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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가치 90% 하락해 휴지조각 신세”···정부도 시민도 코인에 매달리는 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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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최근 살인적인 물가 상승, 장기화된 경제난 등으로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국가 경제 시스템이 사실상 붕괴 위기에 놓인 이란에서 시민과 군부 모두가 가상자산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의 화폐인 리알화 가치가 2018년 이후 90% 가까이 폭락한 가운데 가상자산이 ‘대체 금융’이자 생존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15일(현지시간) 블록체인 분석기업 체이널리시스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이란의 가상자산 시장 규모는 77억8000만 달러(약 10조5000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성장한 수치로 리알화 가치 붕괴 속에서 가상자산이 사실상 '대체 금융'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고서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이란 정권의 핵심 무력 조직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가상자산 시장 장악력이다.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2025년 4분기 기준 이란 전체 가상자산 생태계로 유입된 자금의 약 50%가 IRGC와 연관된 지갑으로 흘러 들어갔다.

IRGC 관련 온체인(On-chain) 자금 규모는 2024년 약 20억 달러에서 2025년 30억 달러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서방의 강도 높은 경제 제재로 원유 수출 등 기존 자금 조달 창구가 차단되자 이란 정권이 가상자산을 조직적으로 ‘제재 우회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자금은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 중동 내 대리 세력 지원과 무장 세력 지원, 무기 밀매, 불법 자금 세탁 등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이스라엘과 이란 간 이른바 ‘12일 전쟁’ 당시 이란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노비텍스(Nobitex)’와 국영은행 ‘세파(Sepah)’가 사이버 공격을 받으며 가상자산 인프라가 현대전의 핵심 표적이 되기도 했다.

한편 정권이 전쟁 수행과 통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가상자산을 축적하는 것과 달리 일반 시민들은 생존을 위해 비트코인을 선택했다. 체이널리시스 데이터에 따르면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고 당국이 인터넷 전면 차단을 예고한 2025년 12월 말부터 2026년 1월 초 사이 개인 지갑으로의 비트코인 출금량이 급증했다.

특히 1만 달러(약 1350만 원) 이하의 중소형 출금 건수는 평소 대비 236% 폭증했다. 일부 부유층뿐 아니라 일반 서민들까지 가치가 사실상 붕괴된 리알화를 버리고, 정부가 압수할 수 없는 비트코인으로 자산을 이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현지 소식통은 “연이은 전쟁 위기와 50%에 육박하는 인플레이션 탓에 이란 국민에게 비트코인은 투기 수단이 아니라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생명줄’이 됐다”고 전했다.

한편 가상자산 데이터는 지정학적 위기를 감지하는 선행 지표 역할도 한다. 2024년 1월 케르만 폭탄 테러, 같은 해 10월 이스라엘의 미사일 타격, 2025년 6월 ‘12일 전쟁’ 등 굵직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이란 내 가상자산 거래량은 급격히 요동쳤다.

체이널리시스는 “이란의 사례는 가상자산이 독재 정권의 통치 자금줄이 되는 동시에, 억압받는 시민들에게는 최후의 도피처가 되는 ‘양날의 검’임을 명확히 보여준다”며 “국제 사회의 제재 감시망이 블록체인 분석을 통해 더욱 고도화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도연 기자 dore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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