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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의 본초여담] 환자에게 놓은 침이 빠지지 않자 내관혈에 침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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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주>

파이낸셜뉴스

침을 놓다보면 간혹 예상치 못한 부작용으로 체침(滯針)이 발생하기도 한다. 체침이란 근육이 강하게 수축하거나 환자가 긴장하여 침을 꽉 물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이때는 응급혈로 내관혈이나 족삼리혈에 보조적으로 침을 놓으면 체침이 풀린다. 챗GPT에 의한 AI생성 이미지.


옛날 한 고을에 대장군이 있었다. 그는 그 지방의 군정 최고 책임자였다. 그런데 그의 첩이 심한 편두통이 발작하면서 거의 죽게 생겼다.

그 고을에는 침술로 이름을 날린 장의원이라는 노인이 있었다. 그는 침을 잘 놓기로 소문이 났다. 장 의원에게는 제자도 한 명 있었는데, 제자는 스승의 침술을 익히는 중이었으나 완벽하지는 않았다.

대장군은 수소문을 해서 장의원을 찾았다. 그러나 장의원은 때마침 옆 고을에 머무르고 있었다. 대장군의 부하가 “장의원의 제자 또한 스승의 침술을 고스란히 익혔다고 합니다. 하오니 제자라도 부르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급히 그 제자를 불러서 치료하게 했다.

장의원의 제자는 ‘이게 웬 기회인가?’라고 생각하면서 흔쾌히 승낙을 했다. 스승이 자리에 없기 때문에 허락을 받고 말고 할 것도 없어서 다행으로 생각했다.

제자가 대장군의 집에 도착해서 첩을 진찰해 보더니 “이 병은 이미 위태로우나, 단지 하나의 혈(穴)만이 치료할 수 있습니다.”라고 했다.

그런데 대장군의 첩이 침을 놓는다고 말에 두려워 떨기 시작했다. “제 증상이 사뭇 고통스럽게는 하나, 침은 무서워서 못 맞겠습니다. 대신 약을 처방해 주십시오.”라고 울먹이며 하소연을 했다. 그러나 제자는 스승에게 침만을 배웠기에 침 이외에는 약방문을 낼 실력이 없었다. 그래서 첩의 이야기를 무시한 채 침통에서 침을 하나 꺼냈다.

대장군의 첩은 부들부들거리며 떨었다. 제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첩의 바깥 복사뼈에서 2촌(寸) 남짓 되는 곳에 침을 찔러 넣었다. 바로 절골혈(絶骨穴)이었다. 편두통에는 통증이 나타나는 반대편 절골혈에 침을 놓으면 일도쾌차하곤 했기 때문에 제자는 치료에 자신했다.

제자는 절골혈에 침을 찌르고 사법(瀉法)을 행했다. 제자는 침을 발목 아래에서 위쪽 방향으로 놓고서는 반시계방향으로 6번을 돌렸다. 첩은 아파서 비명을 질렀다.

침법에는 보법(補法)과 사법(瀉法)이 있다. 이 중 사법은 경락이 흐르는 반대 방향으로 침을 놓는데, 절골혈이 족소양담경상에 있고 경락의 기혈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기 때문에 아래에서 위쪽 방향으로 침을 놓은 것이다. 또한 원보방사법(圓補方瀉法)으로 침을 반시계방향으로 6번을 돌리면 절골혈을 사하는 사법이 되는 것이다.

제자는 침을 놓고 일각(一刻)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 침을 빼려고 다시 침을 잡고 당겼다. 그런데 ‘아뿔싸~!’ 침이 빠지지 않았다. 침은 더 이상 염전(捻轉, 침을 돌리기)도 되지 않았고 제삽(提揷, 침을 넣었다 뺐다 하기)도 불가능했다. 그래서 제자는 끝내 침을 뺄 수가 없었다.

체침(滯針)이 생긴 것이다. 체침은 근육이 강하게 수축하거나 환자가 긴장하여 침을 꽉 물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이때 침을 억지로 돌리거나 뺄 때 저항감이 느껴지며 통증이 동반된다.

체침은 환자가 침에 대한 공포심 때문에 근육이 과도하게 수축하거나, 근육이 일시적으로 경련이 일어날 때 발생한다. 또한 침을 한 방향으로 너무 과도하게 돌려서 근육 섬유가 침체의 몸통을 감싸버린 경우에 나타난다.

제자는 당황하여 대장군 앞에 엎드려 벌를 달게 받겠다고 하면서 “제 혈자리 선택은 적중한 것 같지만 침이 빠지지 않습니다. 이는 저의 스승이 아니면 어찌하지 못하니, 급히 스승님을 불러 주십시오.”라고 했다. 대장군은 어이가 없었다.

대장군은 군을 통솔하고 있었기 때문에 군대에는 잘 달리는 말들이 많았다. 그래서 유성마(流星馬, 파발마)로 밤길을 달려 장 의원을 모셔 오도록 명했다.

