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비트코인과 이더, 거래 구조에 담긴 철학의 차이

댓글0
[오문성 교수의 블록체인 Pick]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 비트코인과 이더는 암호자산 시장을 지탱하는 양대 축이다. 두 네트워크는 단순히 시가총액이나 가격이 다른 수준을 넘어, 애초에 서로 전혀 다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계된 시스템이다. 비트코인이 가치 이전에 특화된 디지털 자산이라면, 이더리움은 자산의 이동을 넘어 규칙과 계약을 실행하기 위한 탈중앙화된 플랫폼이다. 이러한 철학적 차이는 네트워크의 가장 기초적인 단위인 ‘거래(Transaction)’의 구조에서부터 분명하게 드러난다.

우선 비트코인의 거래 구조는 우리가 익숙한 은행 계좌 방식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은행 계좌에는 잔고라는 하나의 숫자가 존재하지만, 비트코인에는 단일한 잔고 개념이 없다. 대신 ‘미사용 거래 출력(UTXO)’이라 불리는 여러 개의 조각난 단위들이 지갑 안에 동전처럼 존재한다. 비트코인을 보낼 때 사용자는 이 동전들 중 일부를 선택하는데, 이때 중요한 점은 동전 하나를 나눠 쓸 수 없다는 것이다. 하나의 UTXO는 거래의 입력으로 사용되는 순간 완전히 소멸하고, 그 결과로 상대방에게 전달될 금액과 자신이 돌려받는 거스름돈이 각각 새로운 UTXO로 생성된다.

예컨대 지갑에 1BTC가 있더라도, 이는 과거에 받은 0.7BTC와 0.3BTC 조각의 합일 수 있다. 여기서 0.6BTC를 보낼 경우 0.7BTC 조각 전체가 소멸하고, 상대방에게 0.6BTC, 자신에게 0.1BTC가 담긴 새로운 조각이 각각 만들어진다. 결국 비트코인 거래란 과거의 기록을 확인하고 이를 전제로 새로운 기록을 추가하는 과정이다. 이 구조를 통해 비트코인은 해당 비트코인이 이미 사용된 적이 있는지를 명확히 가려내며, 거래 하나하나를 독립적이고 완결된 사건으로 기록한다. 비트코인에서 거래란 숫자의 이동이 아니라, 이전 거래들과 끊기지 않은 기록을 이어 붙이는 행위에 가깝다.

이데일리

(사진=챗GPT)


반면 이더리움은 비트코인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작동한다. 이더리움은 스스로 단순한 송금 네트워크가 아니라 정해진 규칙을 실행하는 탈중앙화된 실행 플랫폼, 이른바 ‘월드 컴퓨터’로 정의한다. 이 시스템에서 거래의 목적은 자산을 보내는 데 그치지 않고, 네트워크 전체의 상태(State)를 다음 단계로 변화시키는 데 있다. 이러한 목적 때문에 이더리움은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은행 계좌와 유사한 계정(Account) 기반 구조를 채택한다.

이더리움에서는 각 계정에 잔고가 숫자로 직접 기록되며, 거래가 발생하면 그 값이 즉시 갱신된다. 더 중요한 점은 이 계정 안에는 단순한 잔고뿐아니라 스마트 계약이 사용하는 변수, 조건, 중간 계산값 그리고 실행 결과 등 플랫폼의 작동 상태를 구성하는 다양한 정보가 함께 저장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더리움에서 거래란 단순히 암호자산을 보내는 행위가 아니라 플랫폼 전체의 상태를 다음 단계로 전이시키는 실행 명령에 가깝다.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암호자산이 바로 이더(ETH, Ether)다. 이더는 비트코인처럼 ‘가치 저장’만을 위해 설계된 자산이라기보다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거래와 스마트 계약을 실행하기 위한 수수료를 지불하는데 핵심적으로 쓰이는 자산이다. 사용자가 송금이나 계약 실행을 할 때 부담하는 가스(Gas)비용은 필요한 연산량에 따라 책정되며 이더로 결제된다.

즉 이더는 이더리움이라는 분산 컴퓨터를 사용하는 핵심적인 사용료 역할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이더의 이동은 플랫폼 내부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상태 변화 중 하나의 요소일 뿐이며, 핵심은 얼마의 이더가 이동했는가보다 그 이동을 계기로 어떤 상태 변화가 발생했는가에 있다.

결국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차이는 기술적 구현의 문제가 아니라 철학적 지향점의 차이로 귀결된다. 비트코인은 “서로 믿지 않아도 되는 환경에서 가치 이전은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답하며 검증 가능성과 불변성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이더리움은 복잡성을 감수하는 대신 “그러한 환경에서도 규칙과 계약은 어떻게 실행될 수 있는가”라는 범용성을 선택했다.

비트코인이 검증된 기록 위에 가치를 보존하는 금고라면, 이더리움은 그 토대 위에서 다양한 논리와 계약을 실행하는 확장 가능한 엔진이다. 비트코인은 자산이 흘러온 과거의 무결성에 집중하고, 이더리움은 플랫폼이 수행하는 현재 상태의 연산에 집중한다. 이러한 거래 구조의 차이를 통해 볼 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네트워크는 단순한 시장 경쟁자가 아니라 디지털 자산 생태계를 지탱하는 서로 다른 철학적 실험의 두 축이라 할 수 있다.

이데일리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 △1960년 부산 출생 △서강대 경영학 학사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회계학) 석사 △고려대 대학원 법학(조세법) 박사 및 경영학(회계학) 박사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행정학 박사과정 수료 △가톨릭대 상담심리대학원 심리학 석사 △서강대 정보통신대학원 공학석사(블록체인전공) △공인회계사, 세무사, 증권분석사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 △한국납세자연합회 명예회장 △조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비상임이사 △한국자산관리공사 기업회생지원위원회 위원장 △전 국세청 국세정보공개심의위원회 위원장 △전 국세청 국세행정개혁위원회 본위원 △전 국세청 국세심사위원 △전 한국도로공사 비상임이사 △전 국회미래연구원 이사 △블록체인 유튜브 오문성의 Pick Show 운영 중. (사진=이영훈 기자)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 주요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

이 기사를 본 사람들이 선택한 뉴스

  • 연합뉴스텔레픽스, AI 큐브위성 영상 유럽 첫 수출
  • 세계일보KT&G, 신입사원 공개채용…오는 20일까지 모집
  • 뉴스핌BNK부산은행, 금감원과 '보이스피싱 및 전자금융사기 예방캠페인' 실시
  • 뉴스1"취향따라 고르자"…경동나비엔, 나비엔 매직 인덕션 컬러 추가
  • 서울경제"이 월급 받고 어떻게 일하라고요"···역대 최저 찍었다는 '공시생', 해법은?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