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열린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대한 체포·이송 작전에 기자회견에서 관련 상황에 대한 댄 케인 합참의장의 보고 내용을 듣고 있다. 2026.01.03. ⓒ 로이터=뉴스1 |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오는 20일 취임 1주년을 맞이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주도로 수립된 '국제 기반 세계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그의 임기가 끝날 때쯤 세계는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마두로 생포한 트럼프의 ‘앞마당’ 장악… 동맹국도 예외 없는 강권 외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석유 부국 베네수엘라에 대한 전격적인 군사 작전을 명령했다. 미 특수부대가 투입된 이번 작전으로 100명 이상이 숨졌고,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현장에서 생포됐다. 이어 콜롬비아와 멕시코를 상대로도 군사 행동을 시사하며 주변국들을 긴장시켰다.
트럼프의 압박은 적대국에만 그치지 않았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인 덴마크에 그린란드 할양을 거세게 압박하는 한편, 반정부 시위를 유혈 진압 중인 이란 정권을 향해서도 재차 타격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 같은 행보는 미국의 '앞마당'인 서반구에 대한 배타적 지배력을 재확립하겠다는 신호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란은 지리적으로 서반구 밖에 있지만, 에너지 안보와 이스라엘이라는 미국의 핵심 동맹과 직결돼 있어 강권 외교의 사정권에 들어와 있다는 분석이다.
서반구 장악 의도를 전문가들은 19세기 '먼로 독트린'을 재해석한, 이른바 '돈로 독트린'으로 규정하며, 미국 중심의 세력권 논리가 부활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가 국제사회에서 구시대적이라 치부해 온 '강대국 세력권(Spheres of Influence)' 개념을 부활시키며, 기존 규범보다 힘과 영향력 확장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외교 정책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는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최근 CNN에 "세계는 힘과 권력에 의해 움직인다"며 "이는 태초부터 이어져 온 세계의 철칙"이라고 주장했다.
3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연쇄 폭발이 발생한 이후 베네수엘라 최대의 군사 시설인 푸에르테 티우나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2025.1.3 ⓒ AFP=뉴스1 |
찰스 그랜트 유럽개혁센터(CER) 설립자는 트럼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찬가지로 '소국은 주변 강대국에 순응해야 한다'고 믿는 권위주의적 성향을 보인다고 지적하며, 이를 "19세기식 제국주의적 사고"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의 동맹국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동시에, 우크라이나를 침공 중인 러시아와, 대만을 노리는 중국의 이해관계에는 오히려 부합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자오밍하오 상하이 푸단대 교수는 로이터통신에 미국이 중남미에서 '중국 위협론'을 과장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도, 강대국의 세력권을 인정하는 트럼프의 태도는 중국에 대만 침공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멜라니 시슨은 AFP에 "(트럼프 임기 이후에) 2차 세계대전 이후의 국제 질서가 우리가 알던 형태로 재건되지 않을 것"이라며 "그 질서의 핵심 원칙 일부는 다시 구성될 수 있겠지만, 트럼프는 국제 정치를 장기적으로 지속될 방식으로 재편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중, 내부 경제 위기 앞에 '1년 무역 정전' 합의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는 서반구에서 미국의 강력한 영향력 회복을 추진하면서, 최대 경쟁국인 중국을 상대로는 양측의 핵심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경쟁을 관리하는 철저히 실리 중심의 노선을 택했단 평가를 받는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펜타닐 밀매 근절과 대중 무역 적자 해소를 명분으로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지만, 지난해 10월 말 부산 회담을 통해 1년 무역 휴전에 합의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압박 속에서 글로벌 공급망에 추가적인 충격이 가해지는 것을 피하고자 했고, 중국은 부동산 위기, 소비 심리 위축 등 내부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외 환경의 안정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상황이 맞아떨어졌다.
한동안 안정의 표면 아래에서 경쟁을 지속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외교적 갈등이 불거져 새로운 관세와 희토류 수출 통제가 맞물리며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고 성장이 둔화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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