "제가 옆에서 관찰한 바로는 이 대통령의 자연스러운 대응, 있는 그대로 진솔하게 대처하는 모습이 전체 분위기에 잘 맞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이렇듯 외교에 큰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는 전문가들로부터 여러 의견들을 듣고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을 직시한 데서 비롯된 것이란 평가다.
김대중 정부에서 비서실장을,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더300에 "대통령이 되면 사실 숙지해야 할 가장 큰 덕목은 외교"라며 "김대중 대통령도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미·일·중·러 4대 강국에 둘러싸여 있으니 외교만 잘하면 안보도 지키고 경제도 살리고 기술도 도입할 수 있다. 그러니까 대통령의 가장 큰 덕목은 외교'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이 사실을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일때 말씀드렸었고 대통령도 이를 잘 귀담아 들은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대국 사이에서 실용외교가 쉽지 않겠지만 '국익중심'이란 원칙을 잊지 말고 잘 지키면서 상대국을 꾸준히 잘 이해시킬 필요가 있겠다"며 "자칫 곤란한 선택의 순간에 놓이더라도 말을 아끼며 지혜롭게 잘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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