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AI돋보기] 미중 질주 속 한국 피지컬 AI 어디까지 왔나

댓글0
행동하는 AI 시대로 전환되며 로봇 경쟁 본격화
하드웨어 강국 한국, 인지·판단 AI는 여전히 과제
연합뉴스

'피지컬 AI 시대' 팝콘 담는 로봇
(고양=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5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5 로보월드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관람객의 주문에 팝콘을 담고 있다. 2025.11.5 andphotodo@yna.co.kr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인공지능(AI)이 모니터 밖으로 걸어 나오고 있다.

가상 공간에 머물던 AI가 로봇이라는 신체를 얻어 공장과 물류 현장, 안방으로 침투하는 이른바 '피지컬 AI(Physical AI)' 시대가 개막된 것이다.

이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폐막한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은 피지컬 AI가 글로벌 테크 전쟁의 최전선임을 여실히 증명했다.

그동안 텍스트와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생성형 AI'가 시장을 달궜다면 이제는 물리적 환경을 인지하고 직접 움직이는 '행동하는 AI'로 전장이 옮겨붙은 모양새다.

◇ "모니터는 좁다"…'피지컬 AI'가 온다

피지컬 AI는 로봇 공학에 고도화된 AI 모델을 이식해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시스템을 뜻한다. 학계 용어로는 '엠바디드 AI(Embodied AI·체화된 AI)'다.

과거 산업용 로봇은 입력된 좌표대로만 움직이는 '기계 덩어리'였다. 돌발 변수에 취약했고 공정을 바꾸려면 생산 라인을 세우고 코딩을 다시 짜야 했다.

연합뉴스

복싱 로봇 등장이오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CES 개막 이틀째인 7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의 중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 부스에서 로봇이 격투 시연을 하고 있다. 2026.1.8 ksm7976@yna.co.kr


하지만 판도는 거대언어모델(LLM)과 비전(Vision) 기술이 결합하며 뒤집혔다. 로봇이 사람의 자연어를 이해하고 처음 보는 물체를 식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AI를 작동하는 로봇이 "주스를 쏟았네"라는 말 한마디에 걸레를 찾아 바닥을 닦는 추론적 행동이 가능해졌다는 얘기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이번 CES 기조연설에서 "AI의 다음 물결은 의심할 여지 없이 피지컬 AI"라고 못 박은 것도 이 때문이다.

디지털 지능이 물리 세계를 제어하는 변화가 산업 지형도를 송두리째 바꿀 것이란 예고다.

◇ 미국 '두뇌' vs 중국 '물량'…'G2'의 독주

피지컬 AI를 둘러싼 패권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판세는 미국과 중국의 양강 체제다.

미국은 압도적인 소프트웨어(SW) 파워를 과시한다.

엔비디아는 범용 파운데이션 모델 'GR00T(그루트)'를 앞세워 '로봇계의 안드로이드'를 꿈꾼다. 구글도 자사 멀티모달 모델 '제미나이'를 로봇 제어에 최적화해 '로봇 지능'의 표준 규격 장악에 나섰다.

연합뉴스

춤추는 하이센스의 로봇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CES 개막일인 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중국 기업 하이센스 부스에서 '하이 로봇'이 춤을 추고 있다. 2026.1.7 ksm7976@yna.co.kr


중국은 무서운 속도와 가격 경쟁력이 무기다.

유니트리 등 중국 기업들은 1천만 원대 초반의 저가형 휴머노이드를 쏟아내며 연구·교육용 시장부터 잠식하고 있다.

거대한 내수 시장 데이터를 발판 삼아 하드웨어 완성도를 높이는 특유의 '물량 속도전'이 피지컬 AI에서도 재현되는 양상이다.

◇ 튼튼한 몸, 아쉬운 머리…한국의 현주소

글로벌 피지컬 AI 무대에서 한국의 성적표는 냉정히 말해 '불균형'이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분석을 보면 미국의 기술 수준을 100으로 둘 때 한국의 지능형 로봇 기술은 85점 안팎에 그친다. 중국과는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근소 우위지만 미국·유럽엔 열세다.

연합뉴스

한국의 휴머노이드 제작 실력은?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CES 개막일인 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 한국 로봇 업체 에이로봇의 '앨리스'가 물건 이송을 시연하고 있다. 2026.1.7 ksm7976@yna.co.kr


현장 전문가들은 "구동기나 정밀 제어 같은 '몸'은 튼튼한데, 상황을 판단하는 '뇌'가 빈약하다"고 입을 모은다.

로봇공학 전문가들은 한국 로봇 산업이 하드웨어 제조 위주로 성장해오다 보니 '파란 병만 골라 담아라' 같은 명령을 시각적으로 인지해 수행하는 통합 AI 모델은 여전히 해외 빅테크 의존도가 높다고 꼬집었다.

삼성전자[005930] '볼리'와 LG전자[066570] '스마트홈 AI 에이전트'가 반려 로봇의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산업계 전반을 아우르는 범용 플랫폼 부재는 뼈아픈 대목이다.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는 전 세계에서 가장 진전된 피지컬 AI 사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다만 '아틀라스'는 핵심 알고리즘과 제어·인지 기술이 미국 연구진을 중심으로 축적된 만큼 이를 한국의 독자적인 피지컬 AI 기술 성과로 직접 분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 범용보단 '제조 특화'…K-로봇의 승부수

한국이 피지컬 AI 강국으로 부상하려면 해법은 '선택과 집중'에 있다.

전문가들은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범용 휴머노이드'로 미·중과 정면 대결을 펼치기보다 한국이 독보적인 '제조업 특화 피지컬 AI'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은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조선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공정 데이터를 쥐고 있다. 이 현장 데이터를 집중 학습시켜 특정 공정에 최적화된 '숙련공 로봇'을 만들어내는 게 현실적인 승부수다.

로봇이 외부 통신 없이 즉각 반응하기 위한 '온디바이스 AI' 구현도 필수다.

이는 고성능 메모리와 저전력 AI 칩이 핵심인 만큼 한국 반도체 산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지점이다.

연합뉴스

한 곳에 모인 아틀라스들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CES 개막 이틀째인 7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현대자동차 부스에서 로봇 아틀라스가 이동하고 있다. 2026.1.8 ksm7976@yna.co.kr


AI 전문가들이 로봇 하드웨어와 AI 반도체, 통신망을 묶은 'K-로봇 솔루션' 전략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범용 모델은 글로벌 협력을 꾀하되 응용·특화 모델에서는 한국이 주도권을 쥐도록 정부 R&D 예산을 집중해야 한다는 점도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피지컬 AI 시장은 이제 막 개화했다.

'제조 강국'의 노하우를 AI라는 두뇌와 어떻게 융합하느냐에 따라 한국이 단순 하드웨어 하청 기지로 남을지, '지능형 제조 솔루션'을 수출하는 기술 강국으로 도약할지 판가름 날 전망이다.

president21@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 주요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

이 기사를 본 사람들이 선택한 뉴스

  • 헤럴드경제한유원 ‘동반성장몰’ 수해 재난지역 지원 특별 기획전
  • 테크M스마일게이트 인디게임 축제 '비버롹스'로 탈바꿈...12월 DDP서 개막
  • 머니투데이새 주인 찾은 티몬, 1년 만에 영업 재개... 셀러 수수료 3~5% 책정
  • 노컷뉴스신한금융, MSCI ESG 평가 2년 연속 최상위 등급
  • 전자신문정관장 '기다림', '진짜 침향' 캠페인 나선다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