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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황금종려상’ 자파르 파나히 “이란 이슬람 정권 사실상 붕괴···남은 건 껍데기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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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사고였을 뿐’ 등 만든 반체제 영화감독
CNN 인터뷰서 “이번엔 과거와 상당히 달라”
붕괴 이후 관련 “폭력의 굴레 계속될지 생각”
경향신문

이란 감독 자파르 파나히가 지난달 4일(현지시간) 모로코에서 열린 제22회 마라케시 국제 영화제에 참석해있다. AP연합뉴스


이란 반체제 영화감독 자파르 파나히가 자국의 반정부 시위 상황과 관련해 “이슬람 정권은 사실상 붕괴했다”고 말했다.

파나히 감독은 16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인터뷰에서 “내 생각에 이 정권은 이미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측면에서 무너졌다”며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사상적으로, 심지어는 환경적 측면에서까지 무너져 내렸고, 남아 있는 것은 껍데기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 반정부 시위와 관련해 “이번에 일어나는 일은 (과거와는) 상당히 다르다”며 “이 정권이 얼마나 오래갈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나히 감독은 정권 붕괴 이후 이란에서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세계 영화제에서 주목받고 있는 자신의 영화 <그저 사고였을 뿐>과 관련해 “내게 중요한 것은 미래, 그리고 (이슬람) 정권 이후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죄수였던 남자가 과거 자신을 심문했던 것으로 보이는 인물을 납치하며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복수와 용서를 둘러싼 남자의 딜레마는 이란에 닥칠 수 있는 상황을 상징한다.

파나히 감독은 제2차 세계대전이나 소련 붕괴 이후 기득권 협력자들이 본보기로 처벌받았던 사례를 언급하며 “그런 일이 내 나라에서도 벌어질지, 아니면 우리가 좀 더 이성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지 계속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 속 모든 것은 결국 폭력의 굴레가 계속될 것인지, 아니면 끝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도달하기 위한 계기이자 장치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파나히 감독은 그가 과거 테헤란의 악명높은 에빈 교도소에 갇혔을 당시 이란과 이스라엘의 ‘12일 전쟁’으로 교도소에 미사일이 떨어졌던 일도 소개했다. 당시 교도소의 벽과 출입구가 무너지면서 죄수들이 밖으로 쏟아져 나왔는데, 이들이 단 한 순간도 망설이지 않고 잔해에 묻힌 심문관들을 구조했다는 것이다.

그는 2009년 이란 대선 당시 부정선거 의혹에 항의하는 ‘녹색 운동’ 시위를 지지하고, 이 시위를 다룬 영화를 제작하려 했다는 혐의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죄수들은 심문관들을 용서한 게 아니고, 단지 그들의 인간적인 양심이 승리했던 것”이라며 “그런 양심이 죽는다면 인간도 죽는다”고 말했다.

이어 “시스템 자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그 안에서 일하는 개인은 거대한 기계의 부품에 불과하다”며 “교도소의 하급 교도관들은 주변에 사람이 없을 때는 언제나 정치범들에게 호감을 보였고,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이슬람 공화국이 무너질지 묻곤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나는 이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내 정신과 마음은 그곳(이란)에 있다”며 “과거 20년간 영화 제작을 할 수 없다는 형벌을 받았을 때 나는 영화를 만들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파나히 감독은 이란 당국의 검열과 체포, 가택 연금, 출국 금지, 영화 제작 금지 등 갖은 탄압을 받으면서도 끊임없이 영화를 만들어 세계 유수 영화제를 석권해온 거장이다. <써클>로 2000년 베네치아영화제 황금사자상, <택시>로 2015년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은 데 이어 지난해 <그저 사고였을 뿐>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까지 받으며 세계 3대 영화제 최고상을 휩쓸었다.

외신에 따르면 이란 법원은 최근 파나히 감독의 ‘선전 활동’ 혐의를 두고 궐석재판을 벌인 끝에 징역 1년형과 출국 금지 2년을 선고했다. 영화 홍보 차 현재 미국에 있는 파나히 감독은 시상식 시즌이 마무리되면 이란으로 돌아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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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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