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이남 최고의 소아정신과 명의로 꼽히는 온병원 김상엽 행동발달증진센터장 |
지난해 한 해 동안 정신건강 진료를 받은 소아·청소년 환자가 약 35만 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4년 전과 비교해 76% 이상 급증한 수치로,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문제가 더 이상 개인이나 가정 차원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발표한 '생활 속 질병·진료행위 통계'에 따르면 2020년 19만8384명이던 소아·청소년 정신건강 질환자는 2023년 31만1365명, 2024년에는 35만337명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이 가운데 가장 흔한 질환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로 집계됐다.
연령대별로 보면 ADHD 진단은 학령기 아동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7∼12세 아동 가운데 ADHD로 진료받은 인원은 8만6797명으로 가장 많았고, 0∼6세 영유아 중에서도 1만1521명이 ADHD 진단을 받았다. 성별 차이 역시 뚜렷했다. 남아는 7∼12세에서 10만5288명으로 정점을 찍은 반면, 여아는 13∼18세에서 9만4784명으로 가장 많은 진료 건수를 기록했다.
전체 정신건강 질환 가운데 ADHD만 놓고 보면 증가 속도는 더욱 가파르다. 2024년 기준 국내 ADHD 환자는 약 14만9272명으로, 4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이 가운데 만 6∼18세 소아·청소년 환자는 8만1512명에 달해, ADHD가 학업 성취와 또래 관계, 사회적 적응에 미치는 영향을 더 이상 간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ADHD는 주의력 결핍과 과잉행동, 충동성을 주요 특징으로 하는 대표적인 신경발달장애다. 대개 학령기 이전부터 증상이 시작되지만, 본격적인 문제 인식과 진단은 초등학교 입학 전후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부산지역 발달장애인거점병원이자 보건복지부 지정 행동발달증진센터를 운영 중인 부산 온병원 정신건강증진센터 김상엽 소장은 “ADHD는 단순한 산만함이나 성향 문제가 아니라 뇌 기능 발달의 불균형에서 비롯되는 의학적 질환”이라며 "조기 진단과 치료가 이뤄질 경우 학업 수행뿐 아니라 또래 관계와 사회적 적응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임상 현장에서 부모들이 처음 이상 신호를 감지하는 지점은 대개 일상 속 반복 행동이다. 또래에 비해 유난히 한 자리에 오래 앉아 있지 못하거나, 식사나 TV 시청 중에도 계속 움직이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어른들의 대화에 수시로 끼어들거나, 줄 서기와 차례 기다리기를 힘들어하는 모습도 보호자들이 흔히 호소하는 초기 신호로 꼽힌다.
온병원 행동발달증진센터는 이러한 행동을 단편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다면적 평가를 통해 ADHD를 진단한다. 부모 면담과 교사 평가, 표준화된 주의력 검사와 신경인지검사 등을 통해 아동의 전반적 발달 특성을 분석하고, 환경적·심리사회적 요인까지 함께 고려하는 방식이다. 김 소장은 "ADHD 진단은 설문 몇 장으로 끝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의학적 요인과 가정·학교 환경, 정서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내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치료의 기본은 행동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맞춤형 통합치료다. 학령전 아동의 경우 부모훈련과 행동수정 프로그램 등 비약물치료가 1차로 권고되며, 학령기 이후에는 교실 내 행동조절 전략과 학습지원, 약물치료를 병행할 경우 집중력과 과제 수행 능력이 뚜렷하게 개선된다는 것이 임상 현장의 공통된 평가다.
최근에는 게임 기반 디지털 치료기기(DTx)와 경두개직류자극술(TDCS)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치료 옵션도 주목받고 있다.
게임사 드래곤플라이가 개발한 '가디언즈DTx'는 ADHD 치료용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돼 확증 임상 단계에 있으며, 이모티브의 ‘스타러커스’ 역시 다기관 임상에서 의미 있는 반응률을 보인 것으로 보고됐다.
뇌파를 활용한 뉴로피드백 치료도 비약물 치료 대안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아이가 자신의 뇌파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집중과 이완을 훈련하는 방식으로, 장기적인 증상 완화와 약물 용량 감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축적되고 있다.
치료 패러다임 역시 변화하고 있다. 단일 전문의 중심에서 벗어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임상심리사, 언어·작업치료사, 특수교사 등이 한 팀을 이뤄 한 명의 아동을 입체적으로 평가·치료하는 다학제적 접근이 확산되는 추세다. 이는 ADHD와 학습장애, 정서·행동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사례에서 특히 효과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김상엽 소장은 "ADHD는 아이의 의지나 부모의 양육 태도 문제로 치부할 질환이 아니다"며 "낙인을 두려워하기보다, 의심 신호가 보일 때 조기에 전문 의료기관을 찾는 사회적 인식 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투데이/영남취재본부 서영인 기자 ( hihiro@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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