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건조한 대만 에버그린사의 1만5000TEU급 컨테이너운반선. [사진=삼성중공업] |
[서울경제TV=이수빈 기자] 조선업계가 역대급 수주 호황 속에서도 미래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자율운항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한 선박 건조를 넘어 인공지능(AI) 기반의 고부가가치 설루션 역량이 향후 조선 산업의 수익성을 가를 핵심 변수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조선 3사는 각기 다른 전략적 지향점을 바탕으로 자율운항 시장의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시장 선점 속도내는 HD현대…“데이터가 무기”
HD현대는 자회사 아비커스를 통해 가장 빠른 상업적 성과를 내며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지난 15일 HMM과 체결한 40척 규모의 자율운항 설루션 '하이나스 컨트롤' 공급 계약은 이 분야 단일 계약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아비커스의 전략적 핵심은 데이터 기반의 생태계 장악이다. 이미 350여 척의 누적 수주 실적을 확보한 만큼, 다양한 해상 환경에서 수집되는 방대한 운항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알고리즘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는 경쟁사보다 먼저 기술적 표준을 제시하고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단순히 기술력을 과시하는 연구 단계를 넘어 해운사가 즉시 도입해 연료 절감과 사고 예방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완성형 제품군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중공업, 실전 검증 주력…태평양 횡단 성공
삼성중공업은 자율운항 기술을 해운사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정시성과 경제 운항에 맞추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대만 에버그린의 1만5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으로 수행한 태평양 횡단 실증 성공은 이러한 전략의 산물이다. 약 1만㎞의 항해 동안 자체 개발한 AI 시스템 'SAS'가 기상 조건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최적 항로를 유지하며 오차 없이 목적지에 도착한 점은 기술적 신뢰성을 입증했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대만 에버그린 본사에 '삼성 원격 운용센터(SROC)'를 개소하며 서비스 모델을 확장했다. 이는 단순히 시스템을 판매하는 공급자를 넘어 육상에서 선박을 실시간으로 관제하고 유지보수하는 설루션 파트너로 거듭나겠다는 의미다. 선주들의 최대 고민인 연료비 절감과 인력 부족 리스크를 동시에 해결해주는 실질적인 해운 물류 최적화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한화오션, 방산 기술 융합한 ‘미래 선박’ 시장 조준
한화오션은 한화그룹의 강력한 방산 네트워크와 기술 융합으로 차별화된 길을 걷고 있다. 상선의 자율운항뿐만 아니라 무인수상정(USV) 등 군사적 활용도가 높은 기술을 동시에 개발하는 이중용도 전략이 핵심이다. 최근 미국 자율운항 선체 개발 기업 해벅AI와 협력해 200피트급 자율운항선(ASV) 공동 개발에 착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화오션은 2030년까지 선원이 탑승하지 않는 '레벨 4' 수준의 완전 자율운항 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2021년 시험선 '한비(HAN-V)'를 개발해 2022년 실증을 마쳤으며, 자율운항 시스템 'HS4'를 통해 신뢰성을 쌓고 있다. 기존 조선사들이 보조 시스템 위주의 레벨 2~3 단계에 집중할 때, 한화오션은 고도의 보안과 정밀 제어가 필요한 특수선 및 무인 함정 기술을 상선에 이식하며 진입 장벽을 쌓고 있다.
◇“자율운항, 수주 경쟁력 가르는 척도 될 것”
정부 역시 이 같은 경쟁을 뒷받침하기 위해 올해 'AI 완전자율운항 선박 기술개발사업(R&D)' 예산을 정부안보다 222억 원 증액(해수부 63억 원, 산업부 159억 원)해 확정했다. 특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해당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면서 2032년까지 레벨4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려는 정부와 업계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수주 시장의 성패가 선박의 건조 가격이나 인도 시기뿐만 아니라, 내장된 AI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배를 운영하느냐에 따라 갈릴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q00006@sedaily.com
이수빈 기자 q00006@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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