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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어에 아이 업으면 17kg 훌쩍… 산 오르면 모든 스트레스 훨훨”[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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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8일 오후 서울 광진구 아차산 기원정사. 오언주 베이비하이킹클럽(베하클) 회장(36)과 베하클 운영을 함께하는 김지영 씨(29)는 각각 아들(인주호·1년 10개월)과 딸(강다경·1년 8개월)을 업고 아차산 해맞이코스를 올랐다. 섭씨 영하의 날씨였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간식 및 방한 도구를 넣은 캐리어에 아이 몸무게까지 17kg이 넘었다. 군대 단독군장보다 무거웠지만 아차산 1보루까지 20분 넘게 걸리는 코스를 쉬지 않고 단번에 올랐다. 둘은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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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언주 베이비하이킹클럽(베하클) 회장(왼쪽)과 김지영 씨가 각각 아들(인주호)과 딸(강다경)을 업고 서울 광진구 아차산 해맞이코스 해맞이광장에 올라 활짝 웃고 있다. 2024년 9월부터 베하클을 운영하는 둘은 “아이를 업거나 안고 산에 오르니 아이도 좋아하고 우리도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솔직히 아이 업고 산을 오르는 게 힘들죠. 하지만 그 힘든 것을 참고 올랐을 때 더 큰 성취감을 느껴요.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고 기분도 좋아지죠. 아이들과 함께 산에 오르면서 육아가 더 재밌어졌어요.”

베하클은 오 회장 덕분에 탄생했다. 그는 2024년 2월 출산한 뒤 학창 시절부터 즐기던 등산을 못하자 스트레스가 심했다. 그래서 52일 된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무작정 집(서울 중랑구 상봉동) 근처 봉화산에 올랐다. 그는 “봉화산은 유모차를 끌고 올라갈 수 있는 완만한 코스라 가능했다. 그런데 체력이 예전과 달라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산에 오르자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한 방에 날아갔다. 계속 산에 오르며 사진을 소셜미디어서비스(SNS)에 올렸더니 함께 하겠다는 엄마들로부터 연락이 왔다. 가정주부였던 오 회장은 2024년 9월 아기를 안거나 업고 산에 오르는 베하클을 만들었다. 오 회장은 “엄마도 건강해 지지만 아이들도 자연을 배우며 튼튼해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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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언주 베이비하이킹클럽(베하클) 회장(왼쪽)과 김지영 씨가 각각 아들과 딸을 업고 서울 광진구 아차산 해맞이코스 1보루에 올라 활짝 웃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아이를 안거나 업고 오르면 처음엔 힘들지만 바로 적응해요. 당연히 체력도 좋아지죠. 무엇보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합니다. 새 짖는 소리에 반응하고, 꽃과 나무, 돌, 바위 등을 만지며 자연을 느껴요. 걷기 시작하면서 개울에서 물장구치면 너무 행복해하죠. 말귀를 알아들을 때 ‘어디 갈까?’ 하면 바로 ‘산’이라고 말해요.”

현재 베하클 온라인 회원은 1800명이 넘는다. 매 모임 참연 인원은 10~20명. 지난해 10월 서울여대에서 열린 1주년 기념행사엔 100가정이 참여했다. 요즘 영하의 날씨가 이어지는 겨울임에도 매주 2~4회 산을 오르고 있다. 날씨 좋은 봄가을엔 거의 매일 오른다. 주로 북한산, 불암산, 아차산, 우면산, 불암산, 정발산 등 수도권 산을 오르지만, 강원도와 부산, 대구 등 전국의 산도 찾고 있다. 보통 험하지 않은 완만한 코스로 왕복 2시간 이내로 잡지만, 4시간 이상 이어질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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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서울여대에서 열린 베이비하이킹클럽 1주년 기념행사 때 모습. 오언주 회장 제공


오 회장은 “사실 이 모임을 처음 시작할 때 결국 혼자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왜냐하면 등산을 좋아했던 친구들이 아기를 낳으면 아무도 산에 오르지 않았어요. 그래서 모임을 만들면서도 걱정이 앞섰죠. 그런데 김지영 씨를 비롯해 엄마들이 한두 분 참여하면서 10명이 됐고, 결국 1800명이 넘은 겁니다.”

참가한 엄마들이 우울증에서 벗어났다.
“많은 엄마가 산후 우울증을 경험했어요. 애를 낳고 하루 종일 집에 있다 보면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요. 고립감도 느끼죠. 자신감도 없어지죠. 엄마들이 육아하면서 오는 우울증을 등산으로 털어내면서 좋아했죠. 체력이 좋아야 우울증도 이길 수 있어요. 체력이 좋아지니 엄마들이 늘 웃게 되고, 아이에 대한 애정도 커지고 있어요. 솔직히 아이를 위한 문화센터, 아이 수영장은 아이들만 운동하잖아요. 엄마들이 운동하려면 딴 사람에게 애를 맡겨야 하죠. 등산은 함께 할 수 있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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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하이킹클럽 회원들이 아이들과 함께 산에 올라 포즈를 취했다. 오언주 회장 제공.


산에 오르는 것을 두려워하는 엄마들을 위해 체력 훈련도 했다.
“아이를 메고 산을 오르는 것을 두려워하는 엄마가 많았죠. 그래서 유모차를 잡고 스쾃과 런지를 했고, 달리기도 했어요. 아이를 안고 스쾃을 하기도 했죠. 체력이 좋아지니 산을 쉽게 올랐어요. 체력이 좋아지면서 정신적으로도 성장했죠.”

