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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노견을 키운다"…'더블 고령화' 대책 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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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양육 1500만 시대, 동반하는 고령화 세태
독거노인 사망 이후 반려동물 사망 잇따라…대응책은 부실
'펫 신탁'까지 마련된 일본과 대조 양상


서울경제TV

펫 위탁소에 도착한 반려동물들. [사진=뉴스1]



[서울경제TV=박유현 인턴기자] 서울 마장동의 한 다세대주택.

83세 이모 씨는 13년째 키워온 반려견 ‘복순이’와 단둘이 산다. 박 씨는 요즘 병원에 갈 때마다 같은 걱정을 반복한다. “내가 없으면 얘 밥은 누가 줘”

이씨의 반려견은 노령견이다. 배변도 산책도 예전처럼 쉽지 않다. 보호자인 박 씨 역시 고령이다.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 늙어가는 상황—일본에서 먼저 이름 붙은 ‘노노개호(老老介護)’가 한국 사회에서도 현실이 되고 있다.

실제 2024년 경기 남양주시에서는 독거노인이 기르던 반려동물 3마리가 보호자 사망 이후 구조돼 지자체에 인계됐지만, 모두 고령에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보호시설에서 자연사했다.

박 씨는 “요양원에 들어가야 할 나이가 됐다는 걸 알지만, 강아지를 맡길 곳이 없어 엄두가 나지 않는다”라며 “내 걱정보다 이 아이 걱정이 더 크다”고 말했다. 노인의 노후와 반려동물의 삶이 동시에 위기에 놓이는 순간이다. 문제는 이 상황이 더 이상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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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령견(9세 이상)의 비율 41.4%의 비율을 보여주는 원형 그래프. / 자료=농림축산식품부



◇ 국민 4명 중 1명이 반려동물과…양육 인구 1500만

대한민국 반려동물 양육 인구는 2025년 기준 총인구의 약 30%인 1546만 명. 국민 5명 중 1명이 반려동물을 키운다. 반려동물중 반려견은 약 546만마리, 반려묘 약 217만 마리로 추산된다. 등록이 돼 있지 않은 반려동물도 고려할 때, 실제 수치는 더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

가장 최근 자료인 농림축산식품부의 조사에서 2021년 당시 국내 반려견 274만여 마리 중 9세 이상의 노령견은 114만 6241마리로 약 41.4%로 추산됐던 것을 참고할 때, 2026년 현재는 그 비율이 더 늘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 반려동물 수명 20세 ‘어르신’

반려동물 수가 늘어난 것이 다가 아니다. 인간이 건강수명 100세 시대를 향해간다면, 반려동물에겐 '인간 100세'와 유사한 20세 시대가 가까워지고 있다. 일본 펫푸드 협회(Japan Pet Food Association, JPFA)에 따르면, 2024년 기준으로 반려견의 평균 수명은 14.9세, 2022년 기준 반려묘의 평균수명은 15.6세이다.

‘키운다’의 개념을 넘어 생애의 전반 동안 인간과 반려동물이 함께 늙어간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게 된 ‘더블 고령화’ 시대. 보호자와 반려동물을 함께 돌보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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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뉴스1]



◇ 사실상 공백 상태인 국내 대응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국내의 대책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해 경기도는 더블 고령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반려동물 동반 요양 시설 두 곳을 선정해 반려동물 전용 공간을 마련하고 전문 관리 인력을 운용 비용으로 5000만 원씩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기도 축산동물복지국 동물복지과 담당 관계자는 서울경제TV와의 통화에서 “해당 사업은 예산 관련 문제 등으로 시행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앞서 2024년 반려견 동반 입소 시스템을 시행한다고 밝힌 인천 부평에 위치한 벨라지오 재활 요양원 역시 해당 시스템 활성화가 유보된 상태다.

현재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반려동물의 동반 입소를 허용하는 시설은 KB 평창 카운티이다. 2023년 12월에 문을 연 서울 종로구의 도심형 실버타운으로, 10kg 이하의 반려동물 한 마리 동반 입주를 허용한다.

김경화 KB골든라이프케어 마케팅팀 팀장은, “반려동물과 함께 입주한 입주민들의 경우 정서적 안정 측면에서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며 “위생·안전의 철저한 관리를 전제로 반려동물 동반 입주가 공동 주거 공간에서도 가능하도록 운영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 ‘왜’를 묻는 일본, ‘숫자’에 머무는 한국

이웃 나라 일본과 비교해 보자. 일본과는 유기 동물 집계 방식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한국은 등록된 △반려동물 수 △유실·유기동물 신고·구조·보호 현황 △보호소 입소 정도만을 거시적으로 파악한다면, 일본은 유기 동물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분류해 이에 따른 맞춤형 인프라를 조성한다.

일본 환경성에 따르면 2021년에 사육 포기된 반려견은 약 2만 4000마리로, 이 중 약 70%가 고령자에 의한 사육 포기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일본 비영리 단체(NPO) 인간과동물공생센터의 조사에서도 반려동물 사육을 포기하는 보호자의 연령대는 60대 이상이 절반을 차지했고, 사육 포기의 이유로는 ‘보호자의 사망·질병·입원’이 26.3%, ‘반려동물의 질병·치매·고령’이 14.4%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나아가 일본은 반려동물이 반려인의 돌봄 상황과 엮이면서 사회복지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는 현장 의견도 수집한다. 일본 가와사키시 지역포괄지원센터의 사례를 기반으로 한 조사는, 복지 현장에서 반려동물과 관련해 돌봄 제공에 곤란함을 느낀 경험이 약 70% 수준에 달한다는 응답을 확인했다.

이렇듯 2014년 본격적으로 유기동물 수를 집계하기 시작하며 ‘안락사 제로 계획’을 발표한 4년 후 일본에서 안락사되는 개체수는 연간 10여만 마리에서 3만 8000여 마리,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 ‘더블 고령화’ 앞에 선 일본의 실험

무엇보다 구체적인 통계 산출은 유기동물 수 감소뿐 아니라 맞춤형 대응으로까지 이어졌다. 일본에서는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요양 시설, 방문 진료·펫시터 통합 관리 서비스, 그리고 평생 돌봄을 약속하는 ‘펫 신탁’까지 다양한 대응 방식이 사회 전반에서 시도되고 있다.

일본은 이미 2012년 4월에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에 ‘사쿠라노사토 야마시나’는 사회복지법인 고코로노카이가 운영하는 특별양호 노인 요양시설이 태동했다. 2026년 1월 일본 최대 요양시설 정보 포털 ‘미나노카이고(みんなの介護)’에 따르면, 반려동물 동반 입소가 가능한 노인 요양시설은 약 전국 578곳에 달한다. 국내의 상황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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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와 강아지가 눈을 맞추며 교감 중이다. [사진=뉴스1]



◇"반려동물과의 동반 케어"…결국 고령자의 삶의 질 위한 길

이러한 흐름에 대해 초고령화 시대에 발맞춰 고령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반려동물과의 동반 케어가 가능한 시스템 확충이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있다.

박희명 건국대학교 수의학과 교수는 반려동물의 노령화 역시 관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령 반려동물은 치매나 인지 장애, 만성질환 등 사람과 유사한 노화 과정을 겪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예방 관리가 병행된다면 시설 내에서도 충분히 안정적인 돌봄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요양시설 설계 단계에서부터 위생 관리와 동선 분리, 산책·놀이 공간 등을 고려한다면 추가 비용이나 부담이 과도하게 증가하지도 않는다”라며 “오히려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 생활하며 유대를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이 고령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flexibleu@sedaily.com

박유현 기자 flexible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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