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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파의 시선] 윤석열 첫 선고 '징역 5년'...이제 사면복권 방지책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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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엄한 경계…곳곳에 윤어게인
오랜만에 서울 서초구 법조타운을 찾았다. 올들어 첫 법원 방문이다. 오늘은 나와 한상진, 봉지욱 기자가 윤석열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 즉 <뉴스타파 v. 윤석열 사건> 공판에 피고인으로 온 건 아니다. 교대역 10번 출구를 통해 서초대로로 나오니 사이렌 소리와 거친 확성기 소리가 섞여 귀가 먹먹해진다. 경찰 통제로 텅빈 도로에 검은색 법무부 교정본부 선도차량과 호송버스가 쏜살같이 지나간다. 도로 양옆에는 ‘윤 어게인(YOON AGAIN)’이라고 써진 띠를 두른 10여 명의 무리가 태극기와 성조기를 열렬히 흔들며 호송버스 행렬을 향해 뭔가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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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피고인을 태운 법무부 교정본부 호송차량 행렬. 1월 16일 낮 서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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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피고인을 태운 법무부 교정본부 호송차량 행렬. 1월 16일 낮 서초대로


사진을 몇장 찍고 평소처럼 오른쪽으로 꺾어 법원로로 접어들었다. 왼쪽으로는 검찰청, 오른쪽으로 법원청사가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법원로 풍경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르다. 길 양 옆으로 경찰버스가 줄지어 서 있고 곳곳에 경비경찰이 배치돼 있다. 오른쪽 차선 50미터 가량에 대형 스피커와 간이의자 백여 석이 설치돼 있다. 윤 어게인 세력이 집회를 준비 중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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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6일 윤석열 선고 공판을 앞두고 법원 주변에 모인 윤석열 지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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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6일 윤석열 선고 공판을 앞두고 윤석열 지지 세력들이 법원 앞 도로에서 집회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을 지나쳐서 계속 올라갔다. 오른쪽 법원 경내 출입구 쪽에 경찰 여러 명이 펜스를 치고 서 있다. 느낌이 좋지 않았지만 그대로 갔다. 경찰 중 한 명이 손을 들며 막아섰다.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돌아서 정문으로 가세요”

승산은 없었지만 그냥 한번 물어봤다.

“기잔데요?”
“직원이라도 안 됩니다. 돌아가세요”

발길을 돌려 법원 동쪽 정문으로 갔다. 정문이 가까워지니 ‘윤 어게인’ 사람들이 곳곳에 돌아다닌다. 법원 앞이 예전 태극기 부대의 탄핵 반대 집회장 모습과 비슷해졌다. 휴대폰을 들고 라이브를 하는 유튜버들도 많이 보인다. 정문에 설치된 임시 검문소를 통과해 윤석열 내란수괴의 선고공판 열리는 서울중앙지법 서관 311호 중법정으로 향했다. 공판 시작 시간은 오후 2시, 아직 30분 정도 남았는데 청사 2층에 있는 내부 검색대 앞에는 벌써 긴 줄이 늘어서 있다. 내 차례가 되자 보안요원이 물어본다.

“변호사세요?”
“아뇨, 기잡니다.”
“방청권 보여주세요.”
“없는데요.”
“아 그럼 못 들어갑니다.”
“아니 법정 안에는 당연히 안 들어갈 거고 복도에 있을 건데...”
“그것도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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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6일 법조타운 법원 서쪽 출입구 앞을 경찰이 차벽과 펜스로 차단하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다시 발길을 돌렸다. 계단으로 내려가려는데 1층 로비에서 코트에 넥타이 차림의 사람이 올라오고 있었다. 김홍일 변호사 등 윤석열 피고인 변호인 일행이다. 다들 굳은 표정이다. 이들을 올려보내고 로비 안쪽에 있는 ‘바로미’ 카페로 갔다. 어쩔 수 없이 차 한 잔 시키고 실시간 중계방송으로 선고를 지켜볼 요량이었다. 하지만 카페는 불이 꺼져 있고 출입문에는 안내문이 적혀 있다.

