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단순히 기분 탓이 아니라, AI 학습 환경의 구조적 변화가 일상적인 서비스로 전이된 결과라고 분석한다.
'평균의 함정'에 빠진 AI 답변
AI 모델이 새로운 고품질 데이터 대신 기존 학습 데이터를 반복해서 학습하거나 합성 데이터를 활용하기 시작하면, 답변은 점점 '통계적 평균'으로 수렴하게 된다. 독창적인 표현이나 희귀한 사례는 소음(Noise)으로 간주해 제거되고, 가장 안전하고 확률 높은 답변만 남는다.
이 과정에서 이용자가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개성의 실종'이다. 과거의 AI가 수만 명의 천재를 섞어놓은 듯한 답변을 했다면, 데이터 정체기를 겪는 지금의 AI는 가장 표준적인 교과서를 읊는 모범생에 가까워진다. 성능의 비약적 도약이 멈추면 이용자들은 "더 이상 놀랍지 않은 AI"를 마주하게 된다.
이성엽 고려대학교 지식재산전략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서비스의 '임베딩(기능 내재화)' 현상을 예고했다. 이 교수는 "폭발적인 지능 성장이 정체되면, 기업들은 성능 경쟁보다는 편의성 경쟁에 집중하게 된다"며 "별도의 놀라운 챗봇 서비스를 찾는 대신, 우리가 쓰는 워드나 메일, 검색 엔진 속에 AI가 보이지 않는 기본 기능으로 조용히 스며드는 과정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자의 과제, 'AI 리터러시'와 '검증의 책임'
AI가 더 이상 스스로 급격히 똑똑해지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그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의 역량이 서비스의 질을 결정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AI가 내놓는 답변이 평균화될수록, 이용자는 그 답변 속에 숨은 오류를 잡아내고 자신의 목적에 맞게 재가공하는 'AI 리터러시(활용 능력)'를 갖춰야 한다.
특히 주목해야 할 지점은 데이터의 '원본성'이다. 이 교수는 "AI가 생성한 정보가 인터넷을 뒤덮을수록 진짜 사람이 직접 경험하고 기록한 정보는 희소가치를 지니게 된다"며 "앞으로의 이용자들은 AI의 결과물을 그대로 수용하기보다, AI가 학습하지 못한 '최신의 현장 데이터'와 비교 검증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의 진화에서 활용의 숙련으로
AI의 진화 속도가 완만해지는 시기는 기술의 위기가 아니라 '성숙기'의 신호다. 과거 스마트폰이 매년 혁신적인 기능을 선보이다가 어느 시점부터 상향 평준화된 것처럼, AI 역시 성능의 정점을 지나 안정화 단계로 접어드는 셈이다.
이 교수는 "이제는 AI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할 수 있느냐를 넘어, 인간이 이 기술을 얼마나 안전하고 정확하게 통제하느냐가 핵심인 시대"라며 "기술적 환상에서 벗어나 AI의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이를 보완할 인간의 비판적 사고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진단했다.
결국 AI의 성장이 멈추는 지점에서 시작되는 것은 인간의 숙련도다. 기술이 주는 '새로움'은 줄어들지언정, 그 기술을 일상 속에서 어떻게 도구화하고 검증하느냐는 이용자의 몫으로 남게 됐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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