이렇게 하루 밤낮이 지나 장의원이 도착했다. 제자는 다시금 스승의 앞에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장의원이 보더니, 웃으면서 “네가 놓은 혈자리는 정확하다. 그러나 너는 침을 놓는 법을 배우긴 했지만, 아직 발침법(拔針法)을 배우지 못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장의원은 곧 첩의 손목에 있는 내관혈에 별도로 침을 하나 놓았다. 내관혈에 침이 들어가자마자 바깥 복사뼈의 침이 쉽게 빠져나왔다.

내관혈은 정신적인 긴장을 완화하고 신경계를 안정시키는 데 특화된 혈자리다. 내관혈은 자율신경계 중 부교감신경을 자극하여 몸을 이완시키는 효과가 있다. 체침의 주요 원인이 환자의 긴장과 공포인 만큼, 내관혈 자극은 수축된 근육을 이완시키는 데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스승은 제자에게 “네가 제아무리 침에 자신이 있다 할지라도 환자가 침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면 이것은 한낱 공포와 통증을 유발하는 자극에 불과할 것이다. 따라서 먼저 침을 놓기 전에 환자를 안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일러 주었다.

이렇게 해서 침이 빠지고 대장군의 첩은 안도했다. 다행스럽게도 원래 있었던 편두통도 말끔하게 사라졌다. 대장군과 주변 사람들은 제자의 혈자리 선택과 장의원과 응급처치 침술에 기이하다고 여기며 감탄했다.

체침이 발생하면 먼저 환자를 안심시키고 심호흡을 유도하면 근육이 풀리면서 쉽게 빠진다. 또한 침이 꽂힌 곳 주변을 가볍게 두드리거나 마사지해서 근육의 긴장을 풀어준다. 만약 침을 돌리다 근섬유질에 의해서 엉킨 경우에는 침을 반대 방향으로 살살 돌려 풀어줘도 좋다.

한의사들은 장의원처럼 다른 곳에 침을 하나 더 놓아 근육의 수축 방향을 분산시키기도 한다. 임상에서는 특히 내관혈 이외에도 족삼리나 양릉천, 합곡에 침을 놓으면 체침이 풀린다.

간혹 침 치료 과정에서 부작용으로 훈침(暈鍼)이 나타나기도 한다. 훈침이란 침을 맞는 중 혹은 직후에 갑작스러운 어지럼증과 함께 식은땀이 나고, 얼굴빛이 창백해지며, 구역감이나 실신에 이르는 일시적인 반응을 말한다. 이는 공복, 과도한 긴장, 체력 저하, 자율신경의 일시적 불균형 등이 원인이 된다. 이때는 바로 발침을 하고 편하게 누워서 안정을 취하면 빠르게 호전된다.

침치료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침에 전문인 한의사들 또한 부작용을 경험하기도 한다. 따라서 전문 한의사가 아니면 침을 함부로 놓아서는 안 된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의부전록> 醫術名流列傳. 宋. 張總管. 按《齊東野語》:趙信公在維揚制?日, 有老張總管者, 北人也, 精於用針, 其徒其得其粗焉. 一日信公侍姬苦脾血疾垂殆, 時張老留旁郡, ?呼其徒治之. 某曰:"此疾已殆, 僅有一穴或可療." 於是刺足外?二寸餘, 而針爲血氣所吸留, 竟不可出. 某倉惶請罪曰:"穴雖中而針不出. 此非吾師不可, 請急召之." 於是命流星馬宵征. 凡一晝夜而老張至, 笑曰:"穴良是, 但未得吾出針法耳." 遂別於手腕之交刺之, 針甫入, 而外?之針躍而出焉, ?日疾愈, 亦可謂奇矣. (의술 명류 열전. 송나라. 장총관. 제동야어에 따르면, 조신공이 유양에서 제곤을 맡고 있던 때에, 늙은 장총관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북방 사람이었고 침 쓰는 데 매우 능했다. 그의 제자들은 다만 그 거친 부분만을 얻었을 뿐이었다. 어느 날 신공의 시첩이 비혈질을 앓아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르렀다. 마침 그때 장 노인은 이웃 고을에 머물고 있었으므로, 급히 그의 제자를 불러 치료하게 하였다. 그 제자가 말하였다. “이 병은 이미 위급하나, 오직 한 혈자리만이 혹 치료할 수 있을 듯합니다.” 이에 발의 바깥 복사뼈에서 두 치 남짓한 곳을 찔렀는데, 침이 혈기에 빨려 들어가 붙잡혀 마침내 빠지지 않았다. 제자는 몹시 당황하여 죄를 청하며 말하였다. “혈자리는 비록 맞았으나 침이 나오지 않습니다. 이는 제 스승이 아니면 할 수 없으니, 부디 급히 불러 주십시오.” 이에 유성마를 타고 밤에 달려가게 하였고, 하루 밤낮 만에 장 노인이 도착하였다. 장 노인은 웃으며 말하였다. “혈자리는 참으로 옳다. 다만 너는 침을 빼는 방법을 얻지 못했을 뿐이다.” 그리고는 손목이 서로 만나는 곳에 따로 침을 놓자, 침이 막 들어가자마자 바깥 복사뼈에 있던 침이 뛰어 나왔다. 그날로 병이 나았으니, 참으로 기이하다고 할 만하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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