가장 신경 쓰는 게 안전이다. 오 회장의 말이다.
“산악 안전 교육을 받습니다. 코스도 안전한 곳으로 잡습니다. 건강해지려고 하다 다치면 안 되니까요. 혹 험한 코스를 갈 땐 산을 많이 탔던 엄마들하고 갑니다. 회원 아이 생일 잔치를 설악산 대청봉에서 한 적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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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언주 베이비하이킹클럽(베하클) 회장이 아들을 업고 서울 광진구 아차산 해맞이코스 1보루에 올라 활짝 웃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오 회장은 중고교 시절부터 친구들이랑 북한산을 자주 올랐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까운 북한산을 찾게 됐다. 그는 “산을 오르면 공부하면서 오는 온갖 스트레스가 날아갔다”고 했다. 성인이 된 뒤는 국내외 산을 올랐다. 2016년 혼자서 남미 페루 마추픽추를 찾기도 했다. 2017년 여행자 모임에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왔다’는 남편을 만났고, 이후 함께 전 세계를 트레킹하고 있다. 국내 명산은 물론 남미 최남단 파타고니아도 함께 다녀왔다. 두 부부는 아이와 함께 지난해 1월부터 3개월까지 영국과 프랑스, 포르투갈 등 유럽 여행도 다녀왔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테니스 선수로 활약한 김 씨는 “아이를 낳고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오언주 님 SNS를 보고 합류했다”고 했다. 걷지도 못하는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최고의 건강법이라고 생각했다. 김 씨는 “요즘 키즈 카페 등 실내 놀이시설이 많은데 야외로 나가니 아이가 솔방울, 도토리를 만지며 너무 좋아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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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하이킹클럽 운영진 김지영 씨가 딸을 업고 서울 광진구 아차산 해맞이코스 1보루에 올라 활짝 웃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오 회장과 김 씨는 산에 오르며 계속 아이들과 얘기를 나눴다. ‘와 짹짹이(새)가 짖네. 짹짹이 어딨지?’ ‘저기’, ‘저건 뭐지?’, ‘나무’, ‘배고파? 간식 줄까? ‘응’….

지난해 영국 국영방송 BBC월드서비스가 베하클 스토리를 방영했다. 오 회장은 “BBC가 전 세계적으로 저출산 국가로 유명한 대한민국에 이런 독특한 문화가 있다는 것에 신기해하며 촬영했다”고 했다. KBS 등 국내 방송에서도 베하클 활동을 전했다.

대한민국 저출산에 대한 해결책이 있을까? 오 회장은 지난해 유럽 여행 갔을 때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스페인 마드리드 왕궁에 갔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애가 울어 당황했어요. 남편이 아이를 안고 밖으로 뛰어나가려고 하자 직원이 달려와서 ‘왜 그러느냐?’고 물었어요. 애가 울어 나가려고 한다고 했더니 ‘무슨 소리냐. 애가 우는 게 당연한 건데 신경 쓰지 말아라. 애 잘 달래고 다 보고 나가라’고 하는 겁니다. 우리나라였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이 눈치 주고 직원들도 뭐라고 했을 겁니다. 결국 애를 키울 수 있는 문화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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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하이킹클럽 회원들이 아이들과 함께 대관령 북쪽 백두대간 선자령에 올라 포즈를 취했다. 오언주 회장 제공.


김 씨도 거들었다.
“딸을 데리고 박물관에 갔는데 어떤 분이 안내데스크에 ‘여긴 아이를 데리고 올 수 없는 곳인데 왜 아이와 엄마를 입장 시키느냐’고 따지는 것을 보고 당황했던 적이 있습니다. 다른 엄마들과 표도 다 끊었는데…. 그때부터 공공장소에 아기를 데리고 갈 수 없게 됐습니다.”

오 회장은 다른 사례도 들었다.
“유럽에서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유모차를 세울 수 있는 공간이 있어요. 그리고 항상 비어 있습니다. 그런 문화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어느 곳을 가든 아이를 동반한 부모가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사회적 배려가 보였어요. 우리 사회도 그런 배려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

오 회장은 산에서는 어느 누구도 ‘왜 아이 데리고 오냐?’고 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그랬다. 8일 산을 오를 때 오가는 등산객들이 ‘야 엄마들 대단하다. 아이를 업고 오르다니’ ‘아이고 아이들 정말 예쁘다. 추운데 울지도 않네’라며 격려와 칭찬을 해 줬다. 오 회장은 “베하클 엄마들은 출산율이 높다”고 했다. 이렇게 등산객들이 칭찬해 주는 것에 익숙해지다 보니 애가 크면 둘째를 낳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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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하이킹클럽 회원들이 아이들과 함께 산에 올라 포즈를 취했다. 오언주 회장 제공.


엄마끼리 서로 재능기부도 수시로 한다. 김 씨는 테니스를 배우고 싶은 엄마들에게 레슨을 해주고 있다. 오 회장은 “회원 중 피트니스 트레이너와 필라테스 강사, 검도 유단자가 있다. 회원들이 원하면 시간과 장소를 정해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회장은 말했다.
“아이를 낳는 순간 제 삶은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제 삶과 애의 삶이 공존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죠. 육아에만 전념해야 했거든요. 그런데 아이와 함께 산에 오르니 저도 아이도 건강해졌어요. 새로운 도전이었고, 제 체력도 좋아졌어요. 아이도 즐거워하고, 자연을 사랑하게 됐어요. 아이가 부쩍 성장하는 만큼 저도 성장하고 있어요. 엄마와 아이의 삶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죠. 정말 너무 행복합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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