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노벨평화상 메달을 넘겼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생포 뒤 트럼프 대통령의 외면 끝에 지지 확보를 위한 필사적 시도로 보인다.
다만 이날 만남 뒤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을 바꿨다는 징후는 드러나지 않았다. 백악관은 마두로 정권 부통령 출신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과 협력이 잘 이뤄지고 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고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 또한 미 석유기업의 자국 진출 길을 닦으며 트럼프 대통령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이하 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마차도를 만난 뒤 "내가 해 온 일의 공로를 인정해 마리아가 내게 노벨상을 선물했다. 서로를 존중하는 멋진 표현이었다"고 밝혔다. 또 마차도를 만난 것은 "큰 영광"이며 "그는 많은 일을 헤쳐 온 멋진 여성"이라고 칭찬했다.
<AP> 통신을 보면 이날 앞서 마차도는 백악관에 2시간 반가량 머문 뒤 미 의회의사당으로 향하며 취재진에 "우리의 자유에 대한 특별한 헌신"을 인정하는 의미에서 "대통령에 (노벨평화상) 메달을 선물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집무실에서 메달이 담긴 큰 액자를 들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 옆에 선 마차도 사진을 공개했다. 액자엔 "자유로운 베네수엘라 확보를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원칙적이고 단호한 조치에 대한 공로로 베네수엘라 국민을 대신해 개인적인 감사의 상징으로 선물한다"고 적혀 있었다.
2025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마차도는 이달 초 노벨평화상을 트럼프 대통령과 공유하고 싶다고 밝혀 노벨위원회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후 노벨위원회는 "노벨상이 발표되면 이는 취소될 수도, 공유될 수도, 타인에게 이전될 수도 없다. 그 결정은 최종적이고 영구적"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전쟁을 해결했다고 주장하며 자신이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노골적으로 표현해 왔다.
마차도가 끝내 노벨평화상 메달을 트럼프 대통령에 증정하자 노벨평화센터는 15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노벨위원회의 앞선 입장을 재강조하며 "메달 소유자는 바뀔 수 있지만 노벨평화상 수상자 칭호는 바뀔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이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와 만났다. 마차도는 이날 지난해 자신이 받은 노벨평화상 메달을 트럼프 대통령에 선물했다. ⓒ로이터=연합뉴스 |
마차도가 노벨평화상 메달을 트럼프 대통령에 증정한 것은 마두로 생포 뒤 베네수엘라 정권 격변기에 미국이 마차도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3일 마두로 생포 뒤 야권 지도자 마차도가 아닌 마두로 정권 부통령 델시 로드리게스를 협력 파트너로 지목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2024년 대선에서 부정이 있었다고 지적해 왔는데, 당시 선거에서 독자적 개표 자료 수집을 통해 진정한 승자는 야당 후보라고 주장한 베네수엘라 야권을 배제한 것이다.
마차도가 이날 회담에서 얻어 간 것은 별로 없어 보인다는 관측이다. 마차도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뒤 초당파 상원의원들과 비공개 회담을 가졌는데 <AP>를 보면 크리스 머피 민주당 상원의원은 마차도가 베네수엘라 선거 실시에 대해 백악관에서 "어떤 확답도 받지 못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회담이 끝나기 전 가진 언론 브리핑에서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지지 부족으로 마차도가 베네수엘라를 이끌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한 트럼프 대통령 평가가 "현실적"이라며 "현시점에서 그 사안에 대한 대통령 의견은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 CNN 방송은 마차도가 노벨평화상 메달을 주고 "사진 촬영 기회와 트럼프 사인이 담긴 공식 기념품 꾸러미 외에 뭘 얻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꼬집었다.
백악관, 로드리게스에 만족감 표시…로드리게스, 미 석유기업 진출 길 닦으며 트럼프에 부응
베네수엘라의 정권 이양보다 안정 및 미 석유기업 진출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인 트럼프 행정부는 임시 대통령인 로드리게스에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 레빗 대변인은 15일 브리핑에서 로드리게스 정부가 "매우 협조적"이라며 "우린 분명 5억달러(약 7360억원) 규모 에너지 계약을 체결"했고 "정치범 석방도 할 예정"이고 이미 미국인 5명이 석방됐다고 밝혔다. 미국은 전날 5억달러 규모 베네수엘라산 석유를 첫 판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과 통화하고 "멋진 사람"이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외국 기업의 자원 개발 참여를 제한하는 법률 완화 방침을 밝히며 베네수엘라 석유에 대한 노골적 야심을 드러내 온 트럼프 정부에 발 맞추고 있다. <로이터> 통신을 보면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15일 의회 연설에서 석유 및 천연가스를 포괄하는 탄화수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탄화수소법은 외국 투자자가 국영 에너지 회사 PDVSA와 협력해야 하며 PDVSA가 과반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구체적 설명 없이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던 유전 및 기반시설이 없는 유전도 이번 개혁으로 자금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 개정을 통해 미국이 강조해 왔던 미 석유 기업의 베네수엘라 진출이 용이해 질 것으로 보인다.
<AP>는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의 연설은 마차도의 백악관 방문에 맞춰 행해졌는데, 베네수엘라에서 마차도와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 관련 보도는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CNN은 그러나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이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과 마두로 충성파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외교협회(CFR) 중남미 연구원 윌 프리먼은 CNN에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이 "트럼프 행정부에 자신이 그들의 목표를 위해 협력하고 있음을 설득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마두로 정권의 강경파들, 군부에게도 자신이 그들을 배신하지 않을 것임을 증명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이 "이 줄타기에서 얼마나 오래 버틸지 두고 봐야 한다"고 했다.
마두로 생포 뒤에도 미국의 베네수엘라 인근 유조선 나포는 계속되고 있다. 미 해안경비대는 15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날 오전 카리브해에서 제재 대상 유조선 베로니카호를 나포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나포 시작 뒤 여섯 번째 나포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당국자를 인용해 이란산 원유 수송 혐의로 이 배에 영장이 발부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15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걷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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