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이 구형된 가운데 지난 14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3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사형을 구형받으면서 ‘사형 구형’과 사형제와 관련해 갑론을박이 나오고 있다. 인권을 이유로 29년째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는 한국에서 사형 구형과 사형제를 둘러싼 오랜 논쟁이 다시 언급되면서다. 사형을 구형한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공동체가 재판을 통해 범죄 대응 의지를 보이고 신뢰를 구현하는 기능이 있다”며 사형 구형의 의미를 강조했다. 반면 일부 학자들과 인권단체 등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중형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인권침해가 명백한 사형제 존치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내란 특검팀이 지난 13일 윤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하면서 밝힌 주요 이유는 “반성하지 않는 내란 사건 피고인에게 내릴 중형으로는 사형 밖에 없다”는 취지였다. 특검팀은 “대한민국 형사사법에서 사형은 집행해 사형을 시킨다는 의미가 아니라, 공동체가 재판을 통해 범죄 대응 의지와 그에 대한 신뢰를 구현하는 것으로 기능하고 있다”고도 했다.
지난 29년동안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 한국에선 사형이 구형·선고되더라도 ‘집행되진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다. 이번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사형 구형도 범죄의 중대함을 보여주는 상징적 기표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그럼에도 여권 인사들을 포함해 일부 사형 폐지론자들까지 나서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해서만큼은 사형 구형 및 선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12·3 불법계엄 관련 내란 사건이 민주주의와 법치의 근간을 흔든 중범죄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몇몇 학자들과 인권단체들은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내란 범죄에 최중형을 내려야 하는 것은 맞지만, 사형 구형은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다. 자칫 인권 침해가 명백한 사형제가 존치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사형제 헌법소원은 현재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이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이 구형된 가운데 지난 14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
국제앰네스티는 지난 14일 성명을 내고 “사형을 구형하는 것은 인권에 대한 명백한 후퇴”라고 밝혔다. 앰네스티는 “윤 전 대통령의 행위가 기본 인권을 심각하게 위협했으며 책임 규명이 필요한 것은 맞다”면서도 “사형 구형은 법치주의가 보호해야 할 인권과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어떠한 예외 없이 사형제에 반대한다”고 했다.
사형제 폐지를 주장해온 몇몇 학자들도 윤 전 대통령에게 최중형을 선고해야 하지만 사형 구형엔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인도주의적, 인권의 관점에서 사형은 완전히 시대착오적인 형벌”이라며 “1998년부터 사형은 집행되지 않는 등 사형제 폐지의 역사가 쌓여서 실질적 사형폐지국이 된 현재에 가장 중대한 형벌은 무기징역”이라고 말했다.
이덕인 부산과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정치인뿐만 아니라 간첩조작 사건 등 근현대사에선 정치적 의도에 따라 사형이 자주 오남용돼 왔다”며 “아무리 내란 같은 중범죄더라도 한국에서 사형제가 악용돼온 역사를 고려하지 않은 채 사형을 외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사형의 상징성이 오히려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는 점도 지적했다. 한 교수는 “집행되지 않을 것이 당연한 사형을 구형, 선고하는 것은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순교자의 이미지를 주는 효과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도 “형벌은 상징성이 아니라 범죄 예방에 목적이 있다”며 “실질적으로 폐지된 사형 구형은 되레 윤 전 대통령을 영웅화할 수 있다”고 짚었다.
사면 없는 무기징역이 윤 전 대통령에게 적절한 형벌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 교수는 “사형 대신 무기징역을 선고하되 추후 특별 사면을 하는 행동을 안 해야 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판결문에 감형이나 가석방이 불가하다는 내용을 포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채연 기자 applau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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