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이나 월세를 올리지 않는 대신 관리비를 크게 높이는 꼼수 계약이 속출하고 있다. 피해자는 주로 부동산 계약 경험이 적고 종잣돈이 부족한 청년층이다.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월세 시장에서 '집주인 우위'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아주경제가 온라인 부동산 중개 플랫폼을 통해 관악구 인근 원룸 시세를 살핀 결과, 실평수 17~20㎡(5~6평) 원룸 가운데 월세는 20만원대인데 관리비는 10~12만원대인 경우가 많았다. 인근 비슷한 규모의 원룸 시세가 월세 30~50만원대에 관리비 5~7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월세의 상당 부분을 관리비로 전가한 셈이다.
일부 지역에선 월세보다 관리비가 더 높은 매물도 있었다. 은평구에 위치한 21㎡(6평) 원룸은 월세는 12만원이지만 관리비는 18만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주택 임대차 신고제'를 편법으로 피하기 위한 꼼수 계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본격 도입된 주택 임대차 신고제에 의하면, 보증금 6000만원이나 월세 30만원을 넘긴 임대차 계약은 지자체에 의무로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발생할 과세를 피하기 위해 월세를 낮추는 대신 관리비를 크게 올리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지금처럼 전세에서 월세로 수요가 강제 이전되는 시기엔 월세를 눈에 띄지 않게 올리기 위한 꼼수 계약이 성행하기 쉽다는 점이다. 권대중 한성대 일반대학원 경제·부동산학과 교수는 "월세와 달리 관리비는 소득세에 포함되지 않다 보니 관리비를 손쉽게 올릴 수 있다"며 "이는 임대차 2법의 전월세 상한선 5%를 피하기 위한 꼼수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깜깜이 관리비' 문제도 여전하다. 국토교통부가 2023년 도입한 '중개대상물의 표시·광고 명시사항 세부기준' 개정안에 따르면, 정액관리비가 10만원을 넘을 경우 그 세부 내역과 각 비용을 공개해야 한다. 그러나 관리비 세부 비용을 비공개로 기재하거나 9만9000원으로 책정해 의무 고시를 피해간 경우가 많았다. 정부의 관리비 투명화 대책이 현장에서는 10만원 미만으로 관리비를 책정해 규제를 비껴가는 '가이드라인'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문제는 관리비 금액 그 자체보다도 세입자 입장에서 관리비가 꼼수 비용인지 아닌지를 파악할 수 없는 불투명성"이라며 "관리비 세부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 월세시장의 세입자를 보호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주경제=하주언 기자 zoo@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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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내용 공개 않는 '깜깜이 관리비'도 여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