1/16(금) 단축 영업 안내. 영업시간 08:30~13:00

어쩔 도리가 없다. 중앙지법 서관 청사를 빠져나와 근처 제일 가까운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휴대폰을 열고 노트북을 켜서 선고 공판 법정중계를 하는 유튜브 채널을 찾았다. 화면은 내가 방금 지나왔던 서관 입구 앞과 2층 검색대 앞 등을 비추고 있었다. 오후 2시가 가까워지자 화면은 중앙지법 311호 법정 내부를 중계하기 시작했다. 정각 2시. 서울지법 형사합의35부 백대현 부장판사와 좌우 배석 판사가 법대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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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6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서관 311호 법정에서 열린 윤석열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사건 선고공판에 윤석열 피고인이 입장하고 있다.


곧 이어 가슴에 수인번호 3617을 단 윤석열 피고인이 들어왔다. 백대현 부장판사는 바로 판결문을 읽어나갔다.

“판결을 선고하겠습니다. 특별검사가 제출한 공소장에 기재된 피고인에 대한 죄명은 특수공무집행방해죄, 허위공문서작성죄, 허위작성공문서행사죄, 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위반죄, 공용서류손상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최, 대통령등의경호에관한법률위반교사죄 및 범인도피교사죄입니다.”

모두 8가지 범죄 혐의. 백 부장판사는 이와 관련 50여 분간 특검의 공소사실 개요와 각 혐의 별 재판부 판단과 양형 이유를 밝힌 뒤 2시 55분쯤 주문을 낭독했다.

“피고인 일어서십시오. 주문, 피고인을 징역 5년에 처한다.”

재판부는 오늘 선고에서 이번 재판의 쟁점 중 하나인 공수처 수사권 문제와 관련해 이렇게 밝혔다.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 법 질서를 존중할 의무를 부담하는데도 이를 저버린 채 비상 겸 선포와 관련한 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경호처 소속 공무원들을 이용하여 자신에 대한 수사기관의 적법한 영장 집행을 저지하거나 증거인멸을 시도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공무집행방해 범행은 정당한 공권력 행사를 무력화시키고 국가의 법질서 기능을 저해하는 중대한 범죄에 해당하는 점,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인 범행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죄질이 매우 좋지 아니합니다. 그런데도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에 관하여 납득하기 어려운 법명으로 일관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전혀 보이고 있지 아니합니다.”

윤석열 변호인단의 주장과는 달리 공수처에 수사권이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번 특수공무집행방해(체포방해) 등 사건 선고는 내란 자체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았지만 공수처의 수사권이 적법하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에 오는 2월 19일로 예정된 내란 사건 본재판 1심 선고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쉬운 판단으로 평가되는 부분도 있다. ‘초범’이라 정상 참작한다는 대목이다.

“다만 허위 공문서 작성,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및 공용 서류 손상 범행의 경우 피고인이 적극적으로 범행을 주도하거나 확정적인 계획 하에 범행하였다고는 보기 어려운 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고…”

선고 직후 윤석열 변호인단은 특검의 일방적 주장을 모두 받아들인 정치적 판결이라며 즉각 항소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내란특검 측은 허위작성공문서 행사죄 등 일부 무죄가 난 부분과 재판부의 양형 사유를 정밀하게 분석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은 “5년 선고는 터무니 없이 낮은 판결”이라는 입장을 내놨고 국민의힘을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선고가 끝난 뒤 ‘윤 어게인’ 집회장 분위기를 보기 위해 다시 현장을 찾았다. 그새 참가 인원은 3백여 명으로 불어나 있었고 공소기각이나 무죄를 기대한 사람들은 상당히 격앙된 분위기였다. 이들은 집회를 마치고 교대역 11번 출구쪽으로 행진을 했지만 큰 충돌이나 불상사는 없었다.

이제는 사면복권 방지책도 들여다봐야 한다
오늘 열린 윤석열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선고 공판은 현재 윤석열이 내란과 관련해 기소된 8개 사건 재판 중 하나에 불과하다. 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내란혐의 사건은 사흘 전인 지난 1월 16일 결심 공판이 열렸다. 오전 9시 반에 시작해서 만 12시간이 지난 밤 9시 30분 특검 측이 마침내 ‘사형’을 구형했다. 계엄선포 406일만이다. 박억수 특검보가 구형을 하자 피고인 석에 앉아 있던 윤석열이 피식 웃었다.

이쯤해서 과거로 눈을 돌려보자. 1997년 12월 22일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12.12 군사반란과 5.17 내란 혐의 등으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무기징역과 징역 17년이 확정된 전두환과 노태우를 특별사면 복권했다. 하루 전인 12월 21일 한겨레 1면 기사는 김영삼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와 협의를 거쳐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과 복권을 단행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구속된 지 2년, 대법원 확정 판결(1997년 4월)이 난 지 불과 8개월만이었다. 이 사면복권은 정치화합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결정이었지만, 내란과 군사반란 수괴가 합당한 법적 처벌을 다 받기도 전에 이들을 풀어주고 천수를 누리게 했다는 점에서 두고두고 역사 바로세우기에 오점을 남겼다. 특히 전두환과 노태우는 사과나 반성 없이 사면복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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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2월 21일자 한겨레 신문.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도 뇌물수수와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돼 각각 징역 17년과 22년이 확정된 바 있으나 둘 다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고 1~2년 뒤 사면복권된 바 있다. 이때도 정치화합 및 건강 고려 등의 명분을 내세웠다.

지난 1월 13일 사형 구형 후 윤석열의 태도는 과거 역대 대통령들이 최종심에서 무기징역에서 수십년의 징역형을 확정받았으나 모두 1~2년 안에 풀려나온 역사적 사실과 무관할까?

4가지 방안이 있다
먼저 사면법을 개정해 내란, 외환, 군형법상 반란죄 등을 사면복권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이다. 민주당 한정애 의원 등이 개정안을 낸 바 있다. 대통령의 내란이나 외환 혐의가 유죄 확정될 경우 후임 대통령이 특별사면권을 행사하는 것을 제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국회에서 심도 있게 논의되지 않고 있다.

두 번째는 헌법 개정이다. 헌법 79조는 대통령의 사면·감형 및 복권 권한에 관한 조항인데 여기에 내란, 외환, 헌정질서 파괴 범죄 및 탄핵 결정으로 파면된 자는 사면할 수 없다는 조항을 추가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최소 복역 기간을 정하는 방안이다. 내란, 외환, 헌정질서 파괴 범죄 및 탄핵 결정으로 파면된 자에 대해서는 형기의 2분의 1이상을 복역해야 사면 대상에 오를 수 있도록 사면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네 번째는 현재 특별 사면복권을 할 때 거치게 돼 있는 사면심사위원회의 독립성과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다. 사면심사위원회는 1997년 전두환 노태우 특별사면복권 이후 대통령 사면권을 제한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지만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위원회는 독립적 인사로 꾸리고 사면 대상에 ‘부적절’ 판정을 내리면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는 방안이다.

이제 2월 19일이면 내란 사건 본재판 선고가 나온다. 윤석열과 내란 세력, 그리고 그들의 변호인단이 형 확정 후 ‘길어봤자 1~2년’ 또는 ‘최대 복역 기간 5년 이내’(가장 길었던 박근혜의 경우 4년 9개월)라고 내심 생각하면서 모든 법정을 자신들의 극우적 망상을 퍼트리는 선전 선동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위에서 열거한 4가지 방안은 위헌 소지 등 실행에 걸림돌이 있을 수 있다. 그래도 국회나 정부는 손을 놓고 있지 말고 정교한 제도를 만들어 내야 한다.

뉴스타파 김용진 muckraker